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지회장 “노조 만든 이유는”
“소통이 줄었다, 소통을 복원하겠다”
카카오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노조) 소속으로는 네번째로 IT 노조의 깃발을 올렸다. 24일 발표한 ‘노조 설립 선언문’에서 화섬노조 카카오 지회는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다”며 카카오의 노조 설립 당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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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소식이 알려진 25일, 서승욱 카카오 지회장과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서 지회장은 2008년 다음에 입사했으며 현재 검색 기획 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서 지회장은 바이라인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기존에 활성화됐던 공개토론의 횟수나 정보공개가 줄어든 것을 체감한다”며 “직원들의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승욱 지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Q. 노조 설립 첫 날인데, 가입자 현황은 어떠한가
아직은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금 더 취합이 되고 난 후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노조를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 계기가 있나
결정적 계기는 없다. 노사협의회에서 근무 시간 개편과 관련해 사측과 이야기를 나눌 대표를 뽑으면서 논의 하다가 자연스럽게 노조가 만들어졌다.
Q. 카카오와 다음이 합병되면서 물리적으로는 두 회사가 합쳐졌지만 화학적으로는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가 외부에서 들리곤 했다. 혹시 그런 부분이 노조 설립에 영향을 미쳤나
그런 부분은 많이 해소가 됐다고 본다. (갈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이 노조 설립의 계기라 보기는 어렵다.
Q. 소통 부재를 노조 설립의 이유라 들었다. 실제로 어떤 부분에서 소통 부재를 느끼나
처음에 말했듯, 노조 설립의 명확한 계기는 없다. 그러나 카카오가 기존에 가졌던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예컨대 기존에 활성화 됐었던 공개 토론의 횟수가 줄었다. 과거에는 정보 공개를 의무화 하는 부분도 있었다. 요즘엔 외부로 정보 공개를 안하는 부분이 많아, 사내에서도 정보 비공개가 통용이 되고 있다.
Q. 대외비 같은 것은 회사가 커지면서 기업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로 (사측에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비를 어느정도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대외비라고 하더라도 내부 조직원들에게는 일부라도 공개하거나, 아니면 내용을 어떻게든 가공해서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본다. 어떻게 보면 (조직 내 정보 공개에) 가치를 둔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Q.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많이 바뀌었다고 보나
기업의 가치, 문화라는게 중요하다. 카카오가 기존에 (무게를) 두었던 가치가 많이 변하고 있다. 카카오의 내부 전략가치는 신뢰, 충돌, 헌신이었다. 김범수 의장이나 임지훈 대표 때 대외적으로 많이 이야기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색해하는 분위기다.
Q. 노조가 구체적으로 사측과 협상하길 바라는 이슈가 있나? 당장의 과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에 대해 3개월의 평가 기간을 갖기로 했으니까, 이게 확실히 도입된 다음 봐야 할거 같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포괄임금제가 어울리지 않으므로, 포괄 임금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보고 있다. 아울러 연말이기 때문에 성과 보상에 관련한 평가제도에 대해서도 크루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수렴해서 제도화하는 부분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당장은 커머스 분사를 주목하고 있다.
Q. 카카오 커머스 분사와 관련한 것은 어떤 이슈인가
기업이 커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일 수 있는데, 분사가 인수합병이나 투자건과 동시에 진행이 될 경우 정보 공개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내부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다. 분사라는 것이 근무 환경에 큰 변화인데 (직원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 근거나 정보가 거의 없다.
Q. 커머스 분사를 놓고 노조가 요구하는 바가 있나
일단은 정보의 공개 범위를 넓혀달라는 거다. 그런데 이건 아직 (분사) 당사자들과 대화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서, 그분들과 먼저 이야기를 나눠보려 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요구사항이 모아지면 회사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다.
Q. 네이버의 경우 최근 협상이 결렬됐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계열사나 자회사가 많은 기업의 경우 이를 모두 포함한 단일 창구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도 노사간 이견이 있는 것 같은데
카카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IT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열사가 많고, 분사 이슈가 해마다 존재한다. 그래서 더더욱 공동체를 총괄할 크루 조직이 필요하다. (분사 이슈 등이) 아마 공통된 관심 주제일 거다. 그리고 개별 기업별로 제도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기업별 공통점도 많지만 차별점이 꽤 있어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협상을 해야 한다.
Q. 넥슨의 경우 노조 설립의 이유 중 하나로 ‘고용 안전성’을 꼽았는데
아주 심각하다기 보다는 위기감이 조성되고는 있다. 아무래도 게임 업계가 (고용 안전성에 대한 위기감이) 더 빠를 거라고 본다. 산업적 측면에서 게임은 정점을 찍은 상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게임 산업이 예전같은 성장률을 보이기 어렵고 고용이나 이런 부분이 침체될 수 있다.
그런데 약간의 범위를 넓혀서 신기술이나 새로운 프레임이 계속 발견되면 (산업이나 고용이) 활성화되는 부분도 있다. 포털도 (게임 업계와) 비슷했을 때가 있었지만, 작년 재작년을 기점으로 AI와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면서 (고용 불안정의) 속도가 다른 영역에 비해 완화된면은 있을 거다. 물론 몇십년 이상 고성장을 할 수 있는 산업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분명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Q. 노조 설립 소식을 놓고 ‘크루’들 분위기는 어떠한가
카카오라는 회사가 굉장히 큰 쏠림이 있는 곳은 아니다. 의견이 다양하고 다채로운 편이다. 아무래도 보통 일반적인 경우라면 노조 가입도 초반에 폭발력을 가질 텐데, 카카오의 경우 당면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선택적 근로시간제도 지난 주 도입되었기 때문에 지켜보는 분위기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준비하면서 근로자 대표로 저희도 참여했다. 합의자체는 원만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커머스 분사처럼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문제는 있다.
Q.반대로, 노조 설립을 두고 사측 분위기는 어떠한가
예상은 했다, 그 정도다(웃음).
Q. 지회장을 맡은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노사협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Q. 노조를 준비하며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내부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Q. 노조 참여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요새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 하는 채널이 좀 다르다. 카카오에서 타운홀 미팅을 할 때도 자리에 직접 나오기보다 방송으로 보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런 부분은 세계적, 사회적 특성이다. 여기에 맞춰 우리도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노조 설립을 준비하면서, 챗봇을 만들어서 노조 가입을 진행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게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겠다. 시간이 부족해서 시도는 못했는데 나중에 안정화되면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