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등의 SF가 가미된 블록버스터를 볼 때 고통받는 직군이 하나 있는데, 리뷰를 하는 IT 기자들이다. 해당 기술을 직접 만들고 있는 과학자나 공학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블 영화들은 유난히 현실에 있을 것 같은 기술들을 많이 선보이는데, 영화를 보고 오면 감상평 같은 것보다 저게 실제로 구현 가능한가부터 먼저 찾아본다. 이런 식으로 보면 영화가 하나도 재미가 없다. 여러분이 어벤져스에서 가장 감동했을 장면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기자가 최근 가장 감동했던 장면은 허리를 다친 제임스 로즈 대령이 외골격 로봇으로 걷기 시작했을 때다. 실제로 구현이 가능하고 실제의 로봇과 형태적 차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제일 어이없던 장면은 조나단 팽본이 마법의 힘으로 걸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돼버렸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아이언맨은 줄곧 투명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출처=IMDB)

그러면서도 LG의 새 폴더블폰 특허를 보면서 아이언맨의 스마트폰을 떠올렸다. 아이언맨의 스마트폰은 투명이다. 거기에 빔프로젝터 기능을 갖고 있으며, AI 비서 프라이데이가 설치돼 있다. 기기는 매우 얇고 작은데, 자원은 토니 스타크의 집(어벤져스 타워)에서 엣지 컴퓨팅으로 끌어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 삶은 왜 이런가. 영화가 우주로 갔는데도 습관적으로 기술적 오류를 찾고 있는 내가 더 오류인 것 같다.

LG전자가 4월 9일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는 3년 전에 제출돼 이제서야 승인 및 게시된 상태다. 투명 및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고, 우측 1/4 지점쯤에 배터리와 프로세서를 넣을만한 불투명 공간이 있다. 제출 연한을 고려해봤을 때 하드웨어 부분은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 대부분이 구현 가능한 것들로 보이며, 디스플레이가 얼마나 접혀야 하는지만 해결되면 영화 같은 폰을 사용할 수도 있겠다.

LG전자의 특허 도면의 재구성(출처=LETSGODIGITAL)

LG디스플레이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지는 10년이 다 되가는데, 이를 활용한 제품들은 이제서야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TV가 등장했다. 물론 이전에 G플렉스 폰과 커브드 TV가 있었지만 몰라도 된다.

LG전자가 ISE 2018에서 공개한 투명 사이니지(출처=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가 투명이라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사상 최강의 AR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화면을 캡처하듯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전후면 모두에서 영상통화를 할 수 있을 것이며 폰을 보면서 걸어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후면 터치를 보면서 조작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실제로 해당 특허에는 디스플레이 투명도가 20% 미만일 때 후면의 터치 센서가 활성화되는 옵션이 들어 있다. 특허에는 후면에 IR 센서를 활용한 3D 뎁스 센서도 탑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화면을 보는 동시에 AR을 활용하거나, 눈앞의 물건을 직접 보면서 3D 모델링을 할 수도 있겠다. 즉, 실제로 구현된다면 폰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상 최고의 광고모델이 될 수도(출처=IMDB)

유일한 관건은 곡률과 센서들이다. LG디스플레이는 1R(지름이 1mm인 원까지 말 수 있다는 의미)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올 연말까지 개발할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곡률이 1R이면 접었을 때 디스플레이 유격 총 거리는 1mm가 된다. 갤럭시 폴드의 경우 당초 1.5R을 구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2~3R 수준인 것이라고 알려졌다. 또한, 각종 터치센서 등도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구현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해당 특허가 실제로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LG전자 권봉석 사장은 지난 2019년 2월 “폴더플 폰을 사용자가 수용할 준비가 됐는지 따져볼 때 출시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이후 V50 ThinQ를 공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타깝지만 만약 LG전자가 이 제품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아이언맨 폰’은 삼성에서 나올 것이다. 마블은 삼성과 제휴를 맺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