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 “우리에게 필요한 건 IBM의 인프라, 변하지 않겠다”
지난 10월 28일 IBM의 레드햇 인수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IBM은 340억 달러로 레드햇을 인수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는 가장 크고, 전체 기술 기업으로 쳐도 세 번째로 큰 인수 규모다. 한국 돈으로는 약 38조8000억원. 첫 번째는 델의 EMC 인수(670억 달러), 두 번째는 JDS유니페이스의 SDL 인수(410억 달러)다.
IBM이 레드햇을 왜 인수했는지는 이 기사에서 읽어보도록 하자. 요약하자면, IBM이 노리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통해 클라우드 점유율(현재 5위로 추락했다)을 올리는 것이고, 속내로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레드햇을 닮은 경영혁신을 꿰한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란 AWS, 애져 등의 퍼블릭 클라우드와, 기업이 가진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조합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기업 내부의 데이터센터에서 다 하지 못하는 다양한 일을 퍼블릭 클라우드의 솔루션과 접합해 사용하는 것이다. IBM은 프라이빗 클라우드의 최강자였고, 저렴하며 개방적이고 탄력적인 AWS 등의 퍼블릭 클라우드에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다. 따라서 기존전략을 고수하며 트렌디함을 더하려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필수라는 시각이 있다.
경영문화에서도 레드햇과 IBM은 큰 차이가 있는데, IBM이 보안을 중요시하는 전통 기업이라면, 오픈소스 SW 기업인 레드햇은 협업, 애자일, 정보공개 등에서 매우 열려있다. 이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발표자인 데미안 웡(Damien Wong) 레드햇 아시아 Growth & Emerging 시장 부문 부사장 및 총괄은 “과거의 기업 전략은 Plan->Precribe->Excute(계획, 처방, 실행)의 탑다운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하면, 현재와 미래의 기업은 Configure->Enable->Engage(조직, 권한, 참여)의 수평적인 참여 구조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IBM이 레드햇 인수로 노리는 것은 비교적 감춰져 있다. 그렇다면 레드햇이 노리는 건 무엇일까? 기자간담회 결과 레드햇이 원하는 건 두 가지였다. 현재의 오픈소스·개방적인 기업문화를 유지하며 IBM의 여러 인프라를 사용해 레드햇 제품을 더 넓고 빠르게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영업이나 마케팅 등의 인프라를 사용하고 싶다는 의미. 현재 레드햇의 직원은 1만3000여명이지만 IBM의 직원은 38만명이다.
이를 위해 레드햇은 현재의 사무실이나 임직원 체계를 바꾸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임을 밝혔다. 레드햇은 창사 이후 계속해서 레드햇의 가치를 지켜왔고, 이것을 지키는 데 강한 의지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진 질의 시간에서 아마존이나 MS 등 퍼블릭 클라우드 벤더가 IBM에 등지는 의미로 오픈소스를 활용한 독자규격을 만들면 어떡하냐는 질문에도 데미안 웡은 흔들리지 않고 “오픈소스 참여는 어떤 경우에도 찬성한다. 더 많이 참여할 때 더 많은 혁신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레드햇의 가치다”라고 말했다. IBM은 아마존과 경쟁사일 수 있지만, 레드햇과 아마존은 파트너라는 의미다.
요즘 한국에 왜 이렇게 많은 클라우드 업체들이 관심을 갖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은 5G를 가장 먼저 구동할 리딩 테크놀로지 국가다. 정책도 클라우드 친화적이며 인프라도 뛰어나다. 따라서 많은 벤더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IBM과 레드햇의 기업가치 고수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레드햇은 과연 레드햇으로 남을 수 있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