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90개 이상의 국가, 1억 4천 8백만 이상의 가구가 매월 요금을 납부하는 유료 앱의 사용자 경험은 어떻게 설정돼야 할까. 각기 다른 언어, 습관, 영상을 시청하는 문화까지 모두 다른 넷플릭스의 디자인 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넷플릭스가 3월 주최했던 랩스데이에서의 발표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랩스데이에서 발표하는 스티브 존슨 넷플릭스 프로덕트 및 스튜디오 디자인 부사장

 

넷플릭스 디자인팀이 하는 일

넷플릭스의 디자인 팀은 TV, 웹사이트, 모바일 등의 디자인을 담당한다. 그래픽을 만드는 걸 넘어서 소프트웨어나 컴포넌트 등을 다루면서 넷플릭스의 콘텐츠 외에도 전 세계 회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고안하고 만들어 낸다.

프로덕트는 한 번에 하나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AB 테스트를 거쳐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덕트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완성해 나간다.

넷플릭스에서 디자인은 모션 디자인(motion design)부터,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 콘텐츠 디자인(content design)까지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요소를 포함한다.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는 광대한 시각적인 분야를 다 포함하며, 이 모든 것이 모여 프로덕트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디자인의 목표

넷플릭스는 창의성과 영감, 비즈니스 요소에 집중한다. 새롭게 등장한 로고 트리트먼트(영상 재생시 가장 앞에 뜨는 넷플릭스 모션 로고, 아이덴트로 부르기도 한다. 두둥!)와 같은 브랜드 요소+미적인 요소들도 있지만 비즈니스 목표에 부합하는 것들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디자인이 어떻게 비즈니스 목표를 이해하고 반영하며, 그와 동시에 인간적인 면을 반영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

 

Never say never

넷플릭스에는 디자인 원칙이 있지만 절대적인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원칙은 “절대로 절대로라고 말하지 말 것(Never say Never)”이다. 넷플릭스에서는 항상 혁신이 중요하며, 현재 잘 되고 있는 것도 어떻게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한다고.

넷플릭스는 190여개국 이상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팀이 간과하고 있을 것들이 항상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넷플릭스 로고 트리트먼트 또한 회원들이 영화를 즐기는 상황을 고려해 디자인팀이 3개월여를 투자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스토리텔러로서의 디자인

넷플릭스의 콘텐츠 배너들은 각자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시청자에게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것은 디자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디자이너가 스토리텔러가 되어야함을 뜻한다. 즉, 사용자가 경험하는 넷플릭스의 전체적인 경험을 스토리화할 수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스토리화로 넷플릭스는 단편적인 기능이 아닌, 하나의 전체적인 경험을 만들고자 한다. 디자인팀은 컨슈머 인사이트(Consumer Insights, 이하 CI)팀과 가깝게 협업하며, 회원들의 피드백에 대한 의견을 듣고 AB테스트 데이터를 전달받아 이러한 시청 경험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한다.

 

CI 팀이란

CI팀은 독립적인 조직으로,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사용성의 증거를 제시한다. 디자인팀에서 아이디어를 개진하면 소비자는 그와는 반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디자인팀의 개발이 올바른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조언을 주는 조직이다. 반면, 디자인팀은 팀원의 나이, 성별, 인종, 국적, 성적 성향 등의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선발부터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요소를 고려해 배치한다. 프로덕트의 흥행에는 크리에이티브와 데이터의 조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디자인팀은 배제 없는 크리에이티브를, CI 팀은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영감을 얻는 법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고 어떻게 여유시간을 보내는지에서 영감을 얻는다. 소비자들이 어떤 노래를 듣는지, 어떤 것을 “쿨하다”고 말하는지, 어떤 노래가 흥을 돋구고 춤을 추게 만드는지를 살피고 그러한 요소를 디자인에 융합시키고자 한다. 또한 문화, 인종에 따라 같은 요소가 다르게 받아들여져 부정적인 반응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도 유심히 살핀다.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서 외국어 영화와 새롭게 나온 기술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5G가 시청 경험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인터랙티브 기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등이 넷플릭스가 살펴보는 새로운 기술에 속한다.

전 세계 사용자가 다양한 기기를 통해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행태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돌아가는 다양한 토픽은 디자인팀이 어떤 요소를 사용하거나 제외할지, 어떤 콘텐츠를 언제 어떻게 보여줄지, 풀스크린 또는 썸네일 형태인지, 썸네일의 크기는 어떻게 할지, 스와이프를 할지, 어떤 방향부터 읽을지를 결정하게 돕는다. 소리를 재생할지 말지 등도 이러한 요소에 영감을 받아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퇴근하고 집에 와서 넷플릭스를 틀었을 때 전에 보던 에피소드의 뒤를 이어서 바로 재생할지, 아니면 홈화면부터 시작할지를 고민하는 것, 또는 이러한 기능을 선택하지 않게 하는 옵션을 쉽게 만드는 것도 시청 습관과 사용자 반응을 살펴 고안한다.

 

그 결과, 킹덤의 전 세계적 히트

이러한 프로덕트의 노력에 더해 로컬 스토리가 전 세계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각 문화와 개인 취향에 맞는 제목, 키아트(각 콘텐츠 이미지), 시놉시스, 자막 등에 글로벌 감성을 입힌다.

예를 들어, 타이틀 제목은 각 국가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언어학자 그룹의 조언을 받아, 발음이나 각 나라의 문화 상황을 고려해 원어 그대로 적용할지 직역이 더 적합할지 결정한다. 타이틀 키아트도 개개인 회원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고려해서 다양한 이미지를 마련한다.

한국에서 제작돼 전 세계에서 크게 히트한 킹덤의 경우, 사극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과 좀비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이미지를 보는 식이다. 취향에 맞춘 키아트로 해당 콘텐츠를 선택하는 회원이 많아진다면, 그 회원과 취향이 비슷한 회원들에게 같은 키아트를 노출해 좋아하는 콘텐츠를 더욱 쉽게 찾도록 한다.

넷플릭스에서 말하는 혁신은 대단한 발명이 아닌, 철저히 넷플릭스 시청 경험에 있어 인트로 스킵과 같이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인 경험을 말한다. 또한, 기존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회원들에게 더 손쉽고 좋아진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넷플릭스 디자인팀 인터뷰

넷플릭스 로고 트리트먼트가 기존보다 많이 화려해졌습니다. 이유는 무엇인지요. 배터리 소모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넷플릭스는 회원이 콘텐츠를 감상하는 많은 환경적인 요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원들의 영화 감상 환경을 돌이켜 봤습니다. 영화를 보자고 시간을 잡고, 집중이 더 잘되게 실내 조명을 어둡게 했는데 넷플릭스의 기존의 하얀 트리트먼트 화면이 2초간 환하게 거실을 밝히는 상황이 저희는 이질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참 오랫동안 기존 로고가 사랑을 받아왔고 넷플릭스의 DNA 같이 여겨졌지만, 넷플릭스는 “절대로 절대로라고 말하지 말것”이라는 원칙이 있거든요. 어두운 실내에서 특히 UHD OLED TV에서 콘텐츠 감상하는 것을 즐기는데 기존의 하얀 로고보다는 어두운 화면이 더욱 몰입감을 더하는 데 크게 일조하죠. 거기에 저희는 전 세계 회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다채로운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를 대변할 수 있도록 N로고에서 다양성과 같은 컬러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초창기 넷플릭스의 포스터 디자인은 한국 정서와 일부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글자 크기가 크고 한국에서 쓰지 않는 서체를 사용해서 어색한 면이 있었는데요. 이처럼 현지화에 대해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부분은 디자인 팀에서 어떻게 해결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지화된 UI의 경우 언어 및 디바이스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서체를 사용합니다. 가독성, 모던과 클린으로 대변되는 넷플릭스 브랜드의 룩 앤 필(look & feel) 그리고 현지 사정 등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트렌드가 어떤지, 어떤 폰트가 한국 유저들이 가장 많이 쓰는 디바이스에서 지원이 되는지를 모두 고려합니다.

 

이어지는 질문입니다. 영화의 경우 기존 영화사에서 사용하는 포스터가 있는데 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는 무엇입니까?

넷플릭스는 회원들이 콘텐츠를 검색하고 고르는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시간을 콘텐츠를 즐기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다양한 포스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회원의 취향에 따라 액션, 로맨스, 시대극, 대결구도 등 각 작품이 품고 있는 다양한 요소를 포스터로 승화시키는 것 인데요. 이를 통해 콘텐츠를 선택함에 있어 “아, 이 작품은 내가 보고싶어 하는 내용을 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데이터를 다루는 팀과 디자인팀이 충돌하면 누가 이기나요?

넷플릭스에서는 일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소통을 여러 나라의 동료들과 하고 있어서 누가 이기고 지고 하는 면은 없는 것 같아요. 동료들 간 시차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쓴 메모로 서면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활용하는데, 모두가 아이디어에 동의하는 문화를 지양하기도 해서 담당자가 더욱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하고 솔직하게 토론하기도 하죠. 개개인에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많이 주다 보니까, 이에 따른 책임감도 크게 다가오죠. 넷플릭스 트리트먼트 변경도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바꾸자고 해서 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라는 메모로 팀과 논의하고 토론과정을 걸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을 거쳐 탄생한 것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세달 반 정도가 걸린 것 같아요. 이와 같이 다양한 팀원들이 모여 항상 논의하고 전 세계 190개국의 회원들이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청 중인 콘텐츠가 인기 콘텐츠보다 아래에 있는 이유가 있나요.

넷플릭스는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없이 비슷한 취향을 가진 회원들을 클러스터라는 취향군으로 묶어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이때, 넷플릭스의 로우(row)-추천 카테고리-는 각 프로필의 성향과 시청 취향에 따라 다르게 배치됩니다. 어떤 회원에게는 내가 찜한 리스트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가 제일 위에 뜨죠. 넷플릭스 홈화면에서 볼 수 있는 로우는 5만건 이상이 있고, 회원의 취향에 따라 해당 국가에서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 로우의 조합을 회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디자인팀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하는 무엇인가요.

디자인팀은 콘텐츠 외에도 전 세계 회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고안합니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회원이 넷플릭스를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한 프로덕트를 디자인 관점에서 고민하지요.  창의성과 영감, 비즈니스 요소를 다 고려해서 AB 테스트를 거쳐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덕트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고 완성해나가고 있어요.

 

한국 소비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넷플릭스는 한국의 콘텐츠를 세계로, 세계의 콘텐츠를 한국의 회원들에게 가져와 기존 TV 플랫폼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멕시코, 이탈리아, 터키,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작품을 안방과 모바일로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 제작 파트너들을 비롯해 촬영지의 지역 경제 활성화, 신진, 독립 영화, 여류 창작가 등 다양한 창작가들에게 기회의 장도 마련하고 스탠드업 코메디와 다큐 같이 다양한 장르가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죠. 어린이 시청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어린이 보호 설정 기능이 있어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도 다양한 넷플릭스를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엔터테인먼트를 맘껏 누려주세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