“게임업계 대표 분들이 은둔형 경영자란 이야기를 듣는다. 나도 그랬다. 모난돌이 정맞는다고, 목소리를 안 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항상 말하는데, 이제는 형님들이 좀 나설 때가 됐다. 형님들이 목소리를 내주셔야 한다.”

벤처기업인 출신이자, 웹젠 이사회 의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주최한 ‘굿인터넷클럽’에 참석,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대형 게임업체 대표들의 발언과 참여를 촉구했다. 이날 굿인터넷클럽은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안건이 통과된 데 대한 대책 회의와 같은 토론 자리였다.

김 의원의 발언은 플로어에서 한 기자가 “(질병코드 발급을 막기 위해) 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 정작 대형 게임사의 참여는 적은 것 같다”는 질문에 답한 것이다. 김 의원은 해당 발언에 이어 “국회에 들어오고 나서, 게임업계 선배들한테 ‘국회에서 부르면 꼭 나와라, 국정감사 때도 나와서 잘못한 것 있으면 혼 나고, 그 다음에 게임이나 인터넷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앞으로 게임이용장애를 둘러싼 논란이 여론전으로 흐를 경우를 대비한 발언으로 보인다. 오는 2025년 한국표준질병분류(KCD)가 개정될 예정인데,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포함한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 -11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게임업계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그간 미디어에서는 게임을 중독물질로 보는 프레임이 더 강하게 보도되어 왔다.

김 의원은 “아무 일도 없는데 언론에 기고하기는 어렵지만 국회에서 이야기 하면 모든 언론이 다 받아준다. (입장을 알릴) 기회가 충분히 있다”며 “(게임을) 공격하는 쪽이 있고, 누군가는 거기서 잘못된 목소리에 방어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방어하는 사람이 없으면 공격자의 목소리가 100% 맞다고 여겨질 수있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줘야 하는게 기본이다. 큰형님들이 이제 좀 나서시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곽성환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 김진욱 스포츠서울 기자

 

또 게임이용장애가 국내서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에 대한 규제가 더 강하게 이뤄질 것을 우려했다. KCD가 개정되고 나면, 유해 물질로 여겨지는 게임에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쓰지 못하게 한다든지, 혹은 담배 값을 올리듯 게임 이용료를 올리는 방식 등으로 청소년이나 성인이 게임을 적게 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며,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ICD-11이 폐기되거나 혹은 KCD에 반영되지 못하도록 해야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비관적”이라고 표현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막는 ‘셧다운제’ 도입 당시에도 토론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 게임이용장애 역시 “게임 때문에 아픈 사람을 치료하겠다”는 주장에 게임업계가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지 잘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2014년 ICD-11 개정안 논의 중, 디지털기기 과다사용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된 것이 약한 고리인 게임에 집중돼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처럼 동영상 등 다른 콘텐츠도 언제든 이같은 논의에 포함될 수 있음도 경고했다. 아울러, “게임이용을 질병화하는 순간 의료계에서 다뤄야할 문제라고만 생각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게임 이용으로 인한 장애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계, 산업계뿐만 아니라 교육·문화계 등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이장주 이락디지털연구소 소장의 사회 아래 이뤄졌다. 패널에는 김병관 의원 외에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곽성환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 김진욱 스포츠서울 기자 등이 참여했다.

정의준 교수는 “이번 (WHO) 결정에서 4가지 기준을 두고 측정한다고 하는데, 공통적인 측정방법에 대한 언급이 없는 데도 측정결과를 중독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만 5년 여간 2000명의 청소년을 추적조사한 결과 게임이용 시간보다 자기통제력이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기에는 학업 스트레스, 가정환경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하며 “게임을 없앤다고 이런 문제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매체로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에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인 접근과 더 많은 이용자 연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호 총장은 “이번 일은 게임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작용한 결과”라고 밝히면서 “우리 사회가 학습이나 효율성 면에서 대척점에 놓인 것을 이처럼 마녀사냥 식의 사회적 투사를 한다면 게임 이외 우리가 향유하는 모든 콘텐츠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성환 팀장은 특정행동을 병으로 진단하고 아픈 사람을 만들기보다는, 치료에 방점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게임문화 가족캠프’ 등 문화행사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는 “현재 전국에 5개의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가 운영중으로, 향후 추가적으로 3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스포츠를 오래 취재해 온 김진욱 기자는 “의학적 물질작용이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나쁜 것’이라고 낙인 찍어놓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질병코드가 필요하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게임은 나쁜 것이라고 낙인 찍힐 때까지 업계 및 관계자들은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게임업계에 자성을 요청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