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도심 한복판에 이상한 건물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상가처럼, 빌라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건물엔 간판 하나 걸려있지 않다.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이 건물은 공유형 전동킥보드 ‘킥고잉(서비스 법인: 올룰로)’을 위한 전초기지 중 하나다.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간판 없는 이상한 건물의 모습. 기왕 확인 방문하는 것, 킥고잉을 타고 가봤다. 킥고잉 이용요금은 기본 5분에 1000원, 이후 1분에 100원씩 추가다. 1500원 할인 받아서 900원에 이동했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일 공유형 전기자전거 서비스 ‘T바이크’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기도 성남시와 인천시 연수구에 각각 600대와 400대의 전기자전거가 배치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하반기 정식 출시에 맞춰 전기자전거를 3000대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킥고잉 서비스를 시작한 올룰로 역시 강남구, 송파구, 마포구, 여의도 등지에 600여대의 전동킥보드를 배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에는 자연히 ‘물류’의 성장이 따라온다. 사람의 이동을 지원하는 퍼스널 모빌리티에 뜬금없이 뭔 물류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전기’로 움직이는 퍼스널 모빌리티 기기는 누가 충전하고, 배터리를 교체할까. 수요밀집 지역에서 변두리 주거단지로 이동한 퍼스널 모빌리티를 누가 다시 수요밀집 지역으로 이동시킬까. 혹여 고장난 기기가 있다면 누가 그것을 수리해줄까.

누가 전동킥보드를 가지런히 이 자리에 놓았을까. 킥고잉은 지정된 반납위치에 주차를 권장하지만, 지정된 반납위치에 주차하지 않더라도 따로 패널티는 없다. 당연히 이상한 장소에 박혀있는 전동킥보드를 재배치하는 누군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퍼스널 모빌리티 기기의 주행시간은 대기전력, 기온, 사용자의 이용패턴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 킥고잉은 완충시 약 2시간, 카카오모빌리티의 T바이크의 경우 완충시 40~50km 주행할 수 있다. 방전된 모빌리티 기기가 있다면 당연히 이를 수거해서 재배치해야 되는데, 이 역할을 ‘물류’가 맡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성산동에 있는 이상한 건물의 정체가 ‘물류센터(?)’다. 일반적인 물류센터와는 설계가 다르다. 건물 안에는 모빌리티 기기 충전을 위한 설비가 갖춰져 있다. 이 공간은 킥고잉 운영종료 시간인 오후 8시부터 바빠진다. 화물트럭이 전동킥보드에 장착된 GPS를 기반으로 도심 곳곳에 퍼져있는 퍼스널 모빌리티를 수거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수거된 전동킥보드는 물류센터 안에 있는 설비를 이용해 충전된다. 이후 완충된 전동킥보드는 새벽시간을 이용해 킥고잉 이용가능 시간인 오전 7시까지 지정장소에 배치된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자체 운영팀을 통해 배터리 잔량이 10%대(지난주까지 20%였는데, 10%로 변경)로 남은 전기자전거를 회수해서 재배포한다. 전기자전거의 자동잠금장치에서 GPS 기반 위치정보와 배터리 잔량 정보를 카카오모빌리티 관제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송해준다. 성남시의 경우 배터리가 떨어진 전기자전거는 ‘용인’에 있는 물류센터로 수거돼 배터리 교체 작업을 거친다. 이 물류센터에도 퍼스널 모빌리티 기기를 위한 충전설비가 갖춰져 있다. 카카오 T바이크의 경우 전동킥보드 이용시간이 종료되는 밤과 새벽시간을 활용해 물류를 처리하는 ‘킥고잉’과 달리, 전담 화물기사가 수시로 지역을 순회하면서 전기자전거를 수거한다. [카카오 T바이크 시승기가 궁금하다면 참고 콘텐츠: 카카오T바이크, 좋은데 좀 비싸네~]

퍼스널 모빌리티 기기를 수요밀집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것도 물류의 역할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는 판교역 등 상식적으로 전기자전거 이용자가 많을 것 같은 거점을 중심으로 전기자전거를 재배치하고 있다”며 “서비스 운영 초기라 아직 노하우가 부족한데, 향후 플랫폼에 쌓이는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배치 장소는 앞으로도 계속 변경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킥고잉 앱구동 화면. 서비스 지역을 벗어난 몇몇 전동킥보드가 눈에 띈다. 이걸 다시 가져와서 수요밀집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물류의 역할이다.

모빌리티 업체 혼자서만 물류를 도맡아 처리하지는 않는다. 모빌리티 업체가 물류업체와 협력하여 물류를 처리하기도 한다. 예컨대 현재 킥고잉의 마포구 물류, T바이크의 성남시 물류는 물류업체 ‘고고밴’이 맡아서 처리하고 있다. 고고밴은 물류처리 프로세스를 턴키(Turnkey) 계약해서 플랫폼에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 전담기사에게 주문을 전달한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공유 자전거 업체 ‘모바이크’의 자전거 물류도 고고밴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기기를 수거하고, 충전하거나 배터리를 교체하고, 다시 재배치하는 물류 방식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예컨대 신규사업으로 퍼스널 모빌리티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한 배달대행업체는 배달기사망을 활용한 퍼스널 모빌리티 물류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많던 퍼스널 모빌리티는 누가 다 옮겼을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물류 담당자와 물류업체들의 노고가 숨어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