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C 한다는 아마존, ‘드랍쉬핑’은 불가능한 이유
아마존글로벌셀링이 2019년 전략방향의 핵심 키워드로 ‘D2C(Direct to Customer)’를 내세웠다. 박준모 아마존글로벌셀링 대표는 “국가간 경계를 넘어선 온라인 상거래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아마존코리아가 보는 트렌드는 D2C(Direct to Customer) 모델의 등장”이라며 “전통적인 무역트렌드는 제조, 수출, 수입, 도매, 소매업체가 이어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D2C 시대에서는 판매자가 중간 유통망 없이 고객에게 직접 판매가 가능해진다. 아마존이 D2C를 구현하는 하나의 채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존글로벌셀링이 내세운 D2C는 사실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다. 예부터 아마존글로벌셀링은 한국 판매자들을 모아서 글로벌(미국, 일본, 유럽)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D2C 시대에는 과거 B2B 무역과 달리 규모와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중소업체들 역시 아마존이라는 판매채널을 활용하여 얼마든지 상품을 판매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맞는 말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에서 ‘아마존’ 키워드로 뉴스검색 해보면 많이 나올 거다.
‘드랍쉬핑’이라고 아니?
요즘 크로스보더 물류업계에서는 2019년 메가트렌드로 ‘드랍쉬핑(Drop Shipping)’을 꼽는 목소리가 높다. 드랍쉬핑이란 ‘재고 없이’, ‘수많은 상품구색(Stock Keeping Units)’을 다룰 수 있는 판매 방법으로 각광받는다. 그러니까 한국 판매자(리셀러)가 재고 하나 보유하지 않고, 수많은 해외 상품을 한국에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미국, 중국, 일본의 판매자가 재고 하나 보유하지 않고, 수많은 해외 상품을 현지에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렇다. 판매자는 도매업자(드랍쉬핑 플랫폼 사업자)가 보유한 상품 정보를 아마존, 이베이, 유튜브, 개인 블로그 등 판매채널에 올린다. 이후 판매채널에서 소비자 주문이 발생하면 판매자는 도매업자에게 해당 주문 정보를 전달한다. 도매업자는 주문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한다. 이를 국가간 전자상거래로 확장시킨 것이 ‘크로스보더 드랍쉬핑’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한국 마켓플레이스에서는 ‘구매대행’ 마크를 붙이고 수많은 상품을 팔고 있는 리셀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해당 상품의 재고를 보유하고 판매하는 사업자가 아니다. 상품주문이 발생하면 어디선가 상품을 대신 구매하고 발송해준다. 만약 이 과정에서 마지막 과정인 ‘발송’을 판매자가 아닌 상품을 보유한 누군가가 대신 처리해준다면 그 역할을 하는 게 드랍쉬핑 플랫폼 사업자다.
크로스보더 드랍쉬핑의 선결조건
아무나 크로스보더 드랍쉬핑 플랫폼이 될 수 없다. 선결조건이 있다. 먼저 크로스보더 드랍쉬핑 플랫폼은 상품과 관련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든 보유해야 한다. 요컨대 무게와 부피 정보는 필수다. 국제 항공운송의 물류비는 상품의 ‘무게’와 ‘부피’에 따라 다르게 과금 된다. 상품을 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리셀러가 ‘물류비’를 고려한 판매가를 책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품정보가 있어야 된다. 예컨대 드랍쉬핑 플랫폼 사업자가 직매입을 통해 상품 실재고를 보유하거나, 제조 및 브랜드업체로부터 정확한 상품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리셀러와 연결된 네트워크와 시스템이다. 이론만 보자면 상품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제조업체가 드랍쉬핑 사업자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드랍쉬핑을 통해 실제 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리셀러와 연결고리가 없다. 글로벌 리셀러와 네트워크도 없고, 판매를 지원해줄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제조업체가 드랍쉬핑 플랫폼 사업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이유다.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제조사와 연결된 네트워크와 시스템이다. 결국 드랍쉬핑은 ‘제조사’를 낄 수밖에 없는 모델이다. 직매입을 한다면 제조사가 공급자(Vendor) 역할을 한다. 직매입을 하지 않는다면, 제조사가 직접 물류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제조사 네트워크에 리셀러의 판매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 연동이 돼있어야 한다.
크로스보더 물류업계에서 은둔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드랍쉬핑의 핵심은 서로 다른 제조사(공급자)와 소비자의 직거래를 만드는 것”이라며 “드랍쉬핑 플랫폼은 엄밀히 말하면 제조사와 판매자의 중간에서 데이터 전송을 도와주는 사업자”라 설명했다.
아마존도 가능한 ‘사파 드랍쉬핑’
아마존도 ‘드랍쉬핑’ 비슷한 사업을 할 수 있다. 아니, 이미 하고 있다. 많은 한국 구매대행 사업자들이 재고 없이 아마존에 올라온 상품정보를 한국 마켓플레이스에 올려두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아마존이 풀필먼트센터에 직접 보유한 재고를 통해 무게, 부피 등 상품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데이터가 해외 리셀러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리셀러는 물류비를 고려한 판매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아마존이 하는 것을 드랍쉬핑 ‘비슷한’ 사업이라 표현한 이유는 아마존이 한국까지 직접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일부 브랜드는 한국까지 글로벌 배송(Global Shipp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구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때문에 아마존 상품을 파는 한국의 구매대행 사업자는 ‘아마존프라임’ 등을 활용해 미국현지 2일 배송을 받고, 이후 국제물류는 배송대행 사업자를 이용해 한국 소비자까지 물류를 처리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참고기사 : 아마존 해외배송이 그렇게 좋은가요?]
아마존코리아가 ‘드랍쉬핑’을 안하는 이유
그럼 한국에 있는 아마존글로벌셀링은 어떨까. 아마존글로벌셀링은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한국 판매자를 모으고 있다. 아마존글로벌셀링이 그렇게 모은 한국 판매자들의 상품을 미국에 있는 리셀러와 연결하는 ‘드랍쉬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는 않을까. 결론만 말하자면 불가능하고, 아마존이 그걸 할 이유 또한 없다.
불가능한 이유는 아마존이 한국 셀러들의 상품정보를 모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셀러들은 아마존의 물류대행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이용하지 않는 한, 미국 현지고객까지의 물류를 ‘알아서’ 처리한다. 그래서 아마존글로벌셀링 역시 셀러가 판매하는 상품 실물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정확한 상품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글로벌 셀러가 FBA를 이용하더라도 아마존 풀필먼트센터까지 상품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마존글로벌셀링이 상품정보를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 FBA를 이용하기 위해선 아마존 현지 풀필먼트센터까지 재고를 미리 보내놔야 되는데, 역시 그 과정은 셀러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참고기사: 아마존의 물류 구멍, 삼성SDS가 메운다고?]
아마존글로벌셀링이 딱히 드랍쉬핑을 해줄 이유도 없다. 미국 아마존이 해외 리셀러에게 상품 데이터를 공개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해외 리셀러의 판매가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마존 마켓플레이스가 없다. 아마존글로벌셀링이 열심히 모은 한국 판매자들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 수수료는 이미 ‘아마존’의 것이다. 아마존이 아닌 다른 판매채널에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는 미국 리셀러에게 아마존글로벌셀링이 열심히 모은 한국 판매자의 상품을 거저 제공하는 ‘드랍쉬핑’을 할 이유가 없다.
물론 이런 형태는 가능하겠다. 미국 리셀러가 아마존 미국 마켓플레이스에 올라온 한국셀러의 상품을 소매가에 구매하고, 다른 판매채널에 되파는 것이다. 어찌 보면 ‘드랍쉬핑’의 형태라 볼 수 있겠지만 이건 무의미하다. 리셀러가 이윤을 남기려면 무조건 아마존 판매가보다 비싸게 팔아야 된다. 그런데 누가 미국에서 아마존보다 비싼 가격에 같은 상품을 사겠는가. 답은 간단하다.
드랍쉬핑이 아마존 생태계에 균열 만드나
아마존 생태계는 견고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1위 마켓플레이스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전 세계 3억명이 넘는 활성 사용자를 기반으로 이제는 국경을 넘나드는 이커머스 기반 무역 사업자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 구축한 149개의 풀필먼트센터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미국에서 아마존 풀필먼트센터를 거치지 않는 3PL은 없다고. 이런 아마존 생태계에 조그마한 균열이라도 만들 수 있는 전략으로 ‘드랍쉬핑’이 거론된다.
크로스보더 물류업계에서 은둔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아마존은 이미 무너질 수 없는 견고한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했다. 예컨대 FBA를 쓰지 않으면 한국에서 미국까지 가는 배송이 2주일이 걸리는데, 그 이야기는 셀러들에게 상품을 팔고 싶으면 무조건 아마존 물류센터에 상품을 갖다 놓으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며 “아마존은 그런 생태계 안에서 셀러들에게 15% 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 만약 재고관리와 배송시간 관리가 잘 안되면 바로 글로벌 셀러의 계정을 정지시켜 버리는 등 엄격한 통제 정책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드랍쉬핑 플랫폼은 아마존을 통한 해외 판매와는 달리 월간 시스템 이용료 개념의 과금을 하는 곳이 많다. 알고 있는 중국회사들의 경우 수수료를 붙여봤자 많아야 5% 정도”라며 “개인적으로 미래 드랍쉬핑 플랫폼의 핵심은 아마존을 배제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사족이지만,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직매입 사업을 하고 있는 마켓플레이스 쿠팡이 ‘드랍쉬핑’ 사업을 한다면 어떨까. 쿠팡은 350만개가 넘는 SKU를 자체 운영하는 물류센터에 재고로 보유하여 판매하고 있다. 기자가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마존과 같이 부피와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설비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그게 있다면 쿠팡도 이론적으로 해외 리셀러에게 쿠팡상품을 글로벌로 판매하게 하는 드랍쉬핑 사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기자는 쿠팡 관계자에게 물었다. “쿠팡 물류센터에 중량, 무게 데이터를 실측할 수 있는 설비가 있나요?”
그의 답변은 이렇다. “쿠팡 물류센터 내부 설비 정보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쿠팡은 현재 소비자들에게 부피 정보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상품 중량 정보는 브랜드사에게 받은 것을 제공해주고 있는데, 쿠팡이 검수한 데이터는 아닙니다”
이 문답의 해석은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콘텐츠는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는 은둔 크로스보더 물류업계 기인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