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 잠실 본사 지하 주차장에는 민트색으로 랩핑된 두 대의 전기차가 주차돼 있다. 하나는 르노의 전기사륜차 ‘트위지’, 또 다른 하나는 혼다의 전기자전거 ‘A6’다. 민트색으로 랩핑되지 않은 전기자전거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10여개로 늘어난다.

우아한형제들 본사 지하주차장의 구석에는 민트색으로 랩핑된 전기사륜차와 전기자전거가 주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민트색으로 랩핑되지 않은 전기자전거들도 보인다.

민트색은 우아한형제들을 상징하는 색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전국 지사를 설립하고 배달기사를 모으고 있는 ‘배민라이더스’ 라이더들은 ‘민트색’으로 랩핑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물론 현재 배민라이더스 배달기사들은 대부분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우아한형제들이 전기차를 배민라이더스용 운송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민트색 전기차들이 우아한형제들 본사 지하에 주차돼 있는 이유는 있을 것이다.

트위지로 음식배달을 해보자!

첫 번째로 트위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18년 5월, BBQ가 ‘트위지’를 프랜차이즈 직영점에 도입 운영하고 있으며, 가맹점까지 60대를 도입하는 등 2018년 한 해 총 1000대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보도자료 배포 당시 ‘트위지’에 시승한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사진: 제너시스BBQ)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도 이 시기에 ‘트위지’ 한 대를 구입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음식배달을 위한 다양한 운송수단을 고민하던 중에 트위지라는 모델이 눈에 들어왔다”며 “겉보기에 굉장히 귀엽고, 친환경 이미지를 통해 브랜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 우아한형제들의 상징색인 ‘민트색’을 입혔다”고 말했다.

이후 우아한형제들은 트위지를 활용한 음식배달을 실험했다. 실험의 목표는 트위지가 기존 오토바이 배달을 대체하거나 병행할 정도로 효율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우아한형제들 본사 주변의 도로와 이면도로를 트위지로 달려보기도 하고, 배민라이더스나 배민키친에서 나오는 배달 주문을 실제 트위지로 수행하기도 해봤다는 게 우아하형제들 측 설명이다.

하지만 트위지 배달 실험은 ‘확산’으로 끝나지 않았다. 처음 구매한 한 대 이후로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만약 배달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했다면 추가로 트위지를 구입해서 10대든, 50대든 활용을 했을텐데 그러지는 못했다”며 “배달현장에 바로 도입하기에는 현장 활용도가 높지 않다고 결론난 것으로 알고 있고, 그 뒤로 우아한형제들 지하 주차장에 놓여있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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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로 음식배달을 해보자!

두 번째는 혼다의 전기자전거 A6.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이 전기자전거도 e모빌리티 음식배달 실험의 결과로 추정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민트색으로 랩핑된 전기자전거가 지하주차장에 있는지는 따로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전기자전거가 트위지보다 경량이고 부담 없는 가격인지라 비슷한 개념에서 테스트를 해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은 서울시와 함께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전기바이크의 활용을 검토하고 있었다. 지난 4월 서울시가 ‘생활권 미세먼지 그물망 대책’의 일환으로 우아한형제들의 배민라이더스, 바로고, 메쉬코리아 등과 배달용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결과의 일환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친환경 운송수단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현실화가 되면 서울시의 일부 지원을 받아 우아한형제들의 예산을 투자해 100대든, 200대든 전기바이크를 실전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달, 아직은 한계 있어

전기차 업계에서는 트위지와 같은 ‘전기사륜차’나 ‘전기자전거(30km 이내 속도제한)’, 전기자전거보다 속도가 빠른 ‘전기바이크’의 음식배달 도입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게 전기차의 ‘배달효율’이 기존 이륜차에 비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제는 ‘완충시 주행가능 거리’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트위지 같은 경우는 완충시 55km를 달릴 수 있고, 혼다 A6는 완충시 50km를 달릴 수 있다. 이것은 제조사가 밝힌 스팩이므로, 실제 주행시에는 당연히 이것만큼 달릴 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방전된 트위지와 A6는 완충까지 3~4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인즉 배달기사가 전기차로 피크타임 주행 중 배터리가 방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달 업무 중간에 충전을 마치고 배달을 하기에는 ‘피크타임’에 주문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잃는 기회비용이 너무나 크다.

트위지 스펙. 트위지는 귀엽지만, 배달을 하기엔 적재공간이 없다. 그래서 르노는 2인승 좌석에서 한 개를 제거하고, 짐칸을 넣은 트위지 카고(1인승)를 판매하기도 한다. 세 모델 중 가장 비싸다.

전기차 개조 플랫폼 이빛컴퍼니의 박정민 대표는 “트위지에 사람이 두 명 탔다고 하면 15도 언덕의 경사도 못 올라간다. 눈비가 오면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기본적으로 트위지의 적재공간은 부족하고, 기본옵션에 창문이 없어서 지퍼달린 비닐을 창문처럼 이용하는데 도난에 취약하다는 한계도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의 최근 보도[르노삼성차, 전기차 ‘트위지’ 배달차량으로 내세웠지만 어긋나]에 따르면 1년 전에 트위지 음식배달 확산 도입을 발표한 BBQ 역시 직영점에 도입한 60대 이후 추가 도입계획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BQ가 공식적으로 이유를 밝히진 않았으나, 아마 비슷한 문제를 겪었을 것이라는 게 전기차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기차의 ‘속도’가 이륜차에 비해 느린 것도 배달효율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예컨대 혼다 A6 전기자전거는 최대 시속 30km(에코모드시 최대 시속 20km)로 달릴 수 있다. 최대속도로 달리다고 하더라도 오토바이 주행보다 한참 느리다. 그리고 배달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그만큼 배달기사가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음식배달 건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말한다. 참고로 기자가 최대 시속 25km의 전기자전거로 서울 마포구에서 직접 음식배달을 해본 결과, 공통경로의 주문을 묶어가지 않으면 시간당 많아야 2~3개 정도의 음식배달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혼다 A6의 제품사양. 오토바이처럼 생긴 이 모델이 전기자전거라 불리는 이유는 시속 30km라는 최대 속도 덕분이다. 참고로 혼다의 전기자전거 중 A가 붙은 모델은 배달용 바구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르노 트위지는 배터리 성능에 따라 최대 시속 80km(최대시속 45km 모델도 있다.)로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사륜차’이기 때문에 생기는 도심 이동 속도 저하 문제가 있다. 이륜차는 차량과 차량 사이를 가로지르는 속칭 ‘와리가리’가 가능하지만, 사륜차는 교통체증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특히나 음식배달의 주문 피크타임으로 알려지 오후 5~8시는 동시에 사륜차 교통체증 피크타임이기도 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륜차 배달 경험이 있는 한 배달기사는 “오토바이로 배달을 한다면 피크타임 기준 7~8개를 배달할 수 있다면, 자동차로 음식배달을 하면 절대 시간당 4개 이상 하기는 어렵다”며 “오토바이처럼 교통정체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어렵고, 가장 큰 문제는 음식점에 픽업을 갔을 때 생기는 주차문제다. 주차를 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음식점도 있고, 그렇다고 이면도로에 주차를 하면 불법주정차 단속에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음식배달 수단으로 트위지가 확산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충전 문제도 있었지만, 속도에도 제한이 있었다”며 “예를 들어 오토바이는 이면도로나 사람이 붐비는 거리를 지나갈 수 있었는데, 트위지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 상황에서 트위지 음식배달 도입은 맞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전기차 배달 확산을 위한 숙제들

전기차 음식배달은 아직까지 기술과 인프라 측면의 한계로 배달효율 측면에서 이륜차에 비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의 배달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전기차 업계 관계자에게 들어봤다.

박 대표에 따르면 전기차 음식배달의 확산을 위해서는 배터리 충전이 아닌 ‘배터리 교체’가 가능한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 당연히 기존 방식처럼 배터리 교체에 20~30분 이상이 소요되면 안 된다. 빠르고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어야 배터리 교체 시간으로 인한 주문 손실 없이 음식배달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교체시 혹 발생할 수 있는 감전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명확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인프라 확산도 필요하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는 당연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 이상으로 혹여 전기차 주행중 사고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전기차 AS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서 트위지 같은 경우는 도로주행 중 고장으로 시동이 멈추면 당장 극복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 대표는 “최근 전기차를 제작하면서 트위지 부품을 몇 개 사용했었는데, 제작중 문제가 발생해서 이모빌라이저 스캐너(진단기)가 있는정비소를 찾은 적이 있었다. 이 때 스캐너를 가지고 있는 정비소가 서울엔 없고 경기도엔 두 개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더 큰 문제는 정비소에서 스캐너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스캐너를 활용하여 차량 정비를 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 손으로 차를 고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빛컴퍼니는 전기차를 직접 만들만큼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라 어찌어찌 직접 차량을 수리했다고 하지만, 아무 기술력이 없는 일반인이 이런 상황을 겪는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전기차의 가능성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효율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분명한 효용이 존재한다. 부족한 배달기사를 충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퍼스널 e모빌리티를 배달수단으로 활용하는 업체들의 모습이 늘어나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한다. 메쉬코리아가 지난 3일부터 퍼스널 모빌리티 업체인 매스아시아와 협력하여 일반인 배달기사를 모집한 ‘부릉프렌즈’가 대표적인 예시다. 퍼스널 모빌리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도 e모빌리티를 결합한 일반인 배달기사 모집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 수요는 늘어나는데 배달을 수행할 라이더를 수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오토바이는 초심자들이 배우기엔 난이도가 있지만, 전기바이크나 전기자전거는 일반인 수준으로도 소정의 교육만 이수하면 배달기사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활용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오토바이를 보완하면서 들어올 만한 새로운 접근법과 운송수단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유럽에서 이미 일반인을 활용한 배달 모델이 활성화된 것처럼 한국에서도 탄력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게 가능해진다면 우리 배민라이더스도 안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우아한형제들 본사에 주차된 민트색 랩핑이 되지 않은 10여대의 전기자전거는 ‘배달용’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민트색으로 랩핑되지 않고 주차된 혼다 전기자전거는) 회사 차원에서 쓰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임직원들이 출퇴근용으로 많이들 구매해서 타고 있는 것”이라며 “언젠가 우아한형제들 마케터들 사이에서 혼다 전기자전거 열풍이 불어서 단체로 공동구매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