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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월정액 무제한 전자책 대여 모델 4종 비교- 경쟁력편

* 시리즈 기사: [종철x혜현] 국내 월정액 무제한 전자책 대여 모델 4종 비교- UX편

YES24 북클럽

시장 경쟁력 측면_ ‘유통의 힘’이라는 측면에선 예스24를 무시하기 어렵다. 온라인 넘버원 서점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전자책만 파는 게 아니라 종이책도 판다. 아니, 종이책 판매가 우선이다. 출판사들은 아직도 종이책에 목을 맨다. 예스24의 MD가 어떤 신간을 추천하고, 책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에 영향을 받는다. 신간은 초반 성적이 매우 중요한데, 이때 종이책을 판매하는 서점의 눈치를 보지 않는 출판사는 드물다. 이 종이책 유통 파워는 당연히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도서 확보’에서 우월한 위치를 가질 가능성이다. 출판사들은 ‘전자책 무제한 대여’라는 서비스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무제한으로 책을 빌려 볼 수 있다면, 누가 책을 돈 주고 사서 보겠느냐”는 카니발라이제이션에 대한 두려움과 “음원이 나와서 CD 시장이 죽었듯, 책도 서브스크립션이 되면 다 죽는다”는 무서움이 뒤섞인 거부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지금 움직이는 것은 리디북스가 맨 처음 시작한 ‘출판사가 볼 수 있는 손해를 미리 보전해주겠다’는 정책 때문이다. 일반에 판매할 때 나올 예상 수익을 서점이 미리 보장해준다니까, 지금 당장 손해볼 일은 없다는 판단에서 월정액 모델에 들어온 것이다. 이 정책을 예스24도 쓴다. 게다가 시장에서는 예스24가 리디북스 견제를 위해 출판사에 독점 콘텐츠 공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똑같이 돈을 주는데, 종이책 유통파워까지 가진 곳이라면, 출판사들이 예스24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북클럽은 처음부터 리디셀렉트를 겨냥했다. 지난해 7월 선보인 리디셀렉트는 초반 2개월 무료 전략을 쓰고 9월부터 실질적인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스24는 리디셀렉트 이용자들이 실제로 돈을 지불하게 되는 9월부터 ‘베타’ 딱지를 달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 달의 베타 기간은 완전 무료, 그리고 11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첫 달 무료 정책을 썼으니 총 석달의 무료 기간을 제공한 셈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또 다시 석달을 무료로 책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면 굳이 리디셀렉트를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계산을 예스24가 하지 않았을까? 리디셀렉트가 시장을 다 잡아먹고 승기를 굳히기 전에 빨리 뛰어들어야 한다는 다급함도 엿보였던 순간이다.

 

 

가격도 시장 파괴적이다. 북클럽은 현재 5500원과 7700원 두 종류로 나왔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 5500원 요금제만 써도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빌려 보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리디셀렉트보다 1000원이 싸다. 가격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둘째, 7700원 요금제를 쓰면 매달 북클럽 머니(일종의 포인트)를 4500원 지급한다. 북클럽 머니는, 북클럽샵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종이책이나 전자책, 기프트 상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북클럽 회원은 매달 4500원의 포인트를 쓰기 위해서라도 이 생태계에 락인된다. 그리고 북클럽 자체는 ‘7700-4500=3200원’에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포인트는, 그러니까 충성 고객을 북클럽에 묶어 두기 위한 하나의 미끼인 셈이다.

4월 기준 북클럽이 제공하는 도서 수는 6500종이다. 상반기 2만권, 연내 3만권을 목표로 한다. 전략적으로 ‘큐레이션’ 기능을 넣었는데, 온라인 서점을 오래 운영한 경험과 책 소개를 오래 했던 MD들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에서는 ‘전반적인 인사이동’이라고 말하지만, 지난해 연말 북클럽 임원을 외부에서 초빙해 오고, 올 초 종이책과 전자책 담당 MD가 바뀌는 등의 조직개편이 이 전략의 일환은 아니었을까?

 북클럽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

 

교보문고 sam 무제한

시장 경쟁력 측면_ 구색을 갖추고 시작은 했다. 그런데 교보문고 샘 무제한을 보면, 치열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룹 내에서 교보문고는 이미지를 담당한다. 다시 말해 큰 돈을 벌어올 거라는 기대를 받진 않는다.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 하는 셈이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괜히 일 벌렸다가 잘못 되느니, 하던 일을 그냥 잘하자는 분위기가 기업 내에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공무원 조직을 비판할 때 종종 나오는 이야기다.

 

 

교보문고는 월정액 무제한 도서 대여를 시작했지만, 큰 규모의 투자는 하지 않는다. 일단 상품 가격이 북클럽이나 리디셀렉트보다 비싼 9900원이다. 첫 달 무료에, 6월 가입자까지 3개월간 6500원 할인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비싸다. 출판사와는 수익을 분배하는 모델이다. 다른 데처럼 출판사가 손해볼 수 있는 금액을 보전하지 않는다. 이 말은, 무리한 초기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직 전자책은 전체 도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그 중에서도 ‘서브스크립션’의 비중은 말할 것도 없다.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투자는 없다. 이것이 지금의 교보문고 전략이다.

강력한 마케팅이나 자본 투입 대신, 경쟁력은 도서 종수로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sam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맺은 출판사들을 설득해 무제한 도서를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지금도 가짓수로는 가장 많다. 3만1000종으로 시작했다. 샘이라는 브랜드가 쌓은 신뢰를 강점으로 매월 수천권씩 도서를 늘린다는 것이다. 초기투자를 많이 하지 않더라도, 교보는 ‘교보’라는 브랜드의 힘이 있다. 예스24와 마찬가지로 종이책 유통 파워를 가졌다. 그 뿐인가? 오프라인 매장 역시 강점이다. 교보문고는 대형 서점 전체에서 지난해 매출 1위다.

무제한 샘의 경쟁력은 온오프라인 유통 파워 = 출판사와의 관계 = 많은 도서 확보

 

밀리의서재

시장 경쟁력 측면_ 밀리의서재는 가장 먼저 월정액 상품을 냈지만,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아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라, 이름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예스24니, 리디북스니 하는 경쟁자들에 비해 애초에 불리한 환경에서 싸움한다. 자본으로 밀고 나가기도, 브랜드로 치고 나가기도 어렵다. 먼저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게 데뷔한 리디셀렉트 때문에 ‘최초’의 색도 바랬다.

밀리의서재의 반격은 TV CF였다. 투자 받은 120억원의 상당수를 이병헌과 변요한이라는 유명 배우를 섭외해 광고를 만들어 방영하는데 썼다. 광고가 나가는 시간도 두 배우가 주연한 ‘미스터선샤인’의 방송 시간에 집중했다. 효과는 있었다. 밀리의서재 측은 광고 방영 이후 25만명이던 회원 수가 70만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다만, 이 중 유료 회원으로 전환한 비율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TV CF 베팅은 계속해서 내놓을 수 있는 패는 아니다. 수십억원을 계속해 집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드물다. 특히 도서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교보문고가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번 서점인데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5684억원이다. 가장 많은 영업익을 낸 알라딘커뮤니케이션도 167억원만 남겼다. 전자책 업계의 스타인 리디북스 역시 작년에야 실질적인 흑자전환을 했다.

그래서 밀리의서재는 최근 전략을 바꿨다. 월정액 도서 대여제에 오디오북의 일종인 ‘리딩북’을 붙였다. 일종의 미끼 상품인데, 책의 내용을 30분으로 요약하고 해설을 덧붙여 만든 리딩북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유명인과 협업하되, 당장 홍보가 필요한 배우 등을 섭외함으로써 제작 비용을 낮추는 것도 꽤 똑똑한 방법으로 보인다.

밀리의서재 경쟁력은 ‘내추럴 본 모바일’, 그리고 읽기 싫은 이를 위한 리딩북

리디셀렉트

시장 경쟁력 측면_ 리디북스가 리디셀렉트를 내놓은 것은 ‘절박함’ 때문으로 보인다. 리디북스는 ‘전자책’만 파는 곳이다. 종이책이 없기 때문에 전자책이 흥해야 리디도 산다. 그러나, 전자책 시장의 성장곡선은 좀처럼 가팔라지지 않는다. 이 형국에서 리디는 시장 파이를 키울 승부수를 던져야했다. 그게 바로 ‘월정액 무제한 도서대여’다.

문제는 신간 확보다. 월정액으로 전자책을 무제한으로 빌려주는 상품이 여러개 나왔을 때, 소비자는 어떤 상품을 선택할까? 가격이 비슷하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그럴 때 서비스의 경쟁력은 상품의 종류와 가짓수에서 나온다. 그런데 가짓수에는 허점이 있다. 이미 저작권이 끝난 고전이나 지금은 잘 팔리지 않는 구간만 많다면 이용자들은 금방 본전 생각을 할 지 모른다. 서점들이 ‘신간’과 ‘베스트셀러’에 집중하는 이유와 같다.

 

 

리디셀렉트는 이 지점에서 ‘오리지널’ 전략을 앞세웠다. 자신들을 전자책 계의 넷플릭스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인기 소설가 장강명 씨의 신작 ‘노라’를 독점 연재했고, 하버드비즈니스 리뷰 역시 리디셀렉트의 독점 콘텐츠로 가져왔다. 온라인 매체인 ‘아웃스탠딩’을 인수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리디셀렉트에 들어갈 독점 콘텐츠 공급을 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다.

경쟁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리디 페이퍼’다. 국내 출시된 모든 전자책 단말기 중에선 개인적으로 가장 쓰기 편하다고 판단된다. 페이퍼를 구매한 사람들은, 페이퍼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리디셀렉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책만 오래 다뤘기 때문에 UX가 좋은 점 역시 강점이다.

리디셀렉트의 경쟁력은 ‘오리지널’, 그리고 편한 UX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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