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센터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오픈 풀필먼트 플랫폼’ 사업의 한 축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업체가 있다. 전자상거래 물류업체 ‘마이창고’다. 마이창고가 5일 코리아센터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메이크샵을 통해 쇼핑몰을 만든 온라인 셀러들을 대상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 마케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상하다. 코리아센터는 이미 한국에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기존 227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1660평 규모로 확장 이전하기도 했다. 확장 이전과 함께 코리아센터는 그간 부족했던 국내 풀필먼트 서비스 영업도 확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마이창고’다. 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국내 풀필먼트를 직접 한다고 했던 코리아센터가 마이창고의 손을 잡았을까. [참고 콘텐츠: 코리아센터의 궁극체가 ‘오픈 풀필먼트’가 된 사연]

코리아센터가 지난달 부천시 춘의동에 확장 이전한 몰테일 KR센터. 이 곳은 해외진출 쇼핑몰들의 제품보관, 재고관리, 입고, 검수, 포장, 출고 등의 물류업무와 통관, 국제항공운송 업무를 담당하는 통합 물류센터다. 이전하기 전 센터보다 입고장과 대기장의 물류동선을 단축해 재고비용을 절감했고, 자동화시스템 도입과 지하1층부터 지상5층까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해 월평균 물류처리 건수를 기존 대비 약 2배이상 높였다는 코리아센터측 설명이다.

마이창고는 ‘창고 없는 창고업체’다. 이것이 무슨 말인고 하니, 마이창고는 실물창고를 보유하고 직접 운영하는 기업이 아니다. 마이창고가 내세우는 핵심은 ‘IT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이 있기 때문에 유휴공간을 가진 여러 창고사업자와 공간이 필요한 여러 이커머스 사업자를 연결시켜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풀필먼트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실물 물류센터가 아닌 ‘시스템’이다. 수많은 외부업체들이 다루는 수백수천개에 달하는 SKU(Stock Keeping Units)를 여러 물류센터에 동시 보관하고, 피킹하고, 포장하고, 출고하는 작업을 하더라도 실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 시스템의 역할이다. 여기에 두 기업이 만나게 된 힌트가 있다.

코리아센터의 사정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코리아센터가 글로벌과 로컬 양단에서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오픈 풀필먼트 플랫폼’ 사업 드라이브는 계속된다. 글로벌 풀필먼트 서비스는 코리아센터가 확보한 전 세계 7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제공한다.

마이창고는 코리아센터의 물류 인프라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국내 풀필먼트 서비스의 일부를 담당한다는 게 코리아센터측 설명이다. 코리아센터의 한국 물류센터 하나만으로 메이크샵으로 쇼핑몰을 만든 3만개에 달하는 업체들의 물류를 전부 처리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리아센터 관계자는 “코리아센터만의 물류 인프라로 메이크샵 고객사의 모든 물류 니즈를 해결할 수 없기에 마이창고와 MOU를 체결한 것”이라며 “마이창고의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를 통해 메이크샵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의 물류를 지원하는 개념”이라 설명했다.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는 “오랫동안 이커머스 업계에 있으면서 많은 온라인 셀러들이 물류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잘 알고 있다”면서 “이제 마이창고의 물류 서비스와 결합된 완전한 이커머스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창고의 사정

마이창고 입장에선 ‘코리아센터’와의 제휴는 오래 전부터 염원했던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마이창고는 코리아센터의 ‘메이크샵’을 포함한 카페24, NHN고도와 같은 쇼핑몰 호스팅 업체와의 제휴를 바래왔다. 그 이유는 이번 서비스 제휴와 관련된 마이창고의 보도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이창고는 보도자료를 통해 “추후 메이크샵과 시스템 연동까지 이뤄지면 메이크샵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온라인 셀러들은 판매 후 별도의 처리 과정 없이 물류센터에서 상품포장은 물론 택배출고까지 자동으로 처리되는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 말을 뒤집어 보자면 지금까지는 ‘원스톱 서비스’가 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그 이유는 쇼핑몰의 데이터와 물류센터의 데이터 사이에 ‘단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쇼핑몰에서 바지 하나가 팔렸다고 하자. 쇼핑몰 담당자는 쇼핑몰 관리 솔루션에서 바지가 판매됐다는 정보를 보고, 풀필먼트업체가 지정한 양식에 맞춰 ‘엑셀작업’을 해서 풀필먼트업체 시스템에 올린다. 이 엑셀작업이 데이터의 단절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공수다.

한 소호 쇼핑몰 사무실의 전경.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무실이 박스로 들어찬 이 꼴을 안 볼 수 있겠지만, 완전히 물류에 신경 꺼도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풀필먼트 서비스는 대부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쇼핑몰 입장에선 이렇다. 물류는 신경 끄고 편하자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했더니, 분명 상품피킹과 포장 작업은 사라졌다. 하지만 ‘엑셀작업’은 사라지지 않았다. 쇼핑몰이 단순히 바지 하나만 파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수백건 이상 판매가 발생한다고 하면, 그 판매정보를 풀필먼트 업체가 요구하는 양식에 맞춰 올리기만 하는 ‘전담직원’까지 고용해야 한다.

이런 비효율을 메이크샵과 같은 쇼핑몰 호스팅업체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연동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게 마이창고측 설명이다. API 연동만 된다면 번거로운 ‘엑셀작업’이 사라진다. 쇼핑몰의 판매 데이터는 끊어지지 않고 ‘물류센터’까지 전달된다. 이게 마이창고가 이야기하는 ‘완연한 풀필먼트’다. 완연한 풀필먼트란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가 좋은 상품을 기획, 소싱하고 판매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때 탄생한다.

손민재 마이창고 대표는 “이번 MOU를 기점으로 메이크샵 셀러를 대상으로 마이창고의 풀필먼트 서비스 영업이 진행될 예정이며, 빠른 시일 내에 메이크샵과의 API 연동 또한 마무리할 것”이라 말했다.

풀필먼트의 ‘궁극체’를 찾아서

마이창고는 이번 코리아센터와의 제휴를 통해 전자상거래 업계의 소호(SOHO) 셀러들에게 완전한 의미의 백오피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한다. 조만간 메이크샵과 마이창고 간의 시스템 연동이 끝나면, 메이크샵을 통해 독립몰을 만든 셀러들은 상품기획,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그 다음 고민은 하나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이창고측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 마이창고가 바라마지 않는 풀필먼트의 궁극체는 완성되지 않았다. 코리아센터가 아닌 쇼핑몰 호스팅업체를 통해 쇼핑몰을 만든 셀러와의 ‘데이터 연결점’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이창고 입장에선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카페24, NHN고도와 같은 업체와의 API 연동 논의도 빠르게 실체화하고 싶은 소망이다.

마이창고는 더 나아가 사방넷, 플레이오토, 이셀러스와 같은 쇼핑몰 통합관리 솔루션 업체나 11번가, 지마켓 등 마켓플레이스 업체와 API 연동도 희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라스트마일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업체’와의 API 연동까지 마무리 한다면 온라인 판매부터 소비자 상품 전달까지 실물과 데이터를 정물일치로 흐르도록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풀필먼트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마이창고는 이번 메이크샵과의 API 연동 다음 단계로 ‘메이크샵 전용 풀필먼트센터’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니까 메이크샵 쇼핑몰을 운영하는 셀러의 상품만 보관하는 물류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손 대표는 “메이크샵 전용 풀필먼트센터를 오픈한다면 메이크샵이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와 같은 FBM(Fulfillment By Makeshop)을 독립몰 셀러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마이창고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메이크샵 셀러들에게 풀필먼트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택배사와의 연결까지 끝마칠 것”이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