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아고라, 미즈넷 서비스 종료

포털 다음이 2005년 열었던 온라인 토론광장 ‘아고라’가 14년 만에 문을 닫는다. 정치적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뤄졌던 곳이지만, 더는 의제 설정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현실 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카카오는 3일 아고라를 비롯, 미즈넷 등 과거 다음 시절부터 운영해온 커뮤니티, 게시판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아고라는 정치 토론, 청원 게시판 등의 역할을 했던 곳이며 미즈넷은 여성 전용 게시판이다. 둘 모두 다음을 대표하는 이용자 게시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며 사랑받아왔다. 특히, 아고라의 경우 정치적 견해가 갈리는 이들이 주로 논쟁을 벌인 곳이어서 이용자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다음 아고라는 국내 인터넷 포털 역사상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2008년 촛불집회 때는 오프라인 집회의 열기를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겨 담으며 ‘제2의 명동성당’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유명 경제 논객이었던 미네르바가 활동하던 곳도 아고라였다.

한국의 민주화를 이끈 것이 오프라인 광장에 모인 이들의 열망이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아고라로 대표되는 온라인 광장이 민의를 모으는 직접적 기능을 했다. 다음이 아고라를 운영하며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아고라를 보면, 대한민국이 보입니다’였다. 그만큼 아고라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카카오가 내년 1월 7일, 다음 아고라 서비스의 종료를 공지했다.

[참고기사: 한겨레, 2008.05.29. ‘아고라’는 제2명동성당…돌 대신 ‘댓글’ 던져]

촛불 집회로부터 다시 10년. 정권은 바뀌었고, 아고라의 직접 의제 설정 기능 역시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아고라 자유 토론방에는 3일 기준 596만5102개의 토론글이 올라와 있다. 청원 게시판에도 꾸준히 새글이 올라오지만 호응은 크게 줄었다. 이제 국민들은 토론 거리가 있으면 청와대 게시판에 직접 청원한다. 아고라가 지향하는 ‘개인의 정치적 목소리 내기’가 보다 권력 가까이로 옮겨간 셈이다.

카카오 측은 아고라 정리에 대해 의제설정 기능이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했지만, 종료 시점을 놓고는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년 4월 있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피해 내년 초를 종료 시점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시점에 정치 토론 기능이 있는 게시판 서비스를 끝낼 경우 정권의 압박, 또는 여론을 조작하거나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관점 자체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전용 게시판이었던 미즈넷도 내년 1월 1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다음 아고라는 내년 1월 7일 서비스가 종료되며, 4월 1일까지 백업 서비스를 지원한다. 미즈넷의 종료일은 내년 1월 14일이며 4월 7일까지 본인이 올린 글을 백업할 수 있다.

아고라와 미즈넷이 서비스를 종료한데다 잠정 신규창작자를 받지 않기로 한 스토리펀딩 역시 곧 서비스를 접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음이 만들어온 대다수 서비스가 ‘포털 검색’ 기능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문을 닫거나, 닫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다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관련기사: 카카오, 스토리펀딩 일단 멈춤… 새 창작자 안 받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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