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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기자 페이스북 워치 써보니 자괴감 들고 괴로워

페이스북이 유튜브를 잡기 위해 IGTV에 이어 페이스북 워치까지 내놓았다. 그래서 체험해봤다.

 

위는 내가 좋아요한 페이지의 영상 리스트, 아래는 좋아요 없어도 뜨는 인기 영상이다. 맨 위부터 아이돌이 등장한다

 

워치 리스트를 눌렀을 때 나오는 화면

 

한 페이지를 정해 들어가면 그 페이지의 영상 목록이 뜬다

 

페이지 영상을 눌렀을 때의 화면

 

우선 앱 내 탭이 여섯 개로 바뀐 건 지금 당장은 불편하다. 대부분의 앱이 다섯 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몸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에 자리 잡은 워치 기능을 실행하면 워치 리스트(내 동영상 리스트)와 워치 피드가 뜬다. 워치 리스트의 더 보기를 누르면 또다시 리스트가 뜬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워치 리스트는 그렇다 치고 워치 피드가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든다. 아이돌, 불펌 영상, 야한 여자가 등장하는 동영상이 주를 이룬다.

 

이런 게 자꾸 뜬다. 나는 억울하다.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코미디빅리그를 페이스북에서 본 적이 없다

 

기자는 평소 무슨 영상을 보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곤충이나 동물 등 인간 외 생물의 영상을 가장 많이 본다. 그외 일반인 라이브나 짤막한 유머 영상을 주로 보는 편이다. 유튜브에서는 와썹맨을 좋아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잘 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돌과 노출이 심한 여자가 등장하는 걸로 봐서, 페이스북은 인구통계학적으로 기자를 혼자 사는 30대 삼촌팬으로 분류한 것이 확실하다. 억울하다. 평소 아이돌 영상을 잘 보지 않는다. 삼촌팬으로 불릴 만큼 열심히 산 적도 없다. 삼촌팬의 멜팅 팟인 프로듀스48은 두어 번 봤지만 누군지 잘 모른다. 물론 요즘 히토미 사토리 이런 이름들을 투표해달라는 메시지를 대선이나 총선때만큼 받는다. 그러나 나는 아이돌 계에서는 냉담자다. 프로듀스48에 나오는 사람 이름은 이승기밖에 모른다.

고백하자면 취향에 맞는 것도 있었다. 개인 관심사를 아주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피(현실PK의 줄임말로 일반인끼리 싸우는 것을 말한다) 영상은 조금 봤다. 그렇다고 현피 영상을 천개씩 보여줄 필요는 없는..데..하면서 다시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번 봤더니 자꾸 뜬다. 근데 남자 복근은 왜 보여주나

 

한두 번 봤더니 워치 피드가 현피로 점령됐다

 

가장 자주 들어가는 페이지는 버거왕 공식 페이지다. 할인 정보를 확인해야 하기 떄문이다. 할인 여부에 따라 저녁에 버거왕을 갈지말지가 갈린다. 회사나 집 근방에 버거왕과 엄마터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당연히 버거왕 영상도 많이 본다. 그러나 버거왕의 영상은 피드에 등장하지 않았다. 즉, 워치는 광고와 아닌 것을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V커머스 수준으로 스토리를 녹인 컨텐츠형 광고는 등장하고 있었다. 따라서 워치에 노출을 노린다면 컨텐츠형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뭉클한 영상이나 끝까지 보면 반려묘용 장난감 광고다

 

삼촌팬이 나쁜 건 아니지만 타깃팅이 잘못된 것 같아 알고리즘을 알아보니 워치 리스트는 내가 팔로우한 페이지의 영상, 워치 피드의 경우 여러 조합이 올라온다. 현재 페이스북 내 화제 영상, 댓글이나 공유가 많은 인기 영상 등이 추천된다.

이러한 영상은 개인의 관심사와 페이스북의 화제성을 매칭해 노출한다. 그러나 기자의 경우 페이스북에 직장 외 정보를 별로 올려놓지 않았다. 불펌 영상은 최대한 좋아요나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따라서 관심사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잉을 누르지 않았는데 페이스북은 내가 야한 걸 좋아할 거라고 판단했나 보다

 

워치는 이 피드로 또다시 개인의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즉, 현재 워치 피드가 잘못됐다고 해도, 영상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기 시작하면 그 데이터에 따라 다시 워치 피드가 정렬된다. 페이스북은 그로스해킹에 강하다. 다만, 아이돌 영상이 그득한 피드를 계속 보여주면 아이돌 영상 좋아요가 늘 수밖에 없어 원치않는 아이돌 영상이 계속 등장할 수도 있겠다. 아이돌은 그렇다치고 노출 심한 여성이 나오는 영상 마구 눌렀다가 일상생활이 가능할지 염려된다. 인공지능 따위가 삼촌같이 생겼다고 함부로 삼촌팬으로 판단하지 말길 바란다. 농담이다.

 

기자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와 관심 없는 컨텐츠가 조합됐다

 

만약 이 피드가 잘 정렬될 경우 실제로 유튜브보다 자주 소비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좋은 피드를 보기 위해선 평소에 잘 노력해야 한다. 좋아하는 영상에 좋아요를 잘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 워치가 뭔데 노오력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니까 진짜 좋아하는 영상(와썹맨)을 추려서 보려면 유튜브로 보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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