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쏘시스템이 세계의 운전자들을 관찰하는 이유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109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 하나는 자율주행차가 더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CES 2019가 열리던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실제로 타볼 수도 있는 현재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진보했다고 모두 보편화되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보편 기술이 되려면 이용자들의 신뢰를 먼저 얻어야한다. 자동차처럼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있는 기술은 더더욱 그렇다.
지난 9일 라스베이거스 CES 2019 현장에서 만난 다쏘시스템의 올리비에 사팡 다쏘시스템 부사장은 이에 관련해 “자율주행차는 시민을 위한 기술이니까, 결국은 시민들이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신뢰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시뮬레이션 기술은 자율주행차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차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실험주행을 해야하는데, 실제 도로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로 실험을 할 수는 없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은 가상의 공간에서 실험하되, 실제 실험주행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
사팡 부사장은 “안전하고 정확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하려면 플랫폼 내 가상환경에서 수천, 수만 개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모든 과정이 다쏘시스템의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뿐 아니다. 전기차와 같은 분야도 시뮬레이션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다. 전기차 배터리 폭발 사고에 대한 뉴스를 가끔 들을 때가 있지 않은가?
사팡 부사장은 “만약 새로운 배터리를 디자인한다면 열관리, 안전성 등 복잡한 사항들을 고려해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면서 “이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위한 플랫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 안전과 효율 향상을 위해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인 전기차 업체, 예를 들어 바이톤이나 테슬라, 니오 등과 개발에 협력하고 있으며, 아우디, PSA 푸조 시트로엥 등과도 손잡고 자율주행차도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의 관건은 실제 환경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가상환경에서 모두 실험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에서만 시뮬레이션을 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한민국 부산에 떨어진다면? 1킬로미터도 제대로 가기 힘들 것이다.
다쏘시스템은 더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위해 최근 이스라엘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기업 코그나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코그나타는 다쏘시스템의 버추얼 환경 내에서 자율주행차를 훈련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쏘시스템과 코그나타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에요. 다쏘시스템은 코그나타와 협력해서 교통 패턴을 구하기 위해 머신 러닝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서울, 상하이, 파리, 샌프란시스코 등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운전하는지 분석을 통해 자율주행차가 각각 도시에서 훈련하여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이죠.”
물론 다쏘시스템의 기술이 안전성 확보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이 회사가 지난 40년 동안 해온 일이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의 탑승자가 어느 정도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느 정도 안전감을 느끼는지 역시 시뮬레이션의 대상이다.
다쏘시스템은 이런 혁신을 위해 기존 파트너였던 자동차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도 협업하고 있다. 자동차 외에도 혁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라 파운데이션’을 운영,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나 비영리 기구를 지원하는 일도 한다.
1981년 창업한 다쏘시스템은 그때부터 3D로 제품을 설계하는 데 집중해왔다. 창업 이후 곧 BMW나 벤츠, 혼다 같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과 파트너가 됐다. 사팡 부사장이 이 회사에 합류한 것은 1995년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다쏘시스템에 합류해서 24년간 한 우물만 팠다.
현재 다쏘시스템에서 일하는 직원도 1만6000명에 달한다. 회사가 이만큼 커졌어도, 사팡 부사장은 다쏘의 특징을 “스타트업처럼 움직이는 것”이라 꼽았다. 특히, 성장한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받는 ‘부서 이기주의(사일로, silo)’를 없애는데 다쏘가 집중, 타 부서 간 협력을 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쏘시스템의 기업 문화는 협력적 혁신을 지양합니다. 직원들이 각자 속한 부서가 있지만, 한 커뮤니티로써 일하죠. 새로운 혁신을 개발할 때면 세계 각지에서 보유한 기술을 빠르게 모아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 냅니다. 모든 작업을 플랫폼 내에서 공유하면서 다른 직원들과 협력이 이뤄지죠.”
그는 사일로를 없애고 ‘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를 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하기도 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최근의 자동차 산업 변화를 감지한다면 부서 이기주의야말로 회사를 망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에 자동차는 단지 하드웨어 업체로 분류됐다. 소프트웨어 관련 장치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의 ‘스마트카’에는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전자 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자 장치와 기기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다뤄야 해요. 이것은 시스템 사고를 의미하는데요,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자 장치들을 모두 함께 다뤄야 한다는 거죠. 시스템 사고는 기존의 사일로를 없애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동차를 생각하는 세계적인 방식입니다.”
그에게, 인터뷰 끝에 올해 CES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이 어디였냐 물었다. 그는 약간 장난 섞인 얼굴로 “다쏘 시스템”이라고 답하더니, 덧붙여 “자동차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을 선보인 바이톤의 전기차가 매우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물론, 바이톤 역시 다쏘시스템의 파트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