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 위에 도장을 꾹 눌러 찍으면,

포인트가 쌓인다.

열 번 마시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무료로 주는 카페 쿠폰과 같다. 오프라인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일 자체는 흔하지만, 진짜 도장을 사용하는 건 처음 봤다.

이 아이디어는 지광재 박스트리 대표가 냈다. 지 대표는 서울에서 골프존 유통망을 운영하던 사업가다. 6년 전에 엑시트 했다. 일만 하다 좋은 시절을 보냈으니 이제는 스쿠버 다이빙 같은 취미생활이나 하면서 가족과 여유롭게 살자고 지난 2015년 제주로 내려왔다.

그런데,


“노는 것도 지치더라고요. 사업을 시작했어요. 투자만 하면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절레절레). 법인은 새로운 생명체니까 자생력도 가져야 하고, 할 일이 정말 많았어요. 사업을 시작하니까 다시 성실이 몸에 배더라고요.”

지광재 대표를 지난 6일 중문 제주컨벤션센터에서 만났다.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열리던 날이었는데, 박스트리가 여기서 스탬프 찍기 이벤트를 했다.

“전기차 행사에서만 5000명이 스탬프를 찍었어요. 이분들에게 보상으로 제주 시내 커피숍의 할인 쿠폰을 제공하죠. 자연스레 지역 커피숍을 찾도록 하는 거죠. 손님들은 할인 쿠폰을 얻고, 지역 카페는 새로운 손님을 받게 되고요.”

지광재 박스트리 대표

기술적 원리는 이렇다. 도장은 ‘터치 스탬프’라고 해서, 디스플레이 다점 터치를 이용해 가게마다 고유의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론적으로는 수많은 패턴이 나올 수 있다. 개별 가게 마다 고유패턴을 일치시켜 이용자에게 적립이나 보상을 제공한다. 다점 터치가 안 되는 스마트폰의 경우엔 비가청 음파를 활용, 고유한 웨이브 패턴을 만든다. 이 외에 큐알(QR) 코드 인식 방식도 있다.

이 방식은 생각보다 사업의 기회가 많다. 예컨대 지금까지 나온 온라인 결제 회사들이 오프라인 진출을 쉽게 할 수 없는 것은, 모두 밴사에 묶여 있어 단말 통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 대표는 설명한다. 그런데 스탬프는 해당 장소에 도장 하나만 있으면 된다. 지금까지 허들로 여겨져 온 장벽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

“그동안은 이용자가 카드를, 가게가 단말을 갖고 있었죠. 그 개념을 바꿨습니다. 이용자가 단말을, 가게는 도장만 갖고 있으면 결제가 되는 거죠. 사장님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요. 또 스탬프를 찍으면서 단말기에 임의의 비회원 고유 번호를 제공하는데, 이 이력을 갖고 계속해 마케팅을 할 수도 있고요.”


박스트리는 제주테크노파크와 지역 소프트웨어(SW) 융합과제로 올 하반기 모바일 상품권도 준비 중이다. 소상공 매장에서 모바일 상품권을 만들어 홍보할 수 있게 하겠단 것이다. 카카오 선물하기를 생각하면 쉬운데, 그간 카카오에는 거의 프랜차이즈만 입점할 수 있었다. 시스템 연동이 어려워서다.

“개별 매장은 대형 마케팅에서 대부분 제외 되죠. 카카오 선물하기도 시스템 연동이 안 되고요. 그런데 제주에 놀러 온 친구한데 육지에서 스타벅스 대신 제주의 ‘핫’한 지역 카페 쿠폰을 보내면 훨씬 좋겠죠?  그건 지금 우리가 만들 수 있어요. 페이민트라는 결제 스타트업하고 함께 연구개발 중입니다. 포스 연동이 필요 없고, 선물 받은 상품권을 매장에서 사용하면 도장으로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에요.”

홍보를 하기 어려운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연대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한 매장과 매장 연결인데, 예를 들면 ‘고깃집에서 먹은 영수증을 커피숍에 제공하면 10% 할인’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지 대표는 이를 ‘스탬프로 연결된 매장 투어’라고 설명했다.

“골프존 시절에 매장을 1500개 이상 개설했어요. 업주의 마음이나 공간에 대해선 누구보다 이해한다고 생각해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지 못하니까 마케팅이 어렵죠. 그런데 한 매장을 이용하면 다른 매장이 홍보가 되는, 그런 연결에 업주들이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른 매장 사장님을 저희에게 앞서서 소개해주기도 하시고요.”

박스트리는 최근 ‘제주 다크투어리즘 스탬프랠리’도 진행한다. 다크투어리즘은, 아픈 역사가 어린 공간을 방문해 평화와 용서를 배우는 관광을 말한다. 올해는 제주 4.3 항쟁 70주년이다. 제주 전역의 11군데  4.3 유적지 중 3군데 이상을 방문해 스탬프를 받으면 박스트리가 준비한 기념품을 제공한다.

이 외에 일제 시대 노동착취 현장인 격납고에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알뜨르 프로젝트도 박스트리가 맡아 한다. 알뜨르 프로젝트의 경우, 미술 작품의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관람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포함한다.


“2018년에는 육지에도 진출할 겁니다. 제주에서 얻은 경험을 육지로 확장하는 거죠. 제주를 테스트베드라고 하지 않습니까? 제주는 모든 면에서 육지의 1% 입니다. 박스트리의 가치도 제주를 벗어나는 순간 100% 늘어나지 않겠어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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