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도 노조 설립 “소통 부재 막겠다”

카카오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에 이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소속 네번째 IT 노조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지난 24일 밤 10시경,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노동조합 설립선언문을 공개했다. 별칭은 ‘크루 유니언’으로, 카카오 종사자를 뜻하는 크루(Krew)와 노동조합의 유니언(Union)을 합친 말이다. 카카오 공동체 전체 크루 간 연결과 결합, 단결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았다.

출처=크루 유니언 홈페이지

선언문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는 사내 ‘소통의 부재’를 고민했다.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는 것, “책임 있는 결정과 비판은 보기 어려워진” 것 등이 노조 설립을 결정한 근본적 이유라는 설명이다.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같은 위기상황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합법적인 공동체 요소라는 점도 강조했다.

카카오 지회는 “최근 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크루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모두가 당장 분노를 표현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함께하여 우리의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부딪치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지회에는 카카오 본사 뿐만 아니라 자회사 직원도 가입할 수 있다.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 노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카카오 내 존재하는 여러 법인의 존재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크루 유니언 홈페이지에서는 “카카오에는 다양한 법인이 있고, 법인 간 이동이 잦은 편”이라며 “카카오의 모든 분과 함께 하기 위해 산별노조를 택했다”고 밝혔다.

화섬노조 측도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카카오의 노조 설립을 지지하며, IT 기업의 노조 설립 당위성을 강조했다.

화섬노조 측은 “내부 소통 문화에 대한 불만과 문제 제기는 최근 IT업계에서 노조 바람이 불게 된 공통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먼저 노조를 만든 네이버에서 합법적인 교섭 자리에서 논의를 거부하고, 비조합원을 포함시킨 별도의 TF 합의를 하자고 주장해 교섭 결렬 위기를 맞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 역시 노조와 대등한 수평적 관계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서 발생된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노조는 향후 IT산업의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네이버노조, 넥슨노조, 스마일게이트노조 등 IT업계에서 먼저 만들어진 노조들과 연대활동에도 힘을 쏟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설립과 관련해 사측은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에 대해서 존중하며, 더 좋은 근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대화와 원만한 합의를 해나아갈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냈다.

다음은 노조 설립 선언문 전문이다.

우리의 카카오는 안녕한가요?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결정과 비판은 보기 어려워졌고 신뢰/충돌/헌신의 가치는 기성세대의 유행가처럼 입안에서 맴돌 뿐 현실의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기대와 설렘은 잊히고 답답한 마음에 이직이 최선의 대안이 되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카카오는 정말 안녕한가요.
우리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독백이 주위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각자의 의문과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공동체 내에서 이야기되지 못하고 점점 더 많은 크루들이 카카오라는 공동체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정리해고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조합은 일상처럼 회사에 존재하는, 지극히 합법적인 공동체의 한 요소입니다. 최근 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크루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당장 분노를 표현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함께하여 우리의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부딪치고 움직여야 합니다.
크루의 성장에 노동조합이 함께하겠습니다.  
그동안 IT업계에 노조가 없었던 것은 개인주의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탄력적인 사업구조로 인한 불안한 고용환경이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빈번한 업무 변화에 적응하며 상대평가를 받아야 하고 성과보상에 관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개인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에서 회사와 크루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기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집단의 힘과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크루의 발언력이 커지고 회사와의 실질적인 대화와 협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복원하고 카카오의 중요한 결정에 크루의 의견을 담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인권과 자존을 지키며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충분한 정보와 충분하지 않은 피드백을 통한 성과보상 방식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회사의 성장만이 아닌 크루와 함께 성장하는 카카오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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