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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보더 결제, 물류 플랫폼업체 아이씨비가 지난달 독일소재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업체 레인지인터내셔널에 1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집행했다. 아이씨비는 레인지인터내셔널 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유럽 상품의 한국 직구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씨비는 중국 1위 이커머스업체 알리바바그룹의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와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의 한국 파트너로 성장한 업체다. 아이씨비는 알리바바의 B2C 직구 플랫폼 ‘티몰글로벌’에 입점한 한국 브랜드사를 대상으로 한국에서 중국 차이냐오 물류센터까지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이씨비는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통채널’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샤피(Shopee), 티키(Tiki), 라자다(LAZADA), 큐텐(Qoo10) 등 현지 마켓플레이스에 경쟁력 있는 국내 브랜드사의 상품을 소싱하여 B2B2C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그 골자다. YG, 라인프렌즈 등 동남아 시장에 상품 판매 니즈가 있는 브랜드사로부터 원가에 상품을 공급받고, 운영과 물류, 판매는 아이씨비가 턴키(Turnkey)로 대행하는 방식이다.

이한용 아이씨비 대표는 “아이씨비의 지난해 매출규모는 220억원 수준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도달했지만, 동시에 성장의 한계가 보였다”며 “특히 아이씨비가 주력했던 중국시장이 메르스, 싸드 사태 등 주변 환경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씨비 입장에선 중국은 중국시장대로 가지고 가되 별도로 사업모델을 확장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이제 아이씨비는 한국발 중국향 역직구 물량뿐만 아니라 범아시아,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씨비가 레인지인터내셔널에 투자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아이씨비가 한국 브랜드 상품을 소싱하여 동남아시아 마켓플레이스에 B2B2C로 판매하고 있다면, 레인지인터내셔널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상품을 소싱하여 한국 온라인 판매채널에 B2B2C로 판매하는 업체다.

옥션에서 판매되고 있는 아이씨비의 상품들(압타밀 분유). 이 상품을 소싱하고 한국까지 국제물류로 배송하는 사업자가 레인지인터내셔널이다.

아이씨비는 레인지인터내셔널 투자와 맞물려 올해 하반기 ‘직구 플랫폼’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그 전단계로 아이씨비는 지난달부터 레인지인터내셔널이 소싱한 유럽 상품의 한국 마켓플레이스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지마켓, 옥션, 위메프, 인터파크 등에서 압타밀(Aptamil), 네스프레소(Nespresso) 등 레인지인터내셔널이 소싱한 제품들이 ‘아이씨비’ 이름(판매자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레인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두 업체의 제휴 이후 레인지인터내셔널의 한국판매 매출은 전달 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

물류 중심의 유통, 경쟁력 될 것

아이씨비가 레인지인터내셔널에 투자한 또 다른 이유는 ‘물류 중심의 유통’에 대한 양사의 비전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씨비가 준비하고 있는 직구 플랫폼의 핵심은 ‘물류’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번 레인지인터내셔널 투자에 ‘물류’를 중심으로 유통사업을 하는 레인지인터내셔널의 비전이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레인지인터내셔널은 재고 없이 고객 주문발생 이후 해외상품을 구매해서 한국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구매대행’ 사업자와는 달리, 자체 물류센터에 재고를 보유하여 판매(패션 품목의 경우 선주문 후소싱)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속도’를 만들었다. 레인지인터내셔널은 유럽 항공물류 허브도시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 ‘줄츠바흐’에서 6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레인지인터내셔널의 한 달 출고량은 약 1만5000건이다.

레인지인터내셔널의 독일 오버우젤 물류센터 전경. 이 사진은 기자가 2017년 12월 직접 방문하여 촬영한 것으로, 현재 이 물류센터는 줄츠바흐로 확장 이전한 상태다.

아이씨비 역시 역직구 물량을 인천 물류센터에 취합하여 ‘규모’를 만드는 방식으로 우체국 EMS 대비 1/4 수준으로 저렴한 단가를 만들었다. 중국 현지에서 판매된 상품 정보를 기반으로 브랜드사들은 오후 3시까지 아이씨비 인천 물류센터까지 상품을 입고시킨다. 이후 해당 상품들은 팔레트(Pallet) 단위로 항공운송을 통해 중국 세관까지 이동한다. 중국 세관에서는 아이씨비의 통관 파트너 업체가 개인(B2C) 단위로 물량을 재분배한다. 고객 문전까지의 라스트마일 물류는 차이냐오의 물류망을 사용한다. 통상 아이씨비 물류센터의 일 출고량은 수천~수만 건을 오간다. 솽스이(쌍십일) 같은 쇼핑 이벤트 시즌에는 하루 10만 건 이상의 출고물량이 발생한다는 아이씨비측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커머스를 하다가 물류가 필요해져서 곁다리로 하는 업체도 있는데, 아이씨비는 물류를 확충하기 위해 이커머스를 하는 것”이라며 “알리바바가 신유통의 중심으로 물류를 이야기하듯, 아이씨비도 물류를 중심으로 하는 유통사업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한편, 레인지인터내셔널은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을 자체 개발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 쉽온(Ship on)을 고도화시키고 관련 개발 인력을 채용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유럽의 제조사와 한국 유통사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아간다는 게 레인지인터내셔널의 비전이다.

한덕희 레인지인터내셔널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회의적이었던 독일 제조기업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독일에 있는 80년, 100년 이상 역사의 제조기업들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모델을 통해 한국이나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싶다고 우리에게 먼저 제안해주고 있다”며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은 독일에 있는 여러 제조사들이 아시아 시장 대상 판매를 원활하게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독일 현지 제조사 3군데와 함께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는 과정”이라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