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24는 쇼핑몰을 무료로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카페24에 따르면 국내에만 카페24로 개설한 쇼핑몰의 숫자가 약 160만개. 쇼핑몰을 만들어주는 경쟁 호스팅 업체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치다. 개설 쇼핑몰 숫자로 본다면 이쪽 판의 한국 시장 점유율도 당연히 카페24가 1등이다.

카페24는 단연 2000년대 인터넷 시대 개막 이후 한국에서 가속화된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몰 창업 열풍을 촉진시킨 업체로 꼽힌다. 현시점 카페24를 통해 성장한 쇼핑몰 중에서는 ‘스타일난다’와 같이 더 이상 소호 레벨로 볼 수 없는 업체도 많다.

그렇다면 카페24는 무엇을 먹고 살까. 쇼핑몰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는 무료지만 쇼핑몰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부가 기능’은 유료로 판매한다. 쇼핑몰 사업자가 희망한다면 카페24가 제공하는 마케팅, 운영, 물류와 관련된 추가 기능을 유료로 붙일 수 있다.

카페24가 별도로 제공하는 추가기능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 힘든데, 쉽게 말해서 카페24는 쇼핑몰을 만들고 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수령하기까지의 모든 가치사슬을 최적화하여 운영할 수 있는 여러 솔루션을 판매하여 돈을 버는 업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추가 기능은 카페24가 직접 개발하여 공급한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카페24는 ‘무료 쇼핑몰 호스팅’을 기반으로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솔루션들을 직접 개발하여 판매하여 돈을 버는 ‘파이프라인 기업’이라 볼 수 있다. 아니, 볼 수 있었다.

파이프라인에서 ‘개방형 플랫폼’으로

그런 카페24가 2017년 큰 결정 하나를 한다. 파이프라인 기업이었던 카페24의 운영 형태를 ‘플랫폼’으로 변형하는 것이 그 골자다. 카페24는 곧바로 사업부터 개발까지 통합한 TF(Task Force)를 조직하고, 약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7월 ‘카페24 앱스토어’를 오픈했다. 이에 따라 외부의 3P(Third Parties) 개발사들도 카페24의 160만개의 고객사 채널을 대상으로 한 앱 제작 및 배포가 가능해졌다.

카페24로 쇼핑몰을 만든 고객사는 관리(admin) 페이지를 통해 앱스토어에 올라온 3P 개발사의 솔루션을 자유롭게 구매하여 사용해볼 수 있다. 무료도 있다.

카페24에 따르면 현시점 800~900개의 개발사가 카페24 생태계에 참여해, 약 100여개의 솔루션을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크게는 LG CNS와 같은 대기업 개발사부터 작게는 개인 개발자까지 규모와 상관없이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카페24의 설명이다.

카페24가 ‘개발자센터’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오픈 API 목록. 개발자센터에서는 3P 개발사를 위한 개발 가이드를 비롯해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개발 사례 등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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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이나 추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소스코드 모음)’다. 카페24는 상품분류, 판매분류, 주문, 알림, 프로모션 등 자사의 API를 대거 외부에 공개했다. 그러니까 기존에는 카페24의 쇼핑몰 데이터를 긁어올 길이 막막해서 완연한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거나, 스크랩핑 등 편법을 동원해서 데이터를 긁어왔던 솔루션 사업자들이 당당하게 카페24와 연동된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카페24도 얻는 것이 있다. 카페24 앱스토어에 3P 개발사들이 어떤 방식(대개는 무료체험 기간 이후 월간 과금)으로든 판매하는 수익의 15%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물론 이 수수료로 돈을 벌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게 카페24측 설명이다. 15%의 수수료 대부분이 솔루션의 홍보마케팅 비용과 카드 수수료, 인건비 등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애초에 카페24는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당장 돈을 벌 생각이 없다. 15%의 수수료는 돈을 벌기 보다는 ‘개방형 플랫폼’의 판을 키워나가는 식으로 재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카페24측 설명이다.

자기잠식의 위험은?

다시 말하지만 카페24의 ‘개방형 플랫폼화’는 큰 결정이다. 카페24가 그들이 만든 가치사슬 안에서 폐쇄적으로 제공하고 있던 솔루션이 만든 시장을 외부 개발사가 뺏어 먹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페24의 앱스토어에서는 카페24가 이미 상품화해서 팔고 있는 기능과 같은 영역의 기능을 제공하는 앱도 입점해 있다. ‘샵링커’가 대표적인데, 이 솔루션은 카페24가 이미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었던 ‘마켓통합관리(지마켓, 쿠팡, 11번가 등 여러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자동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 플레이오토, 사방넷, 카페24가 지분 50.1%를 인수한 이지어드민 같은 기업이 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업자다.)’ 기능을 제공한다.

카페24 앱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샵링커’

카페24도 자기잠식의 위험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24가 굳이 문호개방을 한 이유가 있다. 한 줄 요약하자면 카페24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생태계만으로 고객이 원하는 모든 기능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카페24의 ‘개방형 플랫폼’을 담당하는 조직인 EC플랫폼그룹의 황일섭 그룹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잠식이 있을 수도 있고, 3P 개발자가 개발한 솔루션과 카페24가 개발한 솔루션이 겹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입점 영업을 가면 개발사로부터 ‘카페24에서 만들면 금방 할텐데 왜 굳이 우리한테 입점을 하라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그 때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카페24가 시장에서 원하는 수많은 기능을 일일이 만들어 주지는 못하기에, 연결이라는 전략을 택했다고요. 카페24는 3P 개발사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고객에게 더 고도화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카페24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는 3P가 있다면, 그들이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카페24는 우리의 코어 플랫폼에 집중하면 됩니다”

물론 카페24의 개방형 플랫폼이 ‘오픈마켓’과 같은 완전 개방형 플랫폼은 아니다. 어느 정도 검수와 관리가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업체에 윤리적인 문제가 없어야 되며, 솔루션의 품질 검수 또한 진행한다. 하지만 품질에 특별한 문제가 없고, 솔루션 사용 주체가 되는 쇼핑몰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다면 특별히 입점에 제한을 하진 않는다는 게 카페24측 설명이다.

예컨대 당장 카페24 앱스토어에 합류할 예정인 시장 1위 리뷰관리 솔루션 ‘크리마’ 역시 카페24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리뷰관리 솔루션 ‘리뷰톡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크다는 판단에 카페24가 먼저 입점을 제안했다고 한다. [크리마가 궁금하다면 : 크리마, 쇼핑몰 리뷰 쌓는 장인들]

<자투리 지식 한 꼭지> 익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아마존이 처음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도입했을 때도 자기잠식에 대한 우려는 존재했다. 마켓플레이스란 아마존의 상품만 판매하던 웹페이지에 3P 판매자들의 상품을 뒤섞어서 팔자는 것이었는데, 잘못하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가진 3P 셀러로 인해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 매출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현재 ‘마켓플레이스’는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 받고 있으며, FBA(Fulfillment By Amazon)라는 물류 비즈니스 모델을 탄생시킨 촉매가 되기도 했다.

경쟁우위는 ‘개방’을 통해

카페24를 포함하여 국내 경쟁업체인 코리아센터의 ‘메이크샵’, NHN고도의 ‘고도몰’은 모두 독립몰의 가치사슬을 최적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여기서 가치사슬의 시작은 ‘쇼핑몰’을 만드는 것이고, 가치사슬의 중간에는 ‘판매채널 관리’, ‘상품 관리’, ‘주문 관리’, ‘마케팅’, ‘디자인’, ‘물류’, ‘고객 관리’ 등 다양한 쇼핑몰의 니즈가 있을 것이다. 가치사슬의 끝은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 더한다면 ‘반품’ 등 역물류까지 포함될 수 있겠다.

최근 이 업체들의 경쟁무대는 ‘글로벌’, 그러니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향해가고 있다. 코리아센터가 솔루션과 물류를 통합한 ‘오픈 풀필먼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NHN고도는 중국 중심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체 ‘에이컴메이트’를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외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글로벌 쇼핑몰 솔루션 ‘쇼피파이(Shopify)’가 한국 셀러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진출을 위한 가치사슬 구축을 위한 협력업체를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참고 콘텐츠 : 코리아센터의 궁극체가 ‘오픈 풀필먼트’가 된 사연]

치열한 경쟁 상황이다. 과거 카페24가 먼저 시장에 진입한 메이크샵의 점유율을 갉아먹었듯, 새로운 누군가가 카페24가 공고하게 만든 아성을 침범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페24가 경쟁업체에 비해 갖는 우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 또한 ‘개방형 플랫폼’이다. 황일섭 그룹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국내 경쟁업체들과 비교하여 카페24의 경쟁우위는 ‘개방형 플랫폼’입니다. 속도 면에서 우리가 압도적입니다. NHN고도의 고도몰이나 코리아센터의 메이크샵이 인하우스에서 모든 것을 개발하는 조건이라면, 우리는 기술을 갖고 있는 외부 회사들과 연결하여 더욱 빠르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사실 쇼피파이와 비교한다면, 그들은 카페24와 결이 비슷합니다. 카페24가 진출하는 일본,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국가와 쇼피파이가 진출하는 시장이 겹치는 것을 바라봤을 때, 시장에서 만들고자 하는 방향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쇼피파이는 영어 기반이라 그 자체로 ‘글로벌화’가 가능하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다만, 카페24 또한 글로벌화를 목표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근시일내에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치사슬의 완성도 ‘개방’을 통해

카페24의 ‘개방형 플랫폼’은 초기 단계다. 현재 카페24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앱들은 판매채널 확대나 고객응대, 온사이트 마케팅 등 가치사슬의 일부를 개선하는 소소한 기능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물류’나 ‘상품 소싱’과 같은 오프라인 영역을 개선할 수 있는 가치사슬 파트너 확장은 더딘 편인데, 향후 카페24는 당연히 이 영역까지 개방형 플랫폼으로 다루는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예컨대 CJ대한통운이든, 롯데글로벌로지스든, 물류기업과의 제휴 또한 언제든 열려 있고 환영한다는 것이 카페24의 입장이다.

‘개방형 플랫폼’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카페24는 대형 리테일 기업을 대상으로 B2B 영업을 시작했다. 그 방식은 카페24 앱스토어에 올라온 여러 3P 개발사의 기능들 중 영업 대상인 리테일 기업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추려 구성해서 제안, 판매하는 것이다. 그간 카페24의 성장을 이끌었던 소형 셀러에 집중한 B2C 솔루션 판매 방식과는 다른데, 이 또한 카페24가 ‘개방형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영업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황 팀장은 “대형 리테일 기업은 필연적으로 ‘레거시(Legacy)’, 그러니까 크게는 SAP이나 자체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이용하고 있는데 레거시와 연결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형 리테일 기업들은 쇼핑몰을 직접 만들어서 DB와 DB를 붙이는 방식을 썼지만 유지보수와 관리, 증설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카페24가 이번에 API를 전면 개방하면서, 중간에 미들웨어 하나만 만들면 기존 레거시와 카페24의 개방형 플랫폼 간 완벽한 연동이 가능해졌다. 당연히 앱스토어에 입점한 개발사들의 상품이 리테일업체에게 함께 판매되기에 3P 개발사들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