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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COM 본격 출범, 아직 신세계의 물류는 완성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이 그룹의 온라인 신설법인이 3월 1일 공식 출범한다고 26일 밝혔다. 법인명은 ㈜에스에스지닷컴(이하 SSG.COM)으로 신설법인의 대표이사는 이마트몰 온라인 전용센터(NE.O) 설립을 주도했던 최우정 대표(전 신세계 이커머스총괄 부사장)가 맡는다.

이번 신세계의 온라인 신설법인 출범 소식이 새로울 것은 없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11일 이사회를 열어 이마트몰이 신세계몰을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14일 관련 소식을 공시했다. 그 이전인 지난해 12월 27일에는 이마트와 신세계로부터 온라인 사업을 각각 물적 분할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법인을 만들었다. 사실 훨씬 이전인 2014년 1월에는 식품을 주로 다루는 ‘이마트몰’, 패션잡화를 주로 다루는 ‘신세계몰’을 통합한 플랫폼 SSG.COM을 론칭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신설법인 출범은 SSG.COM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서 따로 놀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라는 두 개의 법인을 통합하여, 오프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신세계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이커머스’를 밀어주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오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참고 콘텐츠 : 전지현 vs 보헤미안치킨, 새벽배송 전쟁이 시작됐다]

신세계의 온라인 신설법인 SSG.COM이 온라인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물류’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신선식품’에 특화된 ‘자동화 물류’다. 최우정 대표는 영국 신선식품 이커머스 ‘오카도(Ocado)’를 벤치마킹하여 보정(NE.O 001)과 김포(NE.O 002)에 이마트몰 온라인 전용센터를 설립했다.

SSG.COM의 온라인 전용센터는 신선물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작업장은 신선식품의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8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한다. 냉장냉동 식품의 경우 고객 문전 전달까지 상품의 특성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한 물류 프로세스를 만들었다는 게 이마트측 설명이다.(사진: 이마트 유튜브 캡처)

왜 굳이 ‘온라인 전용센터’인가. 오늘 질문은 거기부터 시작된다. 사실 신세계가 온라인 전용센터를 만든 2016년 이전부터 신세계는 전국 이마트 점포 인프라를 이마트몰(2000년 출범) 상품을 구매한 고객을 위한 물류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미 전국 143개에 달하는 이마트 매장 인프라를 보유한 신세계가 왜 굳이 ‘온라인 전용센터’를 만들었을까. 또 그 물류센터는 어떻게 SSG.COM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을까.

어차피 신세계그룹이 이번에 보내준 보도자료는 대부분 이미 나왔던 내용인지라 새로울 게 없다. 타이밍 왔으니 옛날 이야기 한 번 풀어본다.

이마트 점포배송이 터진이유

이마트 관계자가 전한 초기 이마트의 점포배송 방식은 이랬다. 이마트 매장후방에 P.P(Picking&Packing)센터를 만들고, 온라인으로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매장 담당직원이 픽업하고, 아이스박스에 담아 포장하여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세덱스, 2008년 한진 매각) 차량을 통해 고객에게 당일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점포배송 론칭 초기 이마트에 들어오는 온라인 주문은 하루 몇 건 수준으로 굉장히 미미했다. 그렇기에 이런 원시적인 방식으로 운영해도 큰 사고는 안 났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한 점포가 감당하는 온라인 주문이 수백건 이상 들어오면서 ‘물류’는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P.P센터가 입지한 이마트 매장의 후방공간이라고 해봤자 수십평 규모에 불과한데, 이 정도 공간으로는 빈발하는 고객의 주문을 당일에 모두 처리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당일배송은커녕 3일, 4일까지 배송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더욱이 마트 상품 특성상 고객이 주문한 상품은 ‘신선식품’ 비중이 높다. 동대문 의류 쇼핑몰에서 구매한 옷이 늦게 와도 화나는데, 당장 오늘 먹고 싶은 고등어를 주문했는데 4일 뒤에 왔다고 해보자. 고객은 분노한다. 실제 배송지연으로 인한 고객항의로 이마트 콜센터는 터져나갔고, 콜센터 직원이 울면서 뛰쳐나가는 일도 있었다는 게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마트가 2010년 도입한 것이 ‘타임슬롯’이다. 그러니까 현재 SSG.COM이 쓱배송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3시간 단위 예약배송’의 시작이다. 온라인 주문을 그때그때 포장해서 출고하던 원시적인 프로세스는 ‘출차시간’, ‘주문마감 시간’ 등이 정해지면서 체계를 갖춰갔다. 점포당 시간당 최대 배송량(Capacity)을 설정하고, 그것을 초과하는 고객 주문은 ‘예약마감’을 통해 주문 자체를 막아버리는 체계가 이 시기에 잡힌다.

현재 SSG.COM에서 볼 수 있는 시간지정 배송 타임슬롯(NE.O 001 물류센터 출고지역, 오후 2시 기준)

생산성과 결품에 대한 고민, 물류센터의 탄생

시간 단위 예약배송의 도입으로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점포배송의 명확한 한계는 있었다. 부족한 물류 작업공간의 크기로 인해 떨어지는 생산성(최대 출고량)이 첫 번째 이슈였다. 매장이 보유한 ‘재고’의 한계로 발생하는 결품 이슈도 있었다. 예컨대 고객은 할인된 가격에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고자 했는데 상품은 품절이고, 뒤늦게 상품이 입고된 이후에는 할인행사가 끝나버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생산성과 결품에 대한 고민은 온라인주문 고객을 위한 규모와 재고를 갖춘 전용 물류센터의 탄생을 이끌었다. 2014년 보정에 설립된 이마트몰 온라인 전용센터(NE.O 001)를 시작으로 2016년 김포센터(NE.O 002)까지 신세계가 물류센터를 직접 구축하기 시작한 이유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세계는 온라인 전용센터(NE.O 002 김포센터 기준)에 5만개의 SKU(Stock Keeping Units)를 보관, 출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몰 네오 물류센터 자동화 설비 모습(사진: 이마트 유튜브 캡처)

물류센터 투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세계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자동화 물류센터로 평가된다. 작업자가 물류센터를 돌면서 상품을 픽업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동화 컨베이어를 통해 상품이 작업자에게 전달되는 GTP(Goods To Person) 방식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공급망물류 전문지 CLO가 최우정 SSG.COM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이마트는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을 통해 기존 점포배송 대비 50배 이상의 생산성을 증대시켰다. [참고기사: 신세계 통해 엿본 물류센터 자동화의 미래]

신세계의 물류는 완성되지 않았다

신설법인 SSG.COM은 향후 온라인 전체 주문량의 80%를 차지하는 수도권의 배송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 온라인 전용센터 구축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포 지역에 추가로 온라인센터(NE.O 003)를 건설 중이고 공정률 70%로 2019년 하반기 오픈 예정이다. 신세계는 이렇게 된다면 2020년에는 2018년 대비 전체 배송처리물량을 2배가량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SG.COM이 온라인 전용센터 구축을 서두르는 이유는 현재 SSG.COM이 가지고 있는 두 개의 온라인 전용센터만으로 고객의 실시간 배송 니즈를 완연히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SSG.COM의 3시간 단위 예약배송 서비스는 여전히 특정시간의 ‘예약마감’이나 상품 품절로 인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상품을 배송시켜주는 완연한 ‘정시성(In-time Delivery)’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 수도권 전역에 쓱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26일 오후 2시 인천 자택에 당일배송 예약을 하기 위해 SSG.COM에 들어갔지만, 모든 타임슬롯이 마감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오2센터에서 출고되는 물량이다.

SSG.COM의 온라인 전용센터가 커버하는 서울, 수도권 지역을 벗어나면 그 정도는 더하다. SSG.COM의 자랑인 ‘쓱배송(당일배송, 쓱배송 굿모닝, 3시간 단위 예약배송)’이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전통적인 매장 후방 P.P센터를 활용하는 방식의 ‘점포 택배’가 남는다. 과거부터 발생했던 ‘생산성’과 ‘결품’에 대한 이슈는 여전히 지방에는 남아있는 숙제다.

SSG.COM에서 충북 진천을 배송지로 설정하니, 점포택배라는 녀석이 노출된다. 고객 주문 이후 평균 2일 이내에 택배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택배로 배송되니 쓱배송의 자랑인 신선 물류센터와 배송 인프라도 이용할 수 없다. 물론 이마트 매장이 어느 정도 신선물류 인프라 역할을 하긴 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현재 전국 이마트 점포 143개 중 100여개 점포에 P.P센터가 설치돼 있다”며 “향후 P.P센터 점포수를 늘리거나 점포 크기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지방 배송의 생산성(Capacity) 확충을 고민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SSG.COM의 미래 계획이 발표된 수준이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방에도 온라인 전용센터 구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온라인 구매 고객 수요가 많은 수도권 지역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센터 확충에 집중하고, 지방은 점포를 활용한 배송을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SSG.COM의 2019년 매출 목표는 3조1000억원으로 2018년보다 29.1% 높은 수치다. 2014년 1조원, 2017년에 2조원을 돌파하며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해 온 SSG.COM은 성장의 고삐를 더욱 당겨 2023년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먼저 온라인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배송 서비스에 투자를 집중키로 했다. 아직 신세계의 물류는 완성되지 않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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