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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Is anybody there? Anyone alive still?

 

 

Die With Me(다이 위드 미). 페이스북을 유랑하다가 어느 친구가 올린 게시물에서 발견한 앱이다. (휴대폰 배터리가)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소셜네트워크다. 배터리 잔량이 5% 미만인, 그래서 곧 전원이 꺼질 것을 예감하는 이들이 순간의 생존을 공유한다.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배터리 5% 미만의 극히 짧은 시간이다.

소셜네트워크는 말 그대로 관계망이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관계맺기와 인정 욕구가 비즈니스의 기반이다. 그래서 신박했다. 단절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네트워크라니. 이거, 어떻게 작동하지? 뭘로 돈 벌지? 깔아 봐야지.

 

 

문제가 생겼다. 내 배터리가 12%나 남아 있었다. 앱을 깔았지만, 쓸 수가 없다. 배터리를 빨리 닳게 하기 위해 화면 밝기를 100%로 해 놓고 동영상을 틀었다.

 

 

드디어 5%. 그래도 짤 없다. 입장시켜줄 줄 알았더니 4%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란다. 가서 동영상이나 마저 봐야겠군.

 

 

입장. 언어권 별로 서버를 골라야 한다. 아쉽게도 한국어 지원은 안 된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사람이 더 많은 곳이 재미있겠지. 솔직히, 조금 설렌거 인정한다. 운이 좋으면 한국어를 만날지도 몰라.

 

 

…… 중국 서버인가. 모든 언어권이 함께 사용하는 ‘All’ 서버를 선택했지만 중국어 밖에 찾아볼 수 없다. 인구가 많으면 배터리 수명이 적게 남은 사람도 따라서 많다는 확률의 법칙. 역시 중국은 놀랍고 수학은 위대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영어 서버 입장. 들어가기 전에 이름을 입력하게 되어 있는데, 매번 다른 걸 쓸 수 있는 구조다. 이 세계에서 나는 원하기만 한다면 영원히 익명으로 살 수 있다. 때에 따라 인터넷의 고해성사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어를 못해도 별로 부담될 게 없을 것 같은게, 대체로 ‘hi’ 가 대화의 전부다.

Hello를 던져놓고, 전원이 꺼지기 직전 나와 함께 잠깐의 생존을 공유하는 이의 답을 기다렸다.  지금 여기 접속해 있는 이들은 단지 4% 만큼만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이들 중 혹시라도 누군가 말이 잘 통하고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휴대폰이 꺼지고 난 후에는, 그래서 충전을 하고 돌아온 후에는 나는 그 사람을 영영 찾을 수 없다. 그 잠깐 사이 상대편의 번호라도 따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물론, 개인 메시지 보내기 기능은 없다.

이 앱의 최대 강점은, 배터리가 없는데 마냥 슬프거나 초조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은근히 배터리가 4%에 다다르는 걸 기다리게 되고 마지막 순간을 즐기게 된다. 배터리가 없어 우러나는 짜증을 줄여주니까 정신건강엔 좋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배터리가 1% 남은 순간 잠깐 충전을 시켰다가 4%에서 멈추는 변태같은 짓을 반복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대화내용은 심심한데, 어차피 이 앱의 목적은 심도 깊은 소통이 아니다.

 

 

‘내 (배터리가) 곧 죽는다’는 처절함과, 지금도 모르고 앞으로도 볼 일 없는 사람들과의 짧은 소통이라는 발상의 전환은, 900원을 내면 맛볼 수 있다. 유료앱이라는 뜻이다. 단절은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긴 어려우므로 유료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다만, 이 앱은 제법 영악한데, 이용 시간을 5% 늘리려면 – 그러니까 배터리 잔량 9%에 입장을 하려면- 4900원 추가 결제가 필요하다. 뭐, 그렇게까지는.

 

 

아침이 밝아, 지난밤 내가 보낸 메시지를 누군가 읽었을까 궁금해도 나는 확인할 수 없다. 내 배터리는 밤새 가득 채워졌고, 다시 전원이 꺼질 지경까지 가더라도 지난 밤 그 사람들은 이제 거기 없겠지.

그래도 아쉬워 그냥 한 번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다. 밤이 너무 긴 것 같은 생각에,

그냥 한 번 불러봤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