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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창업러’ 홍언니 “스타트업도 심리교육 필요하죠”

해피스타트업캠퍼스(이하 하스카) 홍유정 대표는 프로 창업러다.

15년간 디지털 마케팅을 업으로 하면서 다섯 번의 창업을 했고 크고 작은 성과를 냈다. 첫 창업은 블로그 마케팅의 일종인 ‘프레스블로그’였다.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인플루언스 마케팅 서비스를 한국화해 들여왔는데 꽤 잘됐다. 남들은 첫 창업에 잘 풀렸다 부러워했지만 정작 그는 창립멤버의 특권을 내려놓고 퇴사했다. 젊은 나이에 사내 정치에 골머리를 썩이기보단, 아직 배우고픈 일이 많다고 생각해서다.

‘하스카’를 만들기 전 그가 창업한 곳은 대체로 ‘마케팅 에이전시’다. 삼성전자, 한화그룹, CJ그룹 같은 굵직한 클라이언트를 확보했고, 소셜 마케팅 판에서 이름도 꽤 알렸다. 회사가 금세 성장해 현업에서 여유가 생기자, 다시금 ‘딴 일’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사회문제였다.

2012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문제에 항의 시위를 하던 대학생들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인과 함께 소녀상 아트토이를 만들었고, 미국에 있는 사진작가에 요청해 ‘#소녀의여행’이라는 콘셉트 사진을 찍어 SNS 캠페인을 열었다. 크라우드 펀딩 제안을 받았고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관련 과정은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수익금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기부했다.

홍유정 해피스타트업캠퍼스 대표 (가운데)

이 과정에서 홍 대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이 센지 알았다. 때마침 대기업을 대상으로 ‘행복 교육’을 하던 친구를 만나 긍정 기반 심리 교육의 가능성을 봤다. 이 교육을 소규모 조직이나 스타트업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년을 고민하다 액셀러레이터를 만났다. “유정 씨, 아이템이 너무 괜찮은데 당장 시작해봐요”라는 말에 다시 창업할 용기를 냈다. 하스카는 ‘긍정심리 기반 행복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하스카 법인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무엇보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다소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한 브랜딩 작업부터 시작했다.

“행복이란 단어가, 어떻게 들으면 약간 ‘아재’ 느낌도 나잖아요. 선입견을 깨려는 브랜드 구축에 초기 자금 3분의 1을 투입했어요. 이 분야에서 최고 잘하는 팀이랑 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시그니처 서비스 메뉴를 만들었죠.”

그렇게 나온 첫 서비스가 ‘스타트업 해피 아워(hour)’라는 소규모 미트업(meet up)이다. 스타트업 경영진만 초대해서 “스타트업이 왜 행복해야 하는지” “스타트업에서 심리자본이 성장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총 일곱 번의 미트업이 이뤄졌고, 200군데 스타트업의 경영진이 여기에 참여했다.

이후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하는 ‘마인드 케어 캠프’를 만들었다. 쏘카나 풀러스, 우아한형제들 같은 꽤 유명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교육 콘셉트는 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이 말한 ‘영웅의 성장 여정’에서 따왔다. 영웅은 대체로 모험에 나서 역경을 딛고 힘을 얻어 현실세계에 돌아오는 서사 구조를 가진다. 영웅의 어제와 오늘, 내일에 자신을 대입하면서 긍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교육에 참여자들은 평균 9.4점의 만족도를 보였다.

어떻게 보면, 적자생존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행복 교육은 궤를 달리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많은 이들이 살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홍 대표는 “사람이 시스템이나 기계와 다른 이유는 경쟁이 아니라 협업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면서 경제적 자본을 어떻게 갈고 닦아야 하는지만 추구해왔죠. 인성이나 인격에 대한 부분은 잃게 되고 유연성은 없어졌어요. 그런데 창의가 중요한 시대에는 이전과는 반대 능력이 중요해요. 심리자본이 대표적이죠. 이걸 건드려주는 회사가 그간 없었어요. 다른 나라에선 이런 흐름이 있어요. 스타트업의 창의적이고 무한한 힘은 이 심리 자본에서 나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하스카가 하려는 일이다.

‘제주도’라는 지역은, 그 자연환경의 치유 기능으로 심리 교육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홍 대표가 사업 발표를 할 때마다 “우리가 만들어낸 교육 콘텐츠, 프로그램도 좋지만, 그 배경이 되는 제주 자연의 효과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면 저희 캠프에서 ‘오름’에 올라가는 시간이 있어요. 거기 올라서면 가슴이 탁 트이는 순간이 있죠. 그 어떤 책의 멋진 문고, 감동적인 영상에서도 못 느끼는 영감을 자연에서 얻는 순간이 좋아요.”

홍 대표는 앞으로 3년 안에 제주에서 하스카 사업의 기본 모듈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은 O2O 서비스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만들고 베트남, 오키나와 ,뉴질랜드 등으로 오프라인 거점을 만들어 캠퍼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하스카의 멤버십이 있으면 베트남 등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즐기고 다양한 사람을 만들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겠단 뜻이다.

하스카도 자리를 잡고, 홍 대표가 지금처럼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면 무엇을 하고프냐 물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도와주는 일’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때는 그런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별명이 ‘홍언니’예요. 주변에서 저한테 상담을 요청하거나 고민을 들어달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앞으로도 누구든 와서 편하게 자기 고민을 말할 수 있고, 그렇게 이야기하다 즐거운 일이 생기면 또 그걸 해보는, 그런 홍언니로 살고 싶어요.”

5월, 제주에서 만난 홍언니는 봄날씨처럼 따뜻했다.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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