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이달부터 택배단가 본격 조정… 후폭풍 대비해야

CJ대한통운이 이달부터 택배단가를 조정하고 있다. CJ대한통운에 이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3대 택배사가 같은 방식의 단가 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온라인 셀러를 포함한 택배 화주들의 원가 인상은 필연처럼 다가온다. 다가올 후폭풍을 준비해야 한다.

기자가 입수한 CJ대한통운 내부 문건에 의하면 CJ대한통운은 10월 1일부로 상품의 체적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고객의 계약운임과 실제운임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 사이즈별 계약 운임을 적용한다.

CJ대한통운 택배부문에서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최저시급 인상’으로 대표되는 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이번 단가 조정의 배경이다. CJ대한통운은 현상황을 ‘경영부담 가중으로 감래의 한계치가 넘어섰고, 자체 노력으로 그 한계점을 넘어설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의 택배 단가 조정이 가능해진 이유는 ITS(Intelligent Terminal System)라 불리는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ITS는 카메라를 활용한 자동 스캐너다. 고객별 화물의 부피를 스캐너가 자동 측정해 만약 부피에 따른 운임이 맞지 않다면 부족한 운임을 추가 청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택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에는 사람들이 일일이 바코드를 찍는 방식으로 화물을 확인했기 때문에 모든 화물의 부피를 측정하기에는 생산성이 안 나왔다는 설명이다.

CJ대한통운 문건에 적시된 ITS의 스캔절차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같은 방식의 택배단가 조정을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준비하고 있다. 세 택배업체는 국내 택배시장의 약 75%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택배업체 관계자는 “이번 단가 조정은 CJ대한통운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한진, 롯데 등 택배3사 모두 최근 화물의 규격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했다”며 “택배업계에서는 급격히 상승한 최저임금으로 인해 어떻게 인건비를 줄일까 고민했고, 입고 단계에서 사람들이 다른 일 없이 바코드 스캐너만 찍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아보니 과거에는 비쌌던 카메라를 활용한 스캐너가 최근에 단가가 많이 내려가서 당사도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상화인가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단가 조정을 ‘단가 정상화’라 입을 모은다. 그동안 당연히 받아야 했지만 받지 못했던 요금을 정상적으로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그간 CJ대한통운은 분기당 158억 원씩 비용이 늘고 있었고, 이를 줄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적자가 날 수 밖에 없기에 고민이 필요했다”며 “(이번 단가 조정은) 회사가 수익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이형화물에 제대로 요청하지 못했던 단가를 제 값 받기 위한 것”이라 강조했다.

이형화물 : 택배현장에서 ‘똥짐’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형화물’은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화물(CJ대한통운 기준 가로와 세로, 높이변의 합이 161~220cm, 혹은 무게가 26~35kg인 화물)을 말한다.

실제 CJ대한통운을 포함한 국내 택배업계는 과거에도 화물 특성(부피, 무게 등)과 화주의 물량마다 다른 차등 요율을 적용했다. 통상 많은 물량을 가진 화주는 택배단가가 낮아지고,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량을 다루는 화주는 택배단가가 높아진다.

하지만 계약단가를 정상적으로 받기는 쉽지 않았다. 택배 터미널에서 화물의 부피와 무게, 물량을 명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악용한 화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 관계자는 “대형 화물을 보내는 데 초소형 화물 송장을 출력해서 붙여 계약단가보다 저렴하게 택배를 이용하는 화주가 있었다. 관리자들이 택배현장을 마냥 지키고 있지 않았기에 그런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제 (카메라 스캐너 도입으로) ‘단가 정상화’가 가능해졌다”며 “다른 예로 1만 박스의 물량이 나온다고 해서 1,600원에 계약했는데 실제로 보면 5,000박스밖에 안 나왔던 고객도 있었다. 이런 고객에 대한 단가조정을 한진에선 ‘일비개선’이라고 하는데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이라 설명했다.

계약단가를 악용하는 화주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택배기사까지 전가됐다. 택배기사는 택배박스 한 건당 수수료를 받아서 먹고 산다. 헌데 이형화물이나 일반화물이나 택배기사가 받는 수수료는 큰 차이가 없었다. 이형화물을 ‘일반화물’처럼 둔갑시킨 화주가 있고, 택배사는 그것을 걸러낼 시스템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형화물은 택배기사에게 처리하기 싫은 짐이다. 하지만 할당지역에서 이형화물이 나오면 싫어도 배송해야 된다. 그래서 이형화물은 똥짐이라 불린다. CJ대한통운 한 택배기사는 “이형화물을 배송한다고 다른 상품에 비해 많은 돈을 받지 않는다. 기껏해야 몇십원 정도의 차이”라며 “회사(CJ대한통운)가 택배기사의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폭풍준비해야 할 때

CJ대한통운의 이번 단가 조정은 기준에 따라 모든 화주에게 일괄 적용된다. 다만, 조정폭에는 차이가 있다. 부피가 작은 화물을 처리한다면 단가 인상이 전혀 없을 수 있다. 부피가 큰 화물을 다룰수록 단가 조정 폭은 크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화주별로 다른 단가를 적용하고 경쟁사와 단가를 기반으로 경쟁 입찰을 하는 업계 특성상 정확한 조정율과 예상 이익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과 계약한 풀필먼트 사업자들은 CJ대한통운의 단가 조정 통보에 갑작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커머스 화주의 화물을 보관하고 출고하는 풀필먼트 사업자 입장에서 택배비 인상은 ‘물류 원가’ 상승과 직결된다. 택배단가 정상화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나,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함께한다.

풀필먼트업체 A사 대표는 “아직까지 CJ대한통운도 (단가 조정을) 적극적으로 밀어 붙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기존 일종의 혜택을 받고 있던 셀러들이 이제 정상적인 단가를 지불하도록 요청하는 수순이다. 인상보다는 ‘정상화’에 가깝다”라며 “우리는 고객사인 셀러에게 강하게 물류비 인상을 요청하지는 못하는 입장이라, 택배비가 올라가는 셀러들에게 개별 연락하여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풀필먼트업체 B사 대표는 “CJ대한통운의 택배단가 조정은 우리 입장에서는 원가가 올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도 셀러들과 계약한 단가에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택배단가가 올라갔다고 중간에 물류비를 올리는 것은 힘들다”며 “차라리 CJ대한통운이 공식적으로 조정율을 공지해줬으면 셀러들을 설득하는 데 편했을 것 같다. 지금은 대리점별로, 계약자별로 던지는 인상율도 중구난방”이라 설명했다.

풀필먼트업체 C사 대표도 “택배 영업소에서 관행적으로 부피가 큰 화물도 싸게 보내준 것이었고, 그랬던 것을 제값 받겠다고 하는 것이라 사실 할 말이 없다”며 “다만, 우리도 고객에게 택배단가 인상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필요한데, 갑자기 단가를 조정한다고 하니 조금 당황스럽다. 올해 CJ대한통운 파업 등으로 택배 서비스도 많이 불안했는데, 생활서비스인 택배 입장에서 단가보다 택배 품질에 좀 더 신경써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 편에서는 이번 단가 조정이 생산성이 안 나오는 ‘이형화물’을 정리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있다. 풀필먼트업체 C사 대표는 “CJ대한통운 영업소에서 대형화물은 최대한 안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처리하기 곤란했던) 똥짐을 이참에 치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최근 (이형화물을 많이 다루던 택배사인) 드림택배가 망하면서 이 회사에서 다루던 이형화물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로 흘러들어왔다”며 “이형화물은 단가가 큰 폭으로 올라가도 천일, 경동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따로 맡길 택배사가 없어졌기 때문에 화주는 높은 단가를 감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참에 CJ대한통운이 귀찮은 이형화물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그간 이형화물에 적정 가격을 받지 못했던 것을 제값 받기 위해 택배단가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현재는 고객사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 말했다.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화주가 되는 풀필먼트센터와 온라인 셀러들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이형화물’을 취급하는 셀러라면 급격한 원가 인상에 따라 소비자가에 숨어 있던 물류비를 끄집어내는 등 판매가 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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