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발생한 사망사고로 CJ대한통운 대전 허브터미널이 가동 중단되면서 ‘택배대란’이 실체가 돼 다가오고 있다. 전국 각 지역의 CJ대한통운 대리점장들은 이미 택배대란의 기운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일부 CJ대한통운 대리점은 허브터미널로부터 물량을 받지 못해 배송 처리할 물량이 없어 잠정휴무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송장 8, 9번으로 시작하는 지역분류표. 현재 택배대란을 체감하고 있는 지역이다.

CJ대한통운 대전 허브터미널은 전국으로 배송되는 물량을 모두 처리하는 유일한 터미널이다. CJ대한통운은 송장번호 앞 번호를 기준으로 허브터미널에서 서브터미널(지역 대리점)로 이동하는 간선배송 지역을 나누는데, 송장번호 8, 9번으로 시작하는 지역을 처리하는 터미널은 이번에 가동 중단된 CJ대한통운 대전터미널이 유일했다. 8, 9번 지역은 주로 읍, 면, 리 등 산간벽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CJ대한통운이 처리하는 물량 기준으로는 10%가 안되지만, 면적 기준으로는 대한민국 국토의 40%에 육박한다는 게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의 설명이다.

현재 완전히 배송업무를 멈춘 CJ대한통운 대리점은 주로 8, 9번으로 분류되는 지역의 배송을 처리하는 곳으로 확인된다. 그 외 대리점 또한 평소 대비 10~20% 물량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리점장들이 받은 대전허브 마비에 따른 CJ대한통운의 대책 안내. 대전허브 가동중단에 따라 곤지암, 옥천, 청원 허브터미널이 주간가동되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은 대전 허브터미널 가동 중단에 따른 물류대란을 막고자 ‘곤지암’, ‘옥천’, ‘청원’ 등 3개의 허브터미널을 추가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국 CJ대한통운 대리점에  ‘신선식품’은 집하를 자제하라고 전달하기도 했다. 추후 배송지연으로 인한 고객 상품손상과 클레임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터미널 변경은 배송차량, 상품 오적재 등 운영상의 실수를 불러왔다.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가 본사 네트워크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에 따르면 2일 기준 곤지암, 옥천, 청원 등 CJ대한통운 허브터미널에는 총 437대의 간선운송차량이 작업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안내에 따르면 8, 9번 지역의 물량을 처리하는 청원허브터미널에는 2일 약 90대 간선차량의 잔류가 예상된다.

작업을 하지 못하고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CJ대한통운 11톤 간선운송차량. CJ대한통운 관계자에 따르면 간선차량에 들어가는 적재물량은 최소 700~최대7000박스 정도이며, 통상 2000개의 택배상자가 적재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사진: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 제공)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회사는 용차를 구해서라도 물량을 처리해준다고 하지만, 현재 이미 8, 9번 지역의 물량을 처리하는 대리점은 전멸 상태다. 발송하지 못한 상품이 100만개가 넘는다”라며 “아직 주간가동되지 않은 CJ대한통운 장성, 칠곡 터미널을 돌려서라도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 이미 어제 처리해야할 물량 기준으로 30%를 처리하지 못한 상황인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은 점점 더 쌓일 것”이라 말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택배대란

CJ대한통운 대리점장들에 따르면 아직까지 택배대란의 여파를 소비자가 체감하기는 어렵다. 주로 배송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 도심 외곽(8, 9번 지역)이고, 기본적으로 도심 외곽의 고객은 이틀 정도의 배송지연에는 관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주문일 기준 1주일이 넘어가기 시작하는 다음 주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객들의 배송지연 클레임을 받은 기업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대리점장들의 예측이다.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 최악인 경우에는 31일에 허브터미널로 보낸 물건이 아직 하차도 안됐다. 오늘은 물건을 까서 분류해야 될텐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 말했다. 또 다른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에게 택배비를 올려놓고, 니네가 해주는 것이 고작 이거냐고 항의하는 전화가 오고 있다”며 “어렵게 택배단가 올려놨는데, 며칠 안 돼 사건이 터진 것”이라 전했다. [참고: CJ대한통운, 이달부터 택배단가 본격 조정… 후폭풍 대비해야]

실제 택배사 변경을 고민하는 화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J대한통운을 이용하고 있는 한 유통화주사 대표는 “택배에 문제가 생겨 로젠 등 외부 택배업체에게 물량을 맡기고 있다”며 “지난 7월 CJ대한통운 파업 때도 택배대란이 있었는데,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계약 택배업체를 바꾸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을 이용하고 있는 풀필먼트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가동이 중단된) 대전 허브터미널로부터 받는 물량이 적어서 피해는 미미하다. 대전터미널이 가동 중단됐다는 소식을 알고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화주들에게 개별 연락을 돌리고 있다”며 “불만은 CJ대한통운이 택배에 문제가 생겼음에 불구하고 우리에게 따로 공지하지 않은 것이다. 언론을 통해 (허브터미널 가동이 중단됐다는) 내용을 알았는데, 배송에 문제가 생겼으면 당연히 화주에게 먼저 알려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2일 저녁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대전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택배대란이 전조가 아닌 실체로 다가오는 상황. 이 자리에서 CJ대한통운 본사에 전달할 대리점장들의 의견을 취합한다는 계획이다. 택배처리를 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수익감소와 고객 클레임을 직접 몸으로 맞는 것은 대리점이 되니만큼, 심각하게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는게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의 설명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오늘은 금요일이라 물량이 평소보다 많지 않다”며 “주말까지 시간을 활용하여 최대한 배송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