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한달살기 나선 ‘IB 에반젤리스트’

선거는 유권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게임이다. 올해 교육감 선거 결과는 학부모의 욕구가 ‘변화’를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알게 했다. 많은 이들이 아이들을 쥐어짜는 ‘경쟁’ 에 염증을 느끼는 것은 물론, 미래 시대 경쟁력이 주입식 교육으로는 생겨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감지된다. 지난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시험 제도를 혁신하기 위한 참고 사례로 ‘국제 바칼로레아(IB)’를 언급하기도 했다.  IB를 쉽게 정의하자면, 아이들이 시험에서 미리 정해진 정답을 맞추는 대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프랑스한국교육원이 공개한 2015년 한국어 바칼로레아 문제 중 하나는 “친구와 싸운 경험이 있습니까? 왜 그랬습니까?”다. 자신의 경험을 서술해야 하는 문제라, 처음부터 정답 자체가 있을 수 없다. 프랑스에서 중등과정 졸업시험으로 치러지는 바칼로레아 문제는 주로 “욕망은 무한한 것인가” 같은 철학적 질문으로 구성된다.

그렇지만 공교육의 변화는 더디다.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변화는 민간의 영역에서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 커넥트 IB는 바칼로레아 교육에 관심을 가진 신생 스타트업이다. 서울에서 휴렛팩커드(HP), 레드햇 같은 글로벌 IT 기업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제주로 내려간 백민정 대표가 창업했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도 각 지자체별로 IB를 들여오기 위한 교육 정책을 만들고 있다”면서 “커넥트 IB는 이를 먼저 체험하고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IB가 국내 교육 환경에 안착하기 위한 에반젤리스트 역할을 자처하겠다는 이야기다.

백민정 커넥트 IB 대표

그는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달살기(라 읽고, 실제로는 두달살기) 중이다. IB라는 것이 새로운 개념인데 이를 알려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실리콘밸리 캠프 참여를 택했다. 내년부터 실리콘밸리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 사전답사 개념으로 체류 중이다.

현지에서 느낀 IB 교육은 어떨까. 미국에 있는 백민정 대표에게 9일 전화를 걸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는 “IB 교육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캠프를 우선 시작했다”며 “IB 교육의 기본 중 하나가 체험형 학습이라 현지에서 아이들은 물론 부모도 활동할 수 있는 강좌를 많이 연결하고 기획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실리콘밸리를 선택한 이유로 이 지역에 ‘스팀(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의 영문 첫글자를 딴 단어, STEAM)’ 교육을 위한 체험 캠프가 많다는 것을 꼽았다. 국내서도 코딩 교육이 주목받고 있는데, 관련 프로그램이 실리콘밸리에 다양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교적 어린 아이들도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언플러그드 활동 등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주 금요일 주별 캠프 마지막날, 아이들이 자기가 만든 것을 소개하는 오픈데이 시간

아이와 함께 한달살기에 나선 학부모들이 현지에서 직접 활동할 수있는 일도 기획한다. 함께 한달살기에 나선 만큼 부모도 독립된 시간을 갖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미래 교육이 바뀔 것”이라고 말로만 들어와던 것을 현지에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 역시 부모가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산물이다.

물론, 캠프가 IB 교육의 메인이 될 수는 없다. 캠프에는 ‘비용’이라는 현실적 벽이 존재한다. 캠프는 예컨대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일 뿐이다. 먼저 IB 교육을 시작한 곳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접한 이들이 국내서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다면 빠르게 IB 교육이 확산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백 대표는 앞으로 캠프를 비롯해 IB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을 묶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끼리 정보 교환을 할 수 있는 장으로써 커뮤니티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질 때, 유사한 주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협업도 가능하다. 외국의 경우 패션쇼 무대 구성을 위한 코딩 캠프가 있을 정도로 세분화한 교육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커넥트 IB가 꿈꾸는 교육은 이상적이다. 결과적으로 교육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데 기여해야 한다. 인터뷰 말미에 백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가족과 많이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너무 각자 자기 생활이 바쁘고, 아이의 행복은 고려하지 않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학원에 다닌 추억만 있거나, 친구를 경쟁상대로만 기억하지 않도록요. 행복한 기억을 가지도록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가고 싶어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email protected]



Categories: 기사, 인터뷰

Tags: , , , , , , ,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를 구독하세요!

이메일을 입력하시면 바이라인네트워크를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You have Successfully Subscrib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