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네가 지난 여름에 탄 버스를 알고 있다

제주에는 총 809대의 버스가 운행된다. 전부 와이파이를 지원한다. 서울 포함, 전체 버스에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제주를 벤치마킹한다. 제주도는 어떻게 모든 버스에 와이파이를 깔 생각을 하게 됐을까?

시작은 자전거다.

“제주에 왔더니 와이파이가 꽤 많이 깔렸더라고요.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다가 프로그램을 짜봤어요. 제 노트북이 와이파이 AP에 접속 시도한 위치와 시간 로그를 남겼죠.”

노희섭 제주도청 ICT융합담당관은 개발자 출신 공무원이다. 2015년에 제주에 왔다. 자리에 앉아 발주 서류를 검토하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제주의 IT 인프라부터 살폈다. 현재 68만명이 살고 있는 제주의 사회기반시설(SOC)은 인구 45만명 시절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SOC를 빠르게 늘리자니, 재원 부담이 컸다.  노 담당관은 기존의 인프라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법을 IT라고 봤다.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하고 사람들이 접속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면 이동경로와 체류시간을 알 수 있겠다고 봤어요. 누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야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낼 수 있으니까요. 제 이동경로와 데이터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확인했죠.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버스, 유동 인구가 많은 상업 또는 숙박 지구, 관광지에 와이파이를 깔았죠.”

제주도청은 최근 더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한 고정밀 센서 국산화에도 뛰어들었다. 이 센서를 와이파이 버스에 탑재하고 있다. 육지 기업과 손잡고, 2000만~3000만원 하는 센서 단가를 200만원 선까지 낮춰 직접 제작한다. 버스는 그 자체로 이동형 IoT 플랫폼이 된다.

노희섭 제주특별자치도 ICT융합담당관. 사진으로 보니까 뽀로로를 닮았다. 실제로 만나면 스마트하고 진중한 이미지다.

지자체가 왜 이렇게 고집스럽게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공을 들일까. 그 이유를 물으러 지난 10일 제주도청 ICT 융합담당관실을 찾았다. 종일 릴레이 회의가 있다는 노 담당관이 녹초가 된 얼굴로 기자를 맞았다. 그는 데이터를 “경험이나 로비에 휘말리지 않고 정책을 디자인하고 판단하기 위한” 근거 자료라고 말했다.

노 담당관은 제주를 ‘스마트 아일랜드’라고 표현했다. 스마트시티의 성격에 섬이라는 특성을 강조했다. 제주는 지금 변해야 사는 섬이다. 매년 1만2000명씩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인구 증가폭이 폭발적이다. 행정적으로도 이를 스마트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IT로 접근하는 스마트 아일랜드의 방향성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자원의 최적화다. 섬의 한정된 자원을 최적화해서 돌릴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공유 경제가 제주에서 유망하게 떠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둘째, 인구 증가로 인해 도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안전 관리를 끌어올려야 한다. 셋째, 인텔리전트한 행정 체계 구축이다. 넷째는 도민들이 골고루 혜택 받을 수 있는 퍼블릭 서비스를 지향이다.

모든 것이 데이터에 기반해 가능한 일이다. 버스 와이파이로부터 생산되는 데이터는 제주도청이 관리하는데, 사용자가 와이파이에 최초 접속할 때 프로파일 정보를 받는다. 성별과 거주지, 연령, 방문목적 등이 포함된다. 이 데이터를 통해 이동 경로를 분석한다. 올해는 와이파이 인증을 SNS 계정을 통해 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더 세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출처= 제주특별자치도 ICT융합담당관

예컨대 심야 심야 시간에 와이파이 접속 여부를 살피면 국내 관광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어디서 주로 머무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인은 공항이나 면세점이 집중된 지역에서 숙박을 하는 반면, 내국인은 주로 경치가 좋은 해변가에 자리 잡는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예측 할 수 있다면, 그에 맞는 효율적 행정이나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물론 모든 데이터를 도청 혼자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이 갖고 있는데이터도 같이 분석한다. 비씨카드와 중국 은련카드(유니온 페이)로부터 카드 사용 데이터를 받는다. 중국인이 쓰는 카드는 100% 전수 분석 한다. 최근에 어떤 업종이 가장 뜨고 있는지, 매출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어느나라 관광객이 많은지, 단체인지 개인인지, 장기투숙인지 단기여행인지, 제주가 처음인지 아닌지, 제주에만 머물다 가는지 아니면 육지도 들리는지, 제주에서 얼마나 지출했는지 등등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요즘 제주를 가장 많이 찾는 관광객은 20대 한국인 여성이다. 이들이 가장 많이 돈을 쓴다. 최근 제주 관광 홍보물을 잘 살피면 20대 여성의 여행 동선을 고려한 것이 많다.

나우제주TV의 제주 홍보 영상이다. 반려견을 동반한 2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SNS에서도 이 영상에 호응이 컸다. “천혜의 자연환경, 유네스코 삼관왕”으로 시작하던 제주 홍보 영상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젊은 감각으로 변했다.

지역 내 IT기업과도 협업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청은 수집한 데이터를 자체 빅데이터 시스템에 저장하고 데이터 웨어하우스로 옮겨 대시보드 형태로 필요한 민간 기업이나 단체에 제공한다. 카카오와 같이 데이터 유통 서비스를 만든 것도 한 사례다.

“카카오와 함께 데이터 유통 서비스를 하나 만들었어요. 카카오가 가진 검색 로그, 내비게이션 경로, 지도 검색 로그 같은 데이터와 저희가 가진 와이파이 이동 경로, 버스카드 사용 데이터, 교통량 데이터를 다 모아보자고 했죠. 지역에 특화한 데이터 허브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새정부 들어 열린 혁신 평가에서 우수 기관상을 받았어요.”

노 담당관의 최근 관심사는 미래 세대 교육이다. 3년전부터 코딩교육을 무료로 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 중에선 처음이다. 커리큘럼도 교육대학과 손잡고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도내 기관과 기업과 함께 거버넌스를  조성해 운영한다.

제주 코딩교육의 지향점은 디지털사회혁신(DSI)이다. 협업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빅 해킹(Civic Hacking)이 가능한 청년을 많이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코딩을 사회 혁신의 도구로 보는 관점이다.

“오픈소스 철학과 통하는 거죠. 자발적 참여, 코드와 디지털을 통한 문제 해결은 미래 사회로 가는데 중요한 마인드라고 봐요. 여기에 프로그래밍이라는 툴이 필요한 건데 코딩 교육이 그걸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주의 인구가 늘어나고 기후가 변하고 일상이 달라지는데서 오는 사회 현안을 데이터와 코드를 갖고 해결해보자는 거죠. 이 아이들이 자라면, 우리같은 꼰대랑은 다른 아이들이 될 겁니다.”

최근 코딩 교육이 대부분 스크래치 같은, 로직 교육에 맞춰져 있는 것과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 주로 제주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의논해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코딩 교육이 집중된다. 아이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도 관광이 여행으로 바뀌는 트렌드를 감안, 제주의 숨겨진 명소를 알려주는 앱이라던가 혹은 제주의 공용 주차장 위치를 알려주는 앱 같은 것들이다.

노 담당관의 말 마따나, 이 아이들이 자라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같은 말보단, 데이터를 갖고 의논하고 협력해서 해결점을 찾아내겠지. 제주는 지금, 아이들이 크는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변하는 역동적 섬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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