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오디오클립   IT TMI의 4월 30일과 5월 6일 방송 내용입니다.


 

남혜현: 안녕하세요, IT TMI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입니다. 옆에는 공동진행자죠, 심스키 님 나와 계시는데요, 소개부탁드려요!

심스키: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심스키입니다.

남혜현: 최근에 강병원 민주당 의원실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랑 같이 진행한 ‘스타트업 생태계 혁신 토론회’에 다녀왔는데요, 사실 국회토론회라는 게 좀 그렇잖아요, 엄청 지루하기도 하고. 근데 지금 제 앞에 나와 계신 이 분이, 엄청 사이다 발언을 하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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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을 꼭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토론 끝나자마자 달려가서 좀 나와 주실 수 없냐고 출연 요청을 드렸거든요. 그렇게 모시게 된 분인데요,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님을 소개드립니다, 인사 좀 부탁드려요.

김영덕: 안녕하세요,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김영덕입니다.

남혜현, 심스키: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남혜현: 상무님, 자기소개를 직접 해주셔야 해요(웃음).

김영덕: 어떻게 하지?(웃음). 외모는 사실은 굉장히 어려보이는데…

남혜현: 여기 라디오라고 너무…

김영덕: 실제 외모는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해요. 30대냐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은 벤처 1세대라고 할 수 있고 국내에서 1996년도에 인터넷 쇼핑몰을 처음 시작한 회사 중 하나였던 인터파크라는 회사에서 CTO로 3년 일하고, CMO로 3년 일하고…

심스키: 창업팀으로 시작을 하신 거예요?

김영덕: 창업팀은 아니고요, 코스닥 상장하자마자. 조인할 때 20~30명 정도일 때였는데 제가 나올 때 1000명이 넘었으니까… CTO 3년하고, 특이하게 CMO 3년하고 마지막 1년은 CSO를.

심스키: 뭐하시는 분이세요?(웃음)

남혜현: C레벨만… 그게 다 영역이 다른데…

김영덕: 그러게요. 하나도 잘 못하니까 이것저것 다 하고(웃음). 마지막에는 게임 자회사의 대표 1년 하고요. 인터파크가 게임도 시도했었거든요.

남혜현: 그러다 벤처 투자 쪽으로 가시게 된거에요?

김영덕: 사실 제가 2000년도에 CTO할 때 사내벤처로 지마켓 전신인 ‘구스닥’이란 회사를 만들었어요. 그 스토리가 조금 특이한 건 제가 사내벤처로 사업 제안을 하는데 파워포인트 한 장짜리로 했어요. 정확하게 9줄 정도로. 제가 대표 옆방이었으니까, 가서 보여 드리고. 우리 그걸로 미국 진출하려고 했었어요. 미국 진출하고 나스닥에 상장합시다, 그 얘기를 하니까 대표님이 되게 좋아하셔 가지고 20억원을 주셨죠.

심스키: 그래서 지금 지마켓이 나온 거예요?

김영덕: 그때 지마켓 시작되었죠. 중간에는 사실 잘 안 됐어요.

남혜현: 그러면 지마켓의 기획자이신거네요? 최초?

김영덕: 최초 기획자이자 설립, 코파운더죠. 사실 파운더죠, 제가. 아이디어는 사실은 그 사업의 기여도 1% 밖에 안 된다잖아요? 그래서 1.X % 받았어요, 스톡옵션을.

심스키: 실행은 안 하시고 제안만 하신 거예요?

김영덕: 제안하고 시스템 만들고 사업팀 꾸리고 멤버 구축하고. 버전 1.0은 제가 했죠.

심스키: 그걸 계속하셨으면 지금 어마무시한 부자가 되셨겠네요.

김영덕: 어… 그래도 1%도 꽤 돼요. 나중에 이베이에 팔 때, 금융위기 때 10억불이 넘었으니까. 꽤 큰돈을 벌었죠.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정도만 해도…

심스키: 10억불의 1%면.

김영덕: 천 몇백만불 돼요.

남혜현: 그러면 우리나라돈으로 얼마예요?

심스키: 100억원?

김영덕: 그쵸, 뭐 100억원은 되죠.

남혜현: 부자시네요.

김영덕: 외모와 다르게 사실은, 나이도 많고 돈도 꽤 있어요(웃음).

심스키: 지금 이 스튜디오에 들어왔던 역대 인물 중 가장 부자시네요.

남혜현: 저 부자 처음 보는거 같아요(웃음).

심스키: 지금 하시는 일이 롯데엑셀러레이터, 벤처 투자가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김영덕: 중간 얘기를 안 했는데, 그러고 한 10년을 논 거 같아요.

남혜현: 돈이 많으니까(웃음).

김영덕: 미국 가서도 몇 년 놀고, 사업도 두 개 정도 했고, 창업하고 망해먹고. 또 투자도 하고, 엔젤 투자로 한 10년 정도 했고. 그러다 이제 만 4년이 지났네요. 롯데 그룹에 정보통신이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CTO를 1년 못 채운 정도 하다가 이 엑셀러레이터에 조인을 하게 됐죠.

남혜현: 롯데엑셀러레이터는 어떤 회사에요? 회사 소개를 좀 해주세요.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는, 2015년 9월 정도에 신동빈 회장이 미국의 와이컴비네이터 같은 혁신적인 액셀러레이터를 롯데도 한번 해보자, 직접 말씀 하셨어요. 그래서 이제 그 얘기를 제가 전해듣고, 그룹에서 제가 가장 적임자잖아요

남혜현: 내가 엔젤투자자 출신이다!

김영덕: 그룹내에서 보면 벤처 문화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최소한 세 명 중 한 명은 됐을 거예요. 제가 손도 들고, 지금 법인 대표되시는 분이 추천도 하고 그래서 사업총괄임원이 됐죠. 셋업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혜현: 롯데에서 엑셀러레이터가 생길때부터,

김영덕: 와이컴비네이터 같은 혁신적인 그런 엑셀러레이터를 만들어 보자라는 회장님의 지시, 권유라고 해야 하나요? 했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바로 법인설립에 들어갔고 초기에는 처음에 150억원 자본금으로 시작했고요. 지금은 조금 증자를 해서 250억원 자본금을 가진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 하나입니다

남혜현: 지금 몇 군데 정도 투자를 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김영덕: 저희가 한 90여군데 정도 투자를 했고요,

남혜현: 혹시, 저희가 알 만한 회사도 있을까요?

김영덕: 혹시 보맵이라는 회사 아시나요? 저희가 첫 번째로 선발한 1기 기업입니다.

남혜현: 알죠, 보맵이 혹시 지금 들으시는 분들은 모를 수도 있는데, 보험정보 관련된 것들을 하나로 통합해서 보여주는 앱이거든요. 사실, 이 보맵이 최근에 100억원 투자 받았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그렇죠?

김영덕: 저희가 그중에 20억원 투자했고,

심스키: 추가 투자를 하신거예요?

김영덕: 네, 저희가 조금 특이하게 엑셀러레이터이긴 한데, 일조의 벤처캐피털, 신기술 금융회사로 등록이 되어 있고, 별도의 펀드도 있습니다.

심스키: 펀드 규모는 어떻게 되나요?

김영덕: 작년에 만든 건 270억원 정도 되고 그 외에 작은 목적 펀드 한두 개가 더 있어서 작년에 한 300억원 정도 만들어서 집행하고 있고, 올해는 훨씬 더 큰 규모로 지금 만들고 있습니다.

남혜현: 사람들이 그런 것 좀 궁금할 거 같은데 수익이 나나요?

김영덕: 음… 사실은, 우리 법인이 처음에 만들어질 때 첫 번째 목적이 사회공헌을 하자. 대기업이 여러 가지로 욕을 많이 먹잖아요? 이미지도 사실은 좋지 않은 것도 많고 갑질 이런 것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으로 봉사활동이나 또는 기부금 같은 걸 내는데 조금 더 효율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뭐냐… 스타트업 육성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엑셀러레이터라를 본 거죠. L캠프라고 해서, 사무실도 무료로 대여하고 멘토링도 하고 이런 것은 사실은 적자 사업이죠. 인건비도 많이 들고. 연간 그 사업부문에서 이십 몇 억원 정도 손해가 나요. 그런데 투자 부분은 별개로 롯데그룹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목적으로 하고 그런 것이 그룹과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또 기존 계열사들이 신사업 영역을 개척한다거나 할 때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문화를 받아들이며 좋겠다는 목적이 있어서, 그 부분에 기여하는 바가 크죠.

심스키: 롯데엑셀레이터는 투자하는 분야가 정해져 있나요?

김영덕: 그런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룹에 있는 기존 사업 영역하고 시너지가 나는, 겹치는 부분이나 연관성이 큰 부분으로 선발해야 좋지 않냐고 하는데, 그게 직관적으로 맞는 얘기죠. 그런데 그렇게 접근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면 혁신이란 건 우리가 예상 못한 곳에서 일어나거든요? 그러면 우리 상상 안에 있는 것들만 제한해서 선발하기 시작하면 진정한 위협이 되는 혁신은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제한을 두지 않고 하나의 기준만 가져요. 우리의 사업영역하고는 무관하게, 첫 번째는 좋은 회사를 뽑는다.

심스키: 좋은 회사의 기준이 뭔가요?

김영덕: 좋은 회사라는 게 사업에 혁신성이 있고 성공 확률이 높은 회사. 그거는 시점마다 다르긴 한데 평가하는 시점에 최대한 그걸 먼저 보죠.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보면 기존 사업영역과 연관성을 먼저 찾고 그 다음에 좋은 회사냐 아니냐를 보잖아요? 우리는 순서를 바꿔서 좋은 회사를 먼저 선택하고 그 다음에 연관성에 대해서는, 찾으면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대기업이 어떻게 보면 장점인 게 굉장히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잖아요.

남혜현: 그걸 안 좋은 말로 문어발이라고 하는…

김영덕: 그게 현재를 보면 실제로 몇몇 경제학자들은 그 얘기를 해요. 우리나라의 재벌들이 과거에는 그런 단점이 있었는데 오히려 지금처럼 융합의 시대에서는 훨씬 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산업이 섞여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되는 구조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저희가 연관되는 계열사를 찾을 때는 어떤 스타트업을 발굴 하더라도 이 회사는 계열사의 누군가와는 연관이 돼요. 그래서 오히려 좋은 회사를 뽑는다고 딱 기준을 정하는 게 훨씬 더 명확하죠.

심스키: 좋은 회사를 선택하는 딱 하나의 뷰포인트가 있나요?

김영덕: 관점마다 달라요. 사업에 따라서도 다르고. 예를 들어 B2C 사업이면 대고객 마케팅이나 또는 고객의 볼륨을 넓히는 게 굉장히 핵심역량일 수 있잖아요? 그러면 마케팅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고 내부의 멤버들 중에 그런 역량이 얼마나 많으냐, 이런 것들을 집중적으로 보게 되는데 반대로 인제 B2B 사업영역이면 기업이 원하는 정확한 솔루션이나 또는 대안들, 기존의 문제들이 있던 것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해야 되잖아요? 그런 걸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비즈니스 모델이나 또는 B2B 관련한 세일즈 역량이나 이런 것들을 보게 되기 때문에 하나로 말하긴 좀 애매해요.  전체적으로는 공통점을 찾아내려고 하면 결국은 창업자들의 역량이죠. 자기 사업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누가 많이 가지고 있느냐 그걸 찾아내는 게 선발할 때 핵심이죠.

남혜현: 너무 어려울 거 같은데, 그 역량이라는 게 단기간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잖아요?

김영덕: 어쨌든 창업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만든 아웃풋이라고하면, 첫 번째 사업계획서 같은 게 있을 거고, 만나서 얘기를 하거나 피칭 할 때 그 사람의 태도나 말하는 방식 또는 말하는 논리나 이런 것들. 옛날에도 어른들이 말씀하실 때 신언서판이라고 하잖아요? 말이나 행동이나 글, 그 다음에 그 동안 사회생활하면서 만들었던 산출물, 간단한 웹 페이지거나 목업으로 만든 시제품이든 간단한 스케치든 그 사람이 만든 아웃풋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죠. 사람을 아주 깊이 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짧은 시간에 알아야 되니까 여러 사람이 동원 되죠. 저희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도 같이 참여해서 입체적으로 보려고 그러죠.

심스키: 옛날에 그래도 꽤 성공했다는 벤처캐피탈 대표랑 얘기해면서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자기는 그 팀만 본다고 하더라고요. 비즈니스모델이니 아이디어니 기술이니 안 보고 그 사람만 본대요.

김영덕: 그게 맞는 얘기죠.

심스키: 비즈니스 모델이나 아이디어는 대부분 쓸모없는 경우가 많고(웃음), 처음 시작할 때 기획한대로 되지도 않고 나중에 다 바뀌기 때문에 변화에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냐 그것만 본다고 하더라고요.

김영덕: 맞습니다. 저도 옛날에 지마켓 만들 때도 3년 만에 자본잠식 됐거든요. 시스템은 사실 나중에 다 바꿨어요. 비즈니스 모델도 바꾸고. 그걸 추진했던 사람의 역량, 팀의 집념 뭐 이런 것들이 중요하죠. 스타트업 하나 성공하는데 길게는 10년 걸린다잖아요? 10년을 버텨내려면 체력도 좋아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하죠. 그다음에 성깔도 좀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옆 사람하고 같이 일 못할 정도의 나쁜 성격이면 안 되고. 성공하는데 여러 힘든 조건이 있죠.

심스키: 최근에 쏘카에서 VCNC를 인수했잖아요. 쏘카가 데이팅 앱하는 회사를 인수해서 저걸 왜 인수했을까 했는데, 결국 사람 하나 보고 인수를 해서 타다를 만들어낸 거잖아요?

김영덕: 사실은 그것도 보면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큰데, 창업자를 볼 때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을 구분 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그거예요. 먹이가 여러 개가 있어요. 그 중에 뭘 선택할 거냐. 선택을 보면 이사람이 프로페셔널인지 아마추어인지 알 수 있어요

남혜현: 먹이요?

김영덕: 먹을 거리가 두 세 개가 있는 거죠. 아까 데이팅 앱도 있고 타다도 있고 한데, 프로는 하나를 선택하죠. 지금 이 순간은 하나를 선택하고  두 개를 절대로 동시에 추진하지 않아요. 하나를 집중해서 하고 그게 충분히 성과를 내면 그 다음으로 옮겨 가거나 또는 그걸 더 확장하는 쪽으로 가죠. (동시에 하면) 실제로는 큰 성과를 내기가 힘들어요

우물을 파는 비유를 많이 드는데 우물을 15m를 파면 물이 나온다고 가정해봐요. 근데 대부분은 10m를 파고 옆으로 옮겨서 또 10m 파고, 그러다보면 큰 물줄기는 못 찾죠. 작은 물줄기는 찾아서 목을 축일 수는 있는데, 이게 뿜어져 나와서 농토를 적실만큼 되려면 깊이 파야 되는데 그러려면 선택해야 돼요. 여러개 중에 하나를 짚어서.

남혜현: 그런데 수맥을 잘 짚어서 파야하니까

심스키: 팠는데 물이 없는 데면 어떡해…

김영덕: 누구나 마찬가진데, 그 확률은 제가 볼 때는 논리적으로 동일하다고 보면, 15m를 파는 사람은 그나마 우물을 발견할 가능성이 있는 거죠. 그런데 14m만 계속 파는 사람은 확률이 제로죠.

심스키: 근데 그것도 15m까지 파야한다는 사실을 알 때는 파는데 몇 미터까지 파야되는지 모르니까.

김영덕: 예리하시네요. 그게 또 다른 맥락 중에 하난데요,

남혜현: 저희 대푭니다!

김영덕: 괜히 대표가 아니네요. 제가 또 다른 비유를 드는데, 창업자들이 데스밸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데스밸리의 진정한 공포가 뭔지 아세요? 끝을 알 수 가 없다는 거예요. 사막을 건너는데 정말 슬픈 현실은, 언덕만 넘으면 오아시스가 있는데 대부분 그 오아시스 앞에서 죽거든요. 그런데 오아시스가 있는 걸 알면 사람은 절대로 죽지 않아요. 100km가 되든 150km가 되든 아무리 멀든 간에 얼마 안에 있다는 걸 아는 순간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인간을 좌절하게 하는 건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떤 어려움이에요. 그러면 결국 데스밸리에서 데스가 일어나죠. 그걸 버텨내는 게 결국 집념과 의지와 정신력인데, 그래서 사업이 어렵죠.

남혜현: 지난번 국회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다뤘었냐면 “정부가 너무 깊게 관여를 한다, 너무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는 바람에 생태계가 더 잘 굴러가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가 더 궁금하고, 또 하나는 국내 벤처투자자들도 글로벌 진출을 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 이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안 좋은 영향을 주는가, 그런 얘기들 하셨었거든요?

심스키: 그런데 청취자 중에는 스타트업이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모르는 분들이 있으니까 한국 스타트업의 현재 상황 브리핑을 먼저 해주시고…

김영덕: 스타트업이 용어 자체가 되게 생소하잖아요? 우리가 10년 전에는 벤처라고 하고, 지금은 또 벤처캐피탈이라 하고, 다 벤처라고 하는데 왜 갑자기 생뚱맞게 스타트업이야? 라고 하죠. 그런데 사실은 제가 몸담았던 인터파크나 지마켓이나 또는 네이버나 카카오 다 벤처기업이죠. 메디힐(마스크팩) 만든 회사도 벤처죠. 벤처가 사실은 우리나라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잖아요? 새로운 기업형태였는데, 생뚱맞게 스타트업이라고 하니까.

남혜현: 그러면 왜 스타트업이라고 하는거죠?

심스키: 미국에서 스타트업이라고 하니 따라온거죠.

김영덕: 대략 보니까 옛날에 제가 몸담았던 벤처하고 지금의 스타트업은 조금 결이 달라요. 방법론이 좀 진화됐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스타트업은 가설을 세운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고객을 우선시 해야 하고, MVP라고 해서,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고 시장 테스트를 빨리 하고, 그래서 가설검증을 빨리 하는 게 스타트업의 방법론이죠. 이게 사실은 스타트업의 핵심적인 부분이에요.

심스키: 요즘 말하는 린스타트업 이런 건가요?

김영덕: 그렇죠. 구체적으로 이렇게 창업 하는 것이 좀 더 성공확률을 높인다는 방법론이 나름 잘 정립된 거죠. 그래서 자기가 생각하는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옛날에는 완벽하게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으면 좋겠다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어설프더라도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놓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은 다음에 아닌 거 같으면 빨리 닫거나 바꿔서 시장에 다시 내 놓는 과정을 굉장히 신속하게 하는 게 린스타트업 개념이고, 스타트업 방법론이라고 이해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남혜현: 우물을 깊게 파기에는 안 좋은 것 같아요?

김영덕: 우물을 그러니까, 100m를 파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15m(웃음).

심스키: 지난 정부부터 창조경제 이런 게 나왔고 이번 정부도 혁신성장을 얘기 하잖아요?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기조가 두 정부에 이어져 오고 있는데, 그래서 요즘 스타트업 분위기가 활성화 되어 있나요?

김영덕: 기본적으로 양적으로 굉장히 활성화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기여한 바가 크기도 하고요. 효과적이냐?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효율적이냐? 비효율적입니다.

이걸 조금 달리 보셔야 되는 게 1년에 수십조원의 돈이 들어가잖아요? R&D에 20조원이 들어가죠, 물론 전체 예산에 비하면 아직도 과하게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수십조원의 돈이 그렇게 쓰이는 데 효과는 (당연히) 있죠. 세상에, 30조원 가까운 돈을 쓰는데 효과가 없으면 이상한 거죠. 공공근로 사업을 해도 30조원을 풀면 당연히 경제효과가 있죠. 재정 효과라는 게 원래 그런 거죠. 그런데 효율이 있냐면 생각을 달리 해봐야 하죠. 측정을 해봐야 하는 건데, 첫 째는 이게 효율적인지 아무도 측정을 하지 않죠.

남혜현: 측정이 사실, 하기가 좀 어려운 부분…

김영덕: 어렵죠.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회사에서도 인사평가가 어렵지만 측정하려고 하잖아요? 효율을 측정을 해야 그게 효과가 있는 건지 알죠. 얼마나 효과가 있냐, 그게 효율의 문제잖아요. 효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일하는 방식을 바꾸잖아요? 정부는 그렇지 않으니까 옆에서 보면 좀 답답한 거죠.

심스키: 정부가 어떤 식으로 재정을 쓰나요? 스타트업을 위해서.

김영덕: 지원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죠. 눈먼 돈이라고 하죠. R&D라는 명목 아래, 부처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풀고 있고, 어떤 현상이 일어나면 거기에 맞게 – 예를 들어, 이번 주에 청년실업 문제가 신문에 나면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니어 문제가 보도되면 시니어 창업 프로그램을 또 만들고 이러는 것처럼 – 대증요법으로 펀드를 조성하죠.

장기적인 큰 목표를 가지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는데, 그렇게 찔끔찔끔 쓰는 거죠. 효율적이냐고 묻는다면, 옛날에 피터 드러커가 얘기했잖아요. (미국에서) 민간 기업이 60마일로 달리면 정부나 공공은 20마일로 다닌다고요. 우리나라는 과연 몇 마일일까? 미국 공공 시스템은 우리보다는 잘한다는 생각이 있잖아요? 그것도 측정을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우리 공공 쪽은 그런 면에서 조금 뒤쳐져 있지 않느냐는 건데. 본질적으로는 왜 그럴까라는 고민을 많이 해요.

남혜현: 공공시스템이 개혁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얘기인거죠?

김영덕: 공무원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잖아요? 만나 보면 굉장히 똑똑해요. 그리고 현재 문제들에 대해서 얘기해보면 저보다 더 많이 알아요. 기본적으로는 고시를 패스한 친구들이라 머리도, 기억력도 월등히 좋고, 보면 (제가) 열등감도 느끼고 이러는데, 하는 일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거든요. 아, 일은 내가 잘하나 보다(웃음). 그걸 반복적으로 보다보면 ‘왜 그럴까’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생각해보니, 우리가 혁신을 얘기하잖아요? 기업이나 우리 사회나  젊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나 친구들을 만나보면 정말 날아다니잖아요. 근데 우리 시스템, 특히 공공 시스템을 보면 3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사실은 똑같아요. 일하는 방식이 진짜 똑같아요.

남혜현: 이게 정책 결정자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현장 공무원의 문제인걸까요?

김영덕: 제가 보기에는 둘 다 문제는 아니에요.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을 만나보면, 국회의원들 너무 똑똑하잖아요. 말도 잘하고 모르는 게 없어요. 만나보면 또 열등감을 제가 느끼죠. 그런데 일하는걸 보면, 아니 왜… (웃음). 그건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인 거예요. 정부나 국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이 30년 전 시스템인 거예요. 일하는 방식이나 의사결정하는 구조, 플레이 하는 방식, 그걸 측정하는 것 등. 근데 기업들은 이미 30년 전보다 굉장히 업그레이드 되어 있거든요. 기업은 개선 안 하면 다 망했거든요. 그런데 정부는 절대 안 망하잖아요. 왜냐면 끝없이 돈을 대주는 국민이 있잖아요.

심스키: 지난번 국회 토론회 때 정부 규제와 관련해 쓴 소리를 하셨다고요?

김영덕: 규제를 풀라고 대통령이 말해도 안 바뀝니다. 그건 시스템의 문제죠. 예컨대 규제 샌드박스를 하면서 어떤 규제를 풀어주라고 했을 때 여러 부서가 얽혀 있고, 또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내가 왜 풀어 줘야 돼, 이거 풀어 줬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 일이 없으면 그냥 정년까지 월급 호봉이 계속 올라가고 승진할텐데 잘못되면 내 인생이 날라가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죠. 보수적으로 행동하면 아무 피해가 없으니까요. 일을 열심히 하다 잘못됐을 때 감사를 안 받게 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는데, 사실은 불가능해요.

남혜현: 그러면 미래가 너무 어두운 거 아닙니까?

김영덕: 사실은 미국, 중국 등 우리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정부 시스템을 보면 저 국가들은 전기 자동차를 타고 우리는 예전의 T1(예전 경전차)을 타고 있는 거예요. 시스템이 혁신 생태계를 못 받쳐 주는거죠. 우리 시스템을 바꿔야죠.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말할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왜 창업을 힘들어하고 중국처럼 활활 타오르지 않냐고 해보면, 정부의 이런 규제가 있어서 그런데, 막상 그 규제를 풀어주려고 보니까 방법이 없네? 그러면 이 체계 자체가 잘못된 거잖아요? 부처의 권한이나 영역 같은 걸 조정하거나 통합하거나 범부처 형태로 하거나 등등의 할 수 있는 자기들 고민을 먼저 해야죠. 그런데 자기들 문제를 계속 혁신이나 창업이 잘 안 되니까 열심히 하라고 돈을 주고 지원 프로그램 만들고, 지원 프로그램 하는 이들이 와서 “규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면 또 안 된다고 하고. 이게 쳇바퀴 돌듯이 돈은 돈대로 나가고 효율은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니까.

심스키: 그런데, 그런거 하라고 국무조정실이나 이런게 있는 것 아닐까요?

김영덕: 국무조정실이 있는데 그 정도 힘으로 안 되는거죠. 이게 힘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말단의 권한을 가진 공무원을 대통령이나 국무조정실에서 찾아가서 “너 이거 해”라고 이야기 할 순 없잖아요. 듣다보면 다 안하는 이유가 있는거죠. 규제 반대편 목소리도 있고.

 

[2부 시작]

남혜현: 네, 그러면 정부의 지원 이야기를 해볼게요.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지원을 받을 만한 곳이 아닌 데까지 지원이 가고 걸러져야 될 곳이 걸러지지 않은 그런 문제도 있다, 이런 얘기를 하셨거든요? 다시 말하면 과도한 투자가 생태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김영덕: 정확하게 표현하면 정부의 지원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어요. 투자가 하나 있고, R&D를 포함한 지원이 있어요. 마케팅, 교육 지원 등등이 있는데. 투자는 제가 볼 땐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우리가 엔젤이나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인식 등이 좀 부족하기 때문에 더 필요한 상태인 것 같아요.

심스키: 팁스(Tips)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김영덕: 팁스 같은 건 잘 된 케이스라고 하는데,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그런 프로그램이 이제 전체적으로 지원 영역인데, 제가 볼 땐 지원이 좀 과도한 거 같아요.

심스키: 팁스도 투자 아닌가요?

김영덕: 팁스의 경우, 팁스 운용사(투자사, 벤처캐피탈이나 엑셀러레이터)가 1억원을 투자하면 최대 9억원까지 (정부에서) 마케팅과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거죠. 지분을 가져가지 않는 순수한 지원이죠. 아무런 지분 희석 없이 9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스타트업이 받는 거죠. 특히 이 영역은 기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서 조금 다르죠. 그런데 정확하게는 1억원의 투자를 받으면 9억원을 지원하는 거라 굉장히 파격적인 지원이예요. 팁스 같은 경우는 기술 스타트업이 커가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고, 해외에서도 성공사례가 많고 그래서 좋은 프로그램을 도입한 거라는 게 지금까지 평가예요. 이스라엘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요.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지원프로그램이 있어요. 그런데 담당 부처 공무원한테 물어보면 (지원이 몇 개나 있는지) 자기도 다 몰라요. 리스트만 몇 페이지에요.

그런데 지원 프로그램이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그게 (필요가 없어졌을 때) 일몰되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아요. 그러다보니 지원이 중복적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정상적인 평가로 인해 잘된 건 살아남고 못된 건 없어지는 게 생태계인데 그래야 세상이 점점 좋아지는 쪽으로 가는건데, 이 지원 프로그램의 세계는 지방까지 수백개의 프로그램이 돌아가는데 (사라지는 게 없이) 특별히 다른 것도 없는데 키워드만 달리해서 돈을 주는 거죠.

그런데 정부가 주는 돈은 감사가 붙잖아요? 감사가 붙으면 절차가 되게 중요하고 절차가 중요하니까 증빙 할 수 있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서류 작업이 많아지죠. 그래서 이런 소리도 있어요. 정부 지원 1억원을 받으면 최소한 그 문서 작업하는데 3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이미 3000만원 날아갔죠? 창업자들이 운 좋게 1억원을 받았다고 해도 그냥 그 돈을 주겠어요? 명분이 있어야 하니까 너는 여기 와서 몇 시간 교육 이수해라. 그런데 사업 하는 사람이 언제 가서 교육 받고 있겠어요?

제가 이렇게 쓴소리를 해서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하는게, 우리 공공 시스템의 속도를 5마일이라고 한다면, 이게 7마일 8마일만 되도 되게 좋아져요. 그걸 하자는 건데, 그 핵심이 뭐냐면, 지원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보니까 이게 창업자들한테도 나쁜 영향을 줘요. 내가 봐도 나는 실력이 안 되는데 선발이 됐고, 그 공돈에 사람이 길들여져요. 그런데 떨어진 친구들은 “내가 더 실력이 되는데? 나는 왜 안 되지?” 이러면 화병이 나잖아요. 분노가 생기고.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도움을 못 받으니 건전한 생태계가 생기지 못하죠. 이번에 새로 장관도 바뀌었으니까 지원 프로그램을 정말 과감하게 지금의 3분의 1정도로 줄일 필요가 있어요.

심스키: 금액은 그대로 두고?

김영덕: 금액도 줄이고요. (아니) 금액은 못 줄이더라도 프로그램 숫자는 대폭 줄여서 심사과정에서 실제로 심사 능력이 안 돼서 제대로 선발 못  했던 것을 현장에서 따져서 좀 더 공정하게 줄 수 있게요.

남혜현: 아예 잘하는 곳으로 좁혀서 지원금을 좀 더 파격적으로 더 주던지라는 말씀이신 거죠

심스키: 아, 근데 이게 되게 어렵다. 정부가 하는 일은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공정성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주관적으로 이 회사가 제일 잘하는 거 같아라고 판단하면 안 되잖아요. 이 회사가 잘한다는 근거가 명확하게 있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서류 심사니 이런 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요.

김영덕: 프로그램 숫자를 줄이면 심사위원의 수요가 줄죠. 그러면 더 수준이 되는 분들이 많이 심사를 할 수 있고 심사의 질이 좋아지니까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공정한) 현상은 나타날 텐데, 그래도 많이 줄겠죠. 그다음에 재원 자체를 지원보다는 투자로 좀 돌리면 좋겠어요. 모태펀드가 1년에 계속 1조원씩 계속 증액해서 3조원, 이렇게 얘기하지만 누가 그렇게 이야기하던데요? 대우조선해양 하나 구제하는데 6조원씩 들어갔는데 창업생태계에 3조원 들어갔다고 뭐 큰소리치냐고요. 여기에 한 10조원 쯤 들어가도, 충분히 규모있게 하려면 투자해서 돈이 좀 넘치는 건 사실은 부작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심스키: 투자를 정부가 하면 지분을 정부가 갖나요?

김영덕: 투자를 직접하진 않죠. 모태펀드나 아니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이 엄청 많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부자가 정부잖아요?

심스키: 펀드가 만들어지면 나중에 그 펀드가 투자를 하면 지분을 나눌 거잖아요? 정부도 지분을 갖는 건가요?

김영덕: 구조가 어떻게 되냐면, 우리나라에 100개가 넘는 벤처캐피탈이 있고 다양한 금융사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정부가 주는 거는 모태펀드라고 해서, 2조~3조원 가까이 돼요. 벌써 그게 십 몇 년 됐기 때문에 자본이 굉장히 많이 축적됐죠. 매년 돌아오는 돈하고 정부가 추가로 내는 돈 하면 거의 3조원 가까이 되는데 이걸 100개가 넘는 벤처캐피탈한테 펀드를 만들라고하고 정부는 출자자로 하는 거죠.

우리가 말할 때는 그걸 LP라고 하죠. 돈을 출자하는 사람이예요. 주식회사의 주식처럼 펀드의 일정부분을 출자하는. 그러면 이 벤처캐피탈은 자기가 돈을 벌어야지 인센티브가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투자 할 때는 최선을 다 하죠. 그리고 심지어는, 해당 투자 건에 대해서 이 사람이 투자한 이력이 계속해서 따라 다녀요. 10년전이든 그 이전이든 어떤 회사에 얼마 투자했나 하는 이런 것이 기록에 다 남기 때문에 심사역이 잘 하려고 최선을 다하죠. 자기 이익과도 직접 관계되고. 그래서 더 효율 적이죠.

심스키: 말씀 잘 들었는데,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이사님이 벤처캐피탈에 다니니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닐까 하는요. 왜냐면 제가 스타트업이라면 투자를 받으면 지분을 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원을 받으면 지분을 안 내줘도 되잖아요.

김영덕: 간담회를 하거나 공개토론회를 하면 스타트업 대표들이 손들고 그 얘기를 해요. 지원을 더 해 주세요. 당연히 지원이 더 많으면 좋죠. 돈이란 게 지분이 희석 안 되면서 받는 게 최고로 좋은 거잖아요. 그래서 이제 다수의 대표들은 그걸 훨씬 좋아하죠. 근데 그게 생태계 전체로 보면 안 좋고, 심지어 돈을 받는 사람도 자기 사업에 성공하는 데 저해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투자자들이 많은데, 정부지원 프로그램에 목매는 창업자한테는 투자 하지말자, 우리는 이런 얘기도 해요. 왜냐면 정부 돈을 먹는데 길들여져서 거기에 열심히 하고 돌아다니다 보면 사업은 언제해요?

남혜현: 방금 투자 나온 얘기가 나온 김에 물어보는데, 우리도 투자를 많이 받아서 유니콘이 된 기업이 많잖아요. 투자자들도 회수가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엑시트를 한다거나 기업공개를 하거나 해야 하죠. 그런데 최근에 한국에서는 엑시트를 한 곳이 없다고 말씀하셨었어요? 왜 그럴까요?

김영덕: 그렇죠. 기업 생태계 전체를 다 봐야 되는데, 간단히 얘기하면 결국은 유니콘이 되거나 또는 유니콘이 되기 전에 기업생태계 내에서 위협적이 되면 사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잖아요? 그런 수천억원짜리 회사가 되면 살 수 있는 데는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밖에 없어요. 그런데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사려면 좀 복잡한 생각이 있는데, 첫째는 우리 기업 환경 자체가 좀 덜 경쟁적이에요. 무슨 얘기냐면 새로운 곳이 나타났어요, 에지 있는 사업을 하고 기술도 좋아요. 미국 같으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데서 먼저 살려고 덤벼 들잖아요? 값이 올라가고 10명도 안 되는 회사를 몇억달러에 사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국내는 과거의 경제개발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냥 정부에서 주는 라이선스를 받은 회사들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냈죠. 또 상당히 계획 경제 아래 성장했잖아요? 그러니까 경쟁 자체가 제한적이죠.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비싸게 살 이유가 없는 거죠. 그 환경이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돼왔고, 기업도 비슷한 사람들 뽑아다 하면 크게 차이가 안 나요. 미국은 완전경쟁시장이잖아요? 누구 하나를 딱 데려가고 그게 경쟁력에 조금의 차이를 내면 사실은 큰 격차를 만들어 놓으니까 미국 기업들은 M&A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회사들은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경쟁적으로 M&A를 하는 거죠.

게다가 국민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데, 정부가 엑시트 문제를 해결하려고 M&A를 하라고 하는데, 막상 그렇게 한다고 치면, 대기업이 2000억원 짜리 회사를 샀는데 관점을 바꿔서 보면 이제 스타트업 생태계도 대기업이 다 잡아먹네? 라는 기사 한 줄이 뜨면 몰매를 맞기 시작하고, 국회의원 중 누군가 하나는 국감에 회장을 부르겠죠. 좋은 일을 하려 했고, 사회에서 권장한다고 해서 믿고 샀는데 “너 왜 문어발식 하느냐, 왜 계열사가 작년보다 늘었느냐”라고 하면, 사실 위축되죠.

심스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해서 그 기업을 더 성장시키고 더 좋은 회사로 만든 경우가 눈에 띄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싸이월드를 산 SK가 싸이월드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이런 경우가 많잖아요?

김영덕: 그쵸. 그거는 근데 제가 볼 때는 실패했지만 좋은 시도라고 봐요. 그런 시도가 그 전에는 거의 없었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그 싸이월드가 굉장히 선진적인, 그러니까 기존에 대기업이 하던 대로 그냥 사람 뽑아서 똑같이 시도했습니다라고 했을 수도 있는데, 스스로 한계를 알고(인수한 거죠). 대기업이 스타트업이 하는걸 그냥 따라하면 잘 안돼요. 대기업이 일하는 방식이라는게 9시에 출근해서 6시 퇴근하고 워라밸 중요시하고 이런 조직에서 이 사람이 죽기살기로 일할 필요가 없잖아요. 근무 환경이나 문화가 관료화되어 있고, 20년전 공무원 문화와 비슷할 거예요. 그런 문화가 새로운 걸 따라하면 백전백패죠. 속도를 못 따라가요.

심스키: 그런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대기업에서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조직 내에서 그 부서는 작은 부서가 되는 것 같아요. 매출 규모도 그렇고.

김영덕: 그래서 최근에는 사내벤처제도나 이런 것들을 많이 하려고 하는데 최근에는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제 생각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살아남으려면 대안이 좀 필요하거든요. 대기업이 이제 사내에서 하는 신사업들이 되게 많은데 성공확률은 제가 볼 때는 스타트업보다 낮을 거예요. 돈은 훨씬 많이 들고요. 왜냐면 일단 인건비가 비싸고 일하는 근무 시간도 짧고, 그 사람들은 집중하지도 않잖아요. 작은 부서에서 자기 딴에는 엄청나게 잘해서 매출 10억원을 내도,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매출 10억원이면 엄청 잘하는 거고, 투자도 엄청 받을텐데, 대기업 내에서는 그거 하려고 그렇게 했냐 비웃잖아요. 문화적으로는 수용이 안 되는 거죠. 하다보니까 그게 신사업 발굴이 내부에서는 힘들죠. 그래서 오픈 이노베이션 개념이 나오고 가능하면 외부에서 사고 외부 사업에 투자해서 확장하는 걸로 인식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그 인식을 바꾸는 사람 중 하나가 제가 될 수 있을까요?(웃음)

심스키: 대기업 중에서 이런 액셀러레이팅을 잘 하는 곳이 있을까요?

김영덕: 저희가 개소식을 스탠딩파티처럼 했어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자기 회사 소개를 하는데 시작할 때 쯤 회장님이 그냥 올라 오셨어요. 혼자. 저희가 15층에서 행사를 했는데 1층에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 오셔가지고 행사장 안으로,

남혜현: 신동빈 회장이요?

김영덕: 네, 혼자 들어오셔가지고. 사람들이 TV에서 본 사람이 와서 보니 신동빈 회장인거예요. 아는 사람들은 “안녕하세요” 인사도 하고. 1시간 반 동안 서서 같이 듣고, 끝날 때쯤 사진 촬영 한다니까 선발된 스타트업 대표들이 팔짱 끼고 “회장님 사진 찍어요”하고 사진 찍고 그랬어요. 그때 행사 한다고 하니까 회장님이 오신다고 그래서 저희가 “우리는 의전 못 한다. 할 사람도 없고 행사 하느라고 바쁘고, 스탠딩이라 자리도 없고” 그랬는데도 그냥 혼자 오셔서 보시고 가셨어요. 근데 그게 굉장한 하나의 메시지가 됐어요. 그래서 다른 계열사의 어떤 대표님이 와도 저희 의전 안 해요. 매년 일 년에 두 번 데모데이 하는데, 그룹에 있는 부회장님들, 대표님들 오면 아무도 신경 안 써요. 우리는 우리 일만 해요. 그게 하나의 문화거든요. 모 대기업이 하는 데모데이 가면 앞에 네다섯 줄은 귀빈석으로 지정돼 있고, 자기 계열사의 임원들이 쫙 앉아요. 정작 그날의 주인공인 스타트업 대표들은 뒤에 서 있어요. 그게 문화를 대변하는 거죠. 돈을 얼마나 쓰느냐, 프로그램을 어떻게 짜느냐도 중요하지만 이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과 동화되는 게 필요해요.

심스키: CVC는 잘 되면, 엑시트를 시켜 주나요?

김영덕: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는 나올 거라고 봐요. 아직은 그 대표적인 사례가 크게 나오진 않았는데 저희가 투자한 회사 중에 처음에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2000만 원 투자 하고 그다음에 1억원 투자 하고 그다음에 5억원 부터 투자하고 그다음에 20억원 투자하고, 계속 따라 들어가요 스테이지마다. 그 다음 단계는 이제 이 회사가 굉장히 좋은 회사면 1000억원에 인수한다, 이런 일들이 생기겠죠. 그럴 수 있기를 바라고. 저희가 한 90개 투자했는데 그중 한 두 개는 사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

심스키: 데스밸 리가 오는 곳들도 있을텐데요

김영덕: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 이야기인데, 망할 회사들은 빨리 망하게 해주는 게 생태계 전체에 좋아요. 우리나라가 유니콘이 잘 안 나온다. 또는 엑시트가 안 나온다 얘기를 하는데 생태계가 건강해서, 창업한 회사 한 2~3년 정도 운영하면 개발부터 마케팅 또는 경영을 해본 친구들이잖아요, 그러면 한 10년 일한 부장보다 훨씬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친구가 정말 많아요. 그 친구들이 지원 프로그램 받아서 먹고사는데 길들여저서 매너리즘에 빠진 다고요. 근데 그게 아니라 과감하게 실패하면 이 친구들이 도약하기 시작하는 보맵 같은 회사에 조인 하잖아요,그러면 그런 회사들이 유니콘이 되는 거죠.

심스키: 투자자 입장에서 제일 최악의 케이스가 근근히 먹고 사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김영덕: 속성을 이해해야 하는게, 벤처투자라는 거 자체가 모험 자본이잖아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벤처 투자인데 하이리스크도 아니고 하이리턴도 아니면 투자하면 안 되는 거예요. 이 회사는 열심히 해서 지금보다 세 배 쯤 커질 회사가 된다? 그러면 투자 안 하는 거죠.

모험 자본은 10배 100배 커질 회사에 투자하고 성공 확률이 1% 라도 1000배 커질 회사에 투자하는게 맞죠. “망할 확률이 적어요” 이거는 모험자본의 성격으로는 말이 안 되는 거죠.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90%는 망했고, 10%는 최소한 30배씩은 커졌어” 그게 정답인 거고 가장 바람직한 모험자본인 거죠. 정부도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한다면,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은 상관없지만 스타트업, 특히 벤처 투자 쪽이면 심지어는 실패 확률이 높은 거를 굳이 그걸 막기 위해 데스밸리를 넘기는 지원 프로그램, 이런 것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큰 그림에서 봐줘야 해요.

남혜현: 글로벌 투자와 관련한 이야길 못 나눴네요. 다음에 또?

김영덕: 네, 그러죠.

남혜현: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 드리고, 지금까지 들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심스키, 김영덕: 다음 시간에 만나요, 안녕!

정리.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