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부터 진짜 의지가 약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연초 살을 빼고 건강을 되찾자고 생각한 그는, 검색 끝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필라테스를 찾았다. 센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속으로 다짐도 했다.  ‘이번엔 아무리 달콤한 말을 해도 딱 한 달만 끊어야지. 장기 계약 할인 폭이 커도, 한 달 먼저 다녀보고 결정하는거야.’

그 결심은 필라테스 강사와 마주한지 10분만에 깨졌다.

“운동, 한 달만 하면 아무소용없어요. 어차피 살 빼려고 하시는 거면서 한 달만 끊다니, 벌써 의지가 약해지신거 아니에요? 게다가 지금 6개월 가입하시면 40% 할인도 되는데요.”

강사의 말은 현란했다. 어느새 카드로 60만원을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당장 오늘부터 운동을 하겠노라며 집에서 옷까지 갈아 입고 와서 수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날은, 6개월이라는 긴 장정의 마지막 시간이 됐다. 안녕, 눈 먼 돈 60만원. 그냥 술이라도 마시지 그랬니.

 

노파심에서 말하는데, 내가 아니라 내 친구 이야기다.

 

의지는 매일 피어나는 꽃이다. 아침이면 피었다가 저녁엔 지고 마는. 세상에 의지 만큼 짧은 생명력을 가진 것도 없을 것 같은데,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서다. 예컨대, 나의 미래와 성장을 위한 바른 선택은 오늘 퇴근 후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간편식을 먹고 운동을 한 후 씻고 책을 읽은 다음 내일 쓸 기사를 준비하는 거다. 그러나 현실의 나는 아마도 그시각 망원역 어드매에서 누군가를 만나 술을 마시고 있을 거고, 차가 끊기기 전엔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 의지마저 눌러낸 후 결국 새벽까지 놀고야 말 것이다.

나는 지금 나의 미래를 보았다.

하여튼, 의지를 가져야 할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꽤 이루기 어려운 목표라는 걸 뜻한다. ‘마음 굳게 먹고 살 빼야지’ ‘1년 동안 이를 악물고 새벽에 일어나서  영어공부를 해야지’ 이런 것들은 1월 1일을 기점으로 정기적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이루지 못할 퀘스트 같은 거다. 예쁜 옷을 볼 때마다 저걸 입으려면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음 날 나는 ‘미의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라며 옳은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한다. “영어 공부에 도전하세요, 성적이  안 나오면 100% 환불해드려요? 시험을 봐야 성적을 알지” ” 자기계발서 대로 살아서 다 성공하면, 작가들은 재벌이겠네?” 의지가 약한 나는 이런 식으로 성격만 비뚤어졌다.

성격이 나빠진 나는, 지난번에 리뷰한 ‘die with me(배터리가 꺼져갈 무렵에만 쓸 수 있는 SNS)’처럼 뭔가 어두운 설정의 앱을 찾아보러 앱스토어에 들어갔다가, 목표 달성 앱 ‘챌린저스’를 발견했다. 이 앱의 콘셉트는 “한달 동안 매일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의지를 갖고 지킬 수 있어? 지킬 수 있다면 돈을 걸어봐. 네가 다 지키면 돌려줄게. 약간의 상금을 얹어서”다. 아니, 내 의지를 지키는데 내 돈을 걸어야  한다니, 의지계의 봉이 김선달 아닌가.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약한 의지의 단짝은 얇은 귀입니다. 그래서 돈을 걸어보기로 했다. 생활체육계의 기부 큰 손인 내가, 자기계발 업계에도 (돈을 버리러) 진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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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에서 이뤄지는 목표 달성은 정해진 기간동안 매일(혹은 주중) 자신의 고른 의지를 실행하고 그 증거를 카메라로 찍어 앱에 올리는 형태로 이뤄진다. 자신이 올린 결과물은 같은 목표에 도전한 사람들이 함께 열람할 수 있으며, 마음에 드는 것에는 좋아요나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목표를 100% 달성할 경우 판돈(아니, 참가비)을 모두 돌려받으며 소정의 상금이 더해진다. 목표 달성 85%까지는 참가비가 보전되며, 그 이하의 경우 참가비를 날짜 수로 나누어 의지를 실천한 일 수만큼만 환불받는다.

나는 2주간 매일 하루에 하나의 기사를 읽고, 그 인증샷을 올리는 목표를 택했다. 참가비는 1만원.

독자 여러분 제 의지가 박약해서 실패했을거라 생각하셨다면 오산입니다. 여기 2주의 결과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달성률 100%!

 

1일 1기사 읽기에는 총 94명이 도전했고, 67명이 100% 의지를 실현했다. 내가 그 중 하나다. 나보다 의지가 못한, 목표의 85%만 넘겨 본전을 찾아간 이는 21명이고, 그 이하도 5명이 있었다. 나는 의지를 실현한 대가로 50원의 상금을 받았다. 1만원을 2주 저금하고 0.5%의 이자를 얻은 셈이다. 물론, 상금의 양보다는 돈을 잃지 않고 해냈다는 자부심이 더 만족스러웠다.

뭔갈 해냈다는 생각에 자랑을 좀 해봤다.

 

 

세상 어디에나, 시샘하는 사람은 존재하는 법이다. 나도 양심이 있어서 IT 기사만 읽지는 않았다.

아무리 내가 기자라도, 나는 1일 1기사를 매일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일단 “마음만 굳게 먹으면 할 수 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개과천선 가능하다” 등의 말을 믿지 않는다. 내가 새벽형 인간이 되느니 다시 태어나는게 빠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내 나름의 분석에 화이트큐브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원리는 이렇다.

 

출쳐=화이트큐브 사업계획서. 보이시죠? 사람의 정신력이라는게 겨우 이런 겁니다.

 

첫째, 목표는 절대 의지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챌린저스는 그 환경을 짧은 보상 텀으로 구성한다. 목표치를 100% 달성했을 때 참가비 보전과 보상이 이뤄지는게 아니라, 매일 매일 달성한 만큼 참가비의 1/N을 돌려준다. 하루치 목표를 달성 못하면 매일 돌려받을 참가비를 차감한다. 목표 달성 기간도 2주에서 한 달 정도로 짧다. 빠른 보상과 짧은 달성 기간이 의지가 모자란 사람들에게 목표를 이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소소하고 확실한 목표 설정이랄까.

둘째는, 소셜네트워크다. 뭐든 혼자 하면 지루하다. 괜히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SNS와 연동해 친구와 함께 목표 달성을 시도할 수 있고, 같은 챌린지를 하는 사람들끼리 인증샷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랭킹도 나온다는데, 그건 보지 않았다. 원래 등수 매기는 걸 안 좋아한다.

 

인증은 이렇게 하는 거다.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면 된다. 그렇다고 아무 사진이나 올리면 검수팀에 걸린다.

 

세번째는 상품이다. 챌린저스가 다루는 것은 일반적인 재화나 서비스가 아니다. 그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사람의 의지다. 하루 한 꼭지의 기사를 읽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매일 읽는 내 의지에 베팅한다. 솔직히, 보상이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낸 돈을 잃을 확률이 더 크다. 그럼에도 스스로 돈을 냈으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오는 자괴감이 더 크다.

재밌는 점은 이 앱에 들어와 있는 달성 목표가 거의 170개가 되는데, 그다지 거창한 건 없다는 거다. 어떤 사람들은 한달동안 매일 핸드크림 바르기라는 목표에 도전한다. 이 챌린지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거는 평균 참가비가 4만원이다. 대체 왜…..

챌린저스는 어떻게 돈을 벌까? 수수료다. 전체 참가비의 9.9%, 혹은 미환급금의 절반 중 더 적은 몫을 회사가 수수료로 가져간다. 물론, 광고 제휴도 있다. 이 앱은 화이트큐브라는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앱을 출시했고, 서비스 넉달만에 8만명을 회원을 모았다. 지금까지 회원들이 낸 참여금은 30억원 수준인데, 가능성이 있다고 본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가 최근 10억원을 투자했다. 화이트큐브는 서울대학교 선후배 4인이 의기투합해 2018년 창업했다. 최혁준 대표는 에스티유니타스에서 CGO를 담당했으며 다른 공동창업자들도 IT 및 머신러닝 스타트업 등에서 기획 및 개발 등의 경험을 쌓아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