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영은 이제 꽤 유명한 작가가 됐다. 지난해 출간한 만화 ‘썅년의 미학’이 화제를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중쇄 찍기도 어렵다는 출판시장에서 무려 14쇄를 냈다. 바다 건너에서도 러브콜이 온다. 지난달 대만에서 번역 출판된 썅년의 미학은, 현지 페미니즘 사이트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고, 비교적 여성에 대해 보수적인 나라 일본에서도 출간 문의가 왔다.

썅년의 미학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차별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사회적 관계나 관습 때문에, 혹은 또 다른 피해가 두려워서 차별에 대항하지 못했던 여성들을 대신해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발언을 만화에 담아냈다. 많은 독자들이 민 작가의 만화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어느 한 편에서는 둘도 없는 썅년으로 욕을 먹는다. SNS에서 민 작가에 대한 공격을 보기는 어렵지 않다.

몇 번의 자리에서 민서영 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첫 인상은 ‘화려하다’였는데, 그 다음에는 ‘솔직하다’는 느낌을 더 크게 받았다. 민 작가는, 애초에 자신이 페미니즘 관련 만화를 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여성들에 가해지는 부조리한 일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만화로 풀어냈더니, 어느새 페미니즘 전사가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민서영은 여성들에게 말한다. 썅년이 되어도 괜찮다고. 당당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말하라고. 썅년의 미학이 부담스럽거나, 혹은 많이 읽히지 않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방법은 간단해 보인다. 언제든 자신이 하고픈 말을 하는 이가 ‘썅년’이 되지 않는 사회가 오면 되는 것 아닌가. 오는 14일, 기존 썅년의 미학을 다듬고 내용을 보탠 ‘썅년의 미학+’  출간을 앞두고, 민 작가와 나눈 인터뷰를 공개한다.

 

민서영 작가.

 

썅년의 미학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출간 열달 만에 썅년의 미학+가 나오는데, 어떻게 달라졌나?

기존에 나왔던 썅년의 미학보다는 좀 더 날 것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무래도 썅년의 미학이 처음 나왔을 때랑은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썅년의 미학이 나왔을 때 (성차별과 관련해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투가 더 강하게 바뀌었다. 책 구성을 놓고 보면, 기존 썅년의 미학은 만화가 끝나면 바로 에세이가 나왔는데 신간에서는 에세이 외에 짧은 글이나 시 등을 싣는 등 조금 더 구성을 다양화했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출간 이후 더 연재한 웹툰도 추가됐다.

썅년의 미학을 그린 이유가 무엇인가. 여러 주제 중,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나?

내가 겪은 부조리가 화가 나서다.  딱히 페미니즘을 목적으로 그린 것은 아니었다. 여성으로서 화가 나는 이야기를 다루었더니, 모두 페미니즘 만화라고 불렀다.

썅년을 어떻게 정의하나. 썅년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썅년은, 자신의 욕망을 남의 시선보다 우선시하는 여자다. 예전에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를 했을 때, 어쩌다보니 ‘썅년의 미학이다’라는 단어를 썼는데 그 어감이 마음에 들었다.

 

출처= 썅년의 미학, 민서영, 저스툰

지난 달에는 대만에서도 책이 출간됐다. 반응도 괜찮다고 들었다

지난달 15일, 대만에서 발간됐다. 대만 페미니즘 사이트 등에서 바이럴이 되면서 반향이 올라오고 있다. 썅년의 미학을 소개한 글이 9만3000뷰가 나왔고, 1만7000건이 공유됐다. 관심을 갖고 보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홍콩에서 페미니즘을 다루는 작가가 있는데, 이 작품이 홍콩에서도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더라. 홍콩은 대만과 같이 번체를 쓴다.

대만에서도 인기가 있다는 건 공감을 얻는다는 이야기인데, 현지에서도 젠더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나

대만 같은 경우는 페미니즘보다 젠더 이슈가 논의되는 것 같다. 대만은 아무래도 아시아로서는 처음 동성혼이 합법화된 나라다. 젠더 이슈가 활발하게 논의되는 나라이다 보니 페미니즘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페미니즘이 (한국보다) 진보적인 나라인건 확실하다.

어떤면에서 그런가?

일단은, 동성혼이 합법화됐다. 젠더 이슈에서 확실히 앞서간다고 할 수 있다. 대만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점과 일본의 이점이 섞여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여성 인권에 있어서도 평등이 잘 이뤄지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한민국에 비해서는 평등과 관련한 논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대만판 제목이 ‘광녀의 역습’이다. 대만에서는 한국에서 썅년이라 불리는 이들을 광녀로 일컫나?

광녀가 썅년이랑 비슷한 뜻이다. ‘미칠 광’자를 써서 미친여자, 돌은 여자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썅년의 미학’이라는 반어법이 먹혔다면, 대만에서는 ‘역습’이라는 직관이 잘 통했다. 만화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만화에 나오는 이 여성들은 썅년도, 광녀도 아니다. 일반적인 여성들이다. 내 할말을 잘 밝혔다는 것만으로 썅년이 되고 광녀가 되는 거다. 광녀라는 표현에서 이런 부분을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표현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일본에서도 출간 문의가 들어왔다

일본 같은 경우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선례가 있다. * 일본에서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젠더 이슈에 대해서 일본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것이 어떤 방향일지는 아직까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왜냐면, 사실상 일본에서는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많다. 아시아에 그런 경향이 많은데 일본에는 특히 더 하다. 그래서 썅년의 미학 같은 경우 강렬한 제목이다 보니, 어떻게 번역해 나올지 어떤 반응이 올지에 관해서는 일본독자들의 선택이다.

사회적으로 젠더 문제가 쟁점이 될 때마다 목소리를 많이 낸다. 작가의 사회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상, 제가 보기에는 논란은 독자들이 만들어주는 것 같다. 왜냐면 작가는 자기의 목소리를 낼 뿐인데, 논란을 만들어주는 건 다른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작가나 연예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논란이 되는 것은 이슈가 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논의가 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수 설리가 자신의 SNS에 올린 ‘노브라’ 사건으로 수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왜 사진이 논쟁이 되어야 하나? 그 자체가 이상한 일 아닌가? 민 작가는 만화에서 이같은 문제를 다룬다. 출처= 썅년의 미학, 민서영, 저스툰

 

썅년의 미학이 인기를 얻고 나서, SNS로 꽤 많은 공격을 받고 있다. 민서영이라는 이름 자체가 썅년이 된 것 같다. 공격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열심히 산다는 느낌이다.  (그런 반응을 보면서) 사람이니까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고소로 대응하는 편이다. 그 외의 것들은 관심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젠더나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다. 개선이 되었다고 보나?

일반인들한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친숙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되었다고 본다. 예전에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어색해했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자마자 다들 나를 쳐다본다. 나는 썅년의 미학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사용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작가로서도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제 입장에서는 무슨 작품을 그리냐는 말에 “썅년의 미학”이라고 답하면 상대편이 물러나는 경우가 있다.

원래는 재담미디어 PD 출신이었는데, 만화를 그렸다

창작을 하고 싶고, 내 얘기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서포트하는 것도 의미 있고, 재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웹툰 산업이 기획성을 가진 경우가 별로 없다. PD의 역할 자체가 폄하되고 있다. 실제로 작가의 문제는 아니고, 그렇게 만드는 시스템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만화로 데뷔를 하게 됐나?

혼자서 개인 SNS에 연재를 했었다.  PD로 일하던 시절부터 재담 측과 인연이 이어졌는데, 나를 좋게 봐줬다. 내가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는 걸 알고 대표님이 우리랑 같이 연재하자, 소속사로 들어오라고 제안을 하셨다. 저스툰이 문을 열고 유료 연재를 시작하게 된 거다.

여러 창작 형태가 있는데 만화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

꼭 만화라는 형식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나 글, 등 여러 방법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만화를 먼저 선택한 이유는?

쉬울줄 알았다.

그런데 해보니까?

어렵다. 네컷 만화가 진짜 어렵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썅년의 미학은 이번 플러스로 끝낸다. 여성의 이야기는 페미니즘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고도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페미니즘이라는 타이틀을 떼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앞으로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