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형제들과 메쉬코리아가 앞으로 바라보는 ‘일자리 패러다임’의 방향은 같다. 그 방향이란 ‘플랫폼 일자리’의 확대다. 두 기업의 대외협력(CR) 담당 임원은 8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공동 주최한 ‘스타트업이 묻고, 국회가 답하다’ 행사에서 플랫폼 일자리를 위한 제도 개선을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두 기업이 말하는 ‘플랫폼 일자리’란 특정 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플랫폼을 통해 개인이 일한만큼 돈을 버는 형태의 일자리를 말한다.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CR실 이사에 따르면 과거 일자리는 1개의 직업을 갖고,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고정적인 시간에 일을 하며, 1개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고용되는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플랫폼 시대의 일자리는 여러개의 직업을 갖고,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근무를 하며, 그 수단으로 여러 개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여기서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노동자에게 기술을 기반으로 충분히 돈을 벌만큼의 ‘수요’를 매칭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자가용을 보유한 공급자에게 쿠팡 로켓배송 고객까지의 라스트마일 배송 수요를 위탁하는 ‘쿠팡플렉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에게 대리운전 서비스 수요를 공급하여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카카오드라이버’, 마찬가지로 운전면허가 있는 공급자에게 쏘카 공유차량을 수요 밀집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등의 탁송 수요를 주선하는 ‘쏘카 핸들러’가 대표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라이더스’와 메쉬코리아의 ‘부릉’이 간접 고용하는 ‘배달기사’ 또한 플랫폼 일자리에 속한다. 두 플랫폼에서 전업으로 일을 하는 노동자도 있지만, 원하는 시간만 파트타임으로 배달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혼재돼 있다.

이 이사는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면서 만들어지는 가장 좋은 효용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공급자의 유휴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함과 동시에 수익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규제의 틀 안에서는 플랫폼이 산업으로 성장하기에 제약이 많다”며 “국회와 정부가 노동의 문제에도 공감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플랫폼 노동자는 특수고용직 아닌가?

플랫폼 노동자가 새로운 것이냐면 그것은 아니다. 이미 과거부터 있었던 퀵서비스기사, 화물운송기사, 택배기사는 모두 ‘플랫폼 노동자’의 형태를 띄고 있다. 법적으로 이들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불리는데, 모두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받아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는 퀵서비스 기사라면 ‘인성데이타’, 화물운송기사라면 ‘전국24시콜화물’이 대표적이다. 택배기사는 개인이 일을 한 만큼 건당 임금을 지급받고, 집하 영업을 한만큼 추가 임금을 받으며 택배 인프라를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있는 노동자라고 볼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는 ‘공유경제’와 ‘긱(Gig) 일자리(비정규직 노동자, 임시직 노동자)’의 양면성을 띄고 있기도 하다. ‘공유경제’를 내세우는 플랫폼들은 서비스 공급자의 유휴 시간과 유휴 공간, 유휴 경로를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그것은 허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실상 플랫폼 노동자가 확산됨에 따라 고용의 주체는 기존 기업에서 플랫폼으로 바뀌고, 고용의 형태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때때로 면허로 보호 받는 기존 산업을 침해하는 무면허 전업 노동자를 양성할 수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플랫폼의 답변, 그럼에도 새로운 것

긱일자리 양성에 대한 비판에 플랫폼도 할 말은 있다.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 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급자의 수익이다. 예컨대 서울연구원이 2017년 2월 발표한 ‘앱 택시 활성화에 따른 택시 운행의 변화와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과 대비해서 2016년 앱택시를 이용하는 개인 택시기사의 영업회당 수익은 20% 이상 증가했고, 법인택시 기사의 수익 역시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은 이를 카카오택시라는 플랫폼이 공급자인 택시기사에게 택시 수요를 적절히 매칭시킨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택시 플랫폼이 노동자 수익에 미친 영향(자료: 서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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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코리아 역시 기술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의 수익 개선에 도움을 줬다고 이야기 한다. 시스템을 통해 다량의 주문을 한 번에 픽업(멀티픽업)하고, 마찬가지로 다량의 주문을 한 번에 배송(멀티드랍) 가능하도록 묶음 배송을 지원하여 배송기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방식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메쉬코리아 시스템을 통해 특정 근무 시간만큼의 예상 수익을 확인할 수도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승엽 메쉬코리아 전략기획실장(CR팀장)은 “메쉬코리아는 매년 30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오더 취소율은 1% 미만에 머물고 있는데 그 수치가 우리가 플랫폼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증거”라며 “플랫폼들이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일부 비판이 있지만, 우리가 비교돼야 하는 대상은 플랫폼 회사가 등장하기 전의 직업이다. 메쉬코리아가 등장하기 이전에 치킨집에서 일하던 배달원분들, 메쉬코리아 전에 퀵서비스업체에 일하던 기사들과 비교해본다면, 플랫폼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개선했고 앞으로도 많은 것을 이뤄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법은 없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의 범위를 규정하는 법령은 없다. 이에 따라 퀵서비스, 배달대행, 대리운전 등 규제가 전혀 없었던 산업에서는 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실장은 “O2O 산업에 규제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륜차 물류업계는 규제가 너무 없어서 문제”라며 “현재 한국법은 플랫폼 노동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 자체가 없는데,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안전망에 대한 논의도 함께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최근 정부가 업계의 규제 도입 니즈에 답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금까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묶여있었던 ‘택배업’을 분리하고, 아예 제도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이륜차물류(퀵서비스, 배달대행 등)’를 포괄하여 ‘생활물류서비스법’을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일하 국토교통부 물류시설정보과장은 “시대적 부흥에 맞춰서 생활물류 서비스 법을 만들고, 이륜자동차와 택배 등 이커머스 물류 사업자들에게 인센티브와 같은 각종 혜택을 주고자 준비 중”이라며 “플랫폼을 통해 기존 음지에 숨어있었던 이륜차 물류업계의 부가세 징수 등 세수를 표면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륜차 물류업계의 부가세 면제 방안 또한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플랫폼 노동자를 규정하는 과정에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 화물운송처럼 신규 증차가 규제된 산업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진입을 반대하는 기존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간 첨예한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달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만 카풀 한정운행을 허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맞춘 것이 갈등의 결과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카풀업계는 운행시간 제한에 대한 불만을, 택시업계는 카풀업체의 운행 자체를 전면 폐지해야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이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박재진 기획재정부 서비스경제과장은 “O2O사업의 높은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정부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은 신산업과 기존 산업간 상생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여, 우리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명이 오고 있다. 그 문명을 창조하고 만들어가는 이들을 과거의 가치를 가지고 재단하는 순간 대한민국에서 혁신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정부가 기존 제도를 가지고 누구를 두둔하고, 편드는 것이 아니라 공정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할 때 혁신성장을 이끄는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