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신인이 단번에 유명해지려면 챔피언을 꺾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신인 씨름 선수 강호동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그가 이긴 상대가 황제 이만기였기 때문이다. 비록 챔피언을 누르지는 못할지라도 1등과 맞붙는 것만으로도 신인의 인지도는 올라간다.

네이버가 오는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에 첫 출전한다. 포털과 메신저로 성장한 네이버가 CES에 들고 출전한 종목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자율주행이다. 주로 구글이 세계 최강인 부문이다.

국내서는 최강자지만, 글로벌로는 완전 신인인 네이버는 야외 부스를 구글 바로 앞에 차렸다. 구글의 옆 자리는 자율차 지도를 만드는 업체 중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히어’가 자리 잡았다. 구글과 히어 부스를 보러 온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네이버 랩스’의 간판도 보게 된다. 네이버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이들도, 한 번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부스 위치 선정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구글 부스 앞에 네이버 부스가 차려져 있다.

네이버가 CES에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포털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워서다. 네이버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압도적이지만, 바로 그 이유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모바일 검색에서는 구글이 국내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 대박을 친 라인 역시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이후의 새로운 시장 확장이 더디다. 살아남으려면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포털이나 메신저로는 다소 힘겨워 보인다는 뜻이다.

AI나 로봇, 자율주행차를 앞세운 것 역시 이런 냉정한 현실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새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이 시장이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고 있고, 또 이미 강자끼리 싸움으로 정리가 되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네이버로서는 빠르게 경쟁 구도에 편입하려면, “구글, 나랑 붙자”는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 물론, 선전포고로는 모자라다. 게임에 참전이 가능하다는 판돈을 꺼내보여야 하는데, 그게 바로 올 CES에서 공개하는 ‘세계 최초’ 시제품이나 기술이다.

CES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사 중인 부스 앞을 지나가고 있다. 그에게 “일부러 구글 앞에 부스를 지은 것인지” 묻자, 그는 “부스 위치는 우리도 몰랐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구글 앞 부스 위치 선정이 좋은 것 아니냐”고 다시 묻자 “우리로서는 좋은 것”이라며 웃었다.

 

구글 부스. “어서와 네이버, 글로벌은 처음이지?”  아직 글로벌로는 네이버가 신인이다. 부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도 아직 ‘네이버’를 낯설어 했다. 내년 CES에서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까?

CES 2019에서 네이버의 목표는 “기술력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부터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사내 조직 ‘네이버랩스’를 설립하고, 2017년 별도 회사로 분사해 사용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인지’하고 ‘이해’해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정보와 서비스를 끊김없이 제공하는 ‘생활환경지능 (Ambient Intelligence)’ 기술을 연구개발한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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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공개한 CES 2019 심볼. 올해로 네이버 창사 20주년, 성인이 된 만큼 부모 품을 떠나 더 큰 무대로 나간다.

 

네이버가 올해 CES에서 공개하는 판돈, 기술과 시제품을 아래 간략하게 소개한다.

♦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기술 기반, 신기술 및 시제품 13종 전시

네이버랩스가 연구개발하고 있고 CES에서 전시하는 13종 기술과 시제품을 나열하자면,



▲스마트폰과 자율주행 기기들을 위한 위치 및 이동 통합 솔루션 ‘xDM 플랫폼’

▲3차원 실내 정밀 지도제작 로봇 ‘M1’

▲고가의 레이저 스캐너 없이 원활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가이드 로봇 ‘AROUND G (어라운드G)’

▲로보틱스와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실내 지도 자동 업데이트 솔루션’

▲와이어 구조의 혁신적인 동력 전달 메커니즘으로 정밀 제어가 가능한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응용한 전동 카트 ‘AIRCART (에어카트)’

▲자율주행차 연구에 필수적인 HD맵 제작 솔루션인 ‘Hybrid HD Map (하이브리드 HD 맵)’과 네이버랩스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맵핑 시스템 ‘R1’

▲운전자보조 시스템 ‘ADAS (에이다스, advanced drivers’ assistance system)’

▲3차원 증강현실 HUD (head up display)인 ‘AHEAD (어헤드)’

등이다.

 

♦ 5G 이동통신의 초저지연 기술로 브레인리스 로봇 제어 세계 첫 시연

로봇 팔 앰비덱스는 5G 이동통신의 최신 기술을 활용한 첨단 로보틱스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앰비덱스는 이렇게 생겼다.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인 ‘데뷰(DEVIEW) 2017’에서 처음 동영상으로 공개됐었는데, 사람의 팔보다 가벼운 무게 (2.6kg)고 와이어 구조 메커니즘으로 사자연스러운 상호작용과 정밀 제어가 가능해 관심을 받았었다.



[관련기사: 네이버가 도대체 왜 로봇을 만드는가]

CES 2019에서 선보이는 앰비덱스는 조금 더 진화했는데, 글로벌 통신 칩 제조 및 솔루션 기업 ‘퀄컴(Qualcomm)’과 협력해 정밀 제어가 가능한 ‘5G 브레인리스 로봇 (brainless robot) 제어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5세대 이동통신의 초저지연 (low latency) 기술을 이용해, 로봇 자체의 고성능 프로세서 없이도 통신망에 연결해 정밀한 로봇 제어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이버 측은 “공상 과학 영화에서 봤던 장면을 이번 CES에서 직접 시연해 냄으로써, 5G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국내외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활용한 실내 길찾기용 로봇 첫 시연

실내용 증강현실(AR) 길찾기 기술을 적용한 로봇 어라운드 지(AROUND G)도 처음 선보인다. 자율주행 로봇과 AR 길찾기 기술이 접목된 이 로봇을 이용하면 대형쇼핑몰이나 공항 등 GPS가 연결되지 않은 실내에서 증강현실로 구현된 길찾기 정보를 따라 원하는 곳을 찾아갈 수 있다.

AR 디스플레이를 통해 상점이나 식당 등 장소 부가정보 (POI)를 확인할 수 있다. 고가의 레이저 스캐너 장비 없이 저렴한 센서만으로 원활한 자율 주행을 선보임으로써, 로봇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한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네이버 측은 설명했다.

 

자율주행 실내 AR 길찾기 로봇 어라운드 지(AROUND G)

 

♦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미래 기술 연구 성과 공개

자율주행기술과 3D/HD 맵핑 기술을 접목, 모바일 맵핑 시스템 R1이 수집한 장소 정보와 항공촬영 이미지를 결합해 자율주행에 활용할 수 있는 고정밀 지도 (Hybrid HD Map)를 만들 수 있는 매핑 기술을 전시한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카메라 하나로 전방 주의와 차선이탈경고 등을 제공하는 진화된 운전자 보조시스템 ADAS나,  HUD를 통해 실제 도로와 융합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3차원 광학 기술인 AHEAD 등 모빌리티 기술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고정밀 지도는 항공사진과 모바일 매핑 시스템(R1)이 탑재된 차량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결합해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HD맵을 구축한 것이다. 이 지도를 활용하면 도심처럼 고층건물이 많아 GPS 음영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도 끊김 없이 측위를 할 수 있다고 네이버 측은 설명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맵핑 시스템 ‘R1’, 고정밀 지도 ‘Hybrid HD Map’, 운전자 보조시스템 ‘ADAS’, 3차원 AR HUD ‘AHEAD’

네이버는 위치와 이동 기반 기술이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도록 xDM (eXtended Definition & Dimension Map Platform) 이라는 기술 플랫폼을 구축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위치 및 이동 서비스의 핵심 기반이 되는 고정밀 지도와 정밀한 측위, 내비게이션 기술과 데이터를 통합한 것이다. 네이버는 API와 SDK 형태로 xDM 플랫폼을 공개해 국내외 기업들과 제휴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3~4년 전 인공지능에 대한 선행 기술 연구가 현재 클로바, 파파고, AI추천, 스마트렌즈 등 다양한 서비스의 기반이 된 것처럼, 현재의 연구개발 투자는 미래에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네이버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 미래 기술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톱 레벨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일상의 유익함과 즐거움이라는 사용자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