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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잘 만나 성공한 이 남자들, TLX 패스 이야기

강영준(왼쪽) 대표와 김혁 대표. 10년 넘게 같이 일해온 인생 동지.

여기, 친구를 (서로) 잘 만나 분당 간 얘기를 해볼까 한다.

김혁과 강영준, 두 친구는 경상북도 구미에 위치한 LG이노텍에서 인턴을 하다 대학 4학년 때 정식 입사했다. 2년 정도 함께 회사 일을 하던 어느 겨울, 고생길이 열릴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스키장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스키를 타려면 한참 리프트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어요. 기껏 기다려서 한두번밖에 못 타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죠. 오늘 못 탄 횟수가 있으면 다음에 타면 되겠다, 오늘은 강원도 내일은 경기도에서 쓸 수 있는 통합 패스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이걸로 특허를 내자! 하고 의기투합했습니다.”

– 김혁 TLX PASS 대표(이 다음부터 파란색 독백은 김혁 대표의 이야기임)

당시 두 친구가 출원한 특허는 스키장 통합관리시스템이었다. 어찌어찌 얘기가 잘 돼 대기업 계열 스키장에 제품도 설치했다. RFID를 탑재한 하이패스 형태 제품은 본인들이 봐도 때깔이 났다. 잘 될 것 같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의외의 난관을 만났다. 한 겨울의 스키장은 밤낮없이 돌아가는 데다 습도도 높았다. 인증 시스템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제품을 만드느라 투자한 수억 원을 한방에 날렸다. 쫄딱 망했다. 빚더미에 올랐다. 스물여덟의 겨울이었다.

솔직히, 이정도 빚을 떠안으면 갈라서야 하는 것 아닌가. 부부라도 헤어질 법 한데. 의리인지, 비전인지, 아니면 빚이 피보다 진한지는, 제3자 입장에선 잘 모르겠다.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또 다시 함께 새 사업을 시작했다.

“30대가 되기 전에 큰 빚을 안았어요. 10억원이 조금 안 되는 큰 빚이었죠. 스키장에선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바로 피벗(원래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을 틀어 새 서비스를 창조해내는 것)을 했죠. 피트니스 쪽으로 전환했어요.”

스키장은 한 철 장사지만, 홍보를 안 해도 알아도 손님이 착착 찾아왔다. 굳이 돈들여 마케팅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피트니스는? 전국에 피트니스 안 들어선 데가 없고, 그만큼 경쟁이 심하다보니 마케팅 수요도 커보였다. 스타트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뛰어들기 딱 좋은 시장 아닌가. 바로 영업을 시작했다. 스키장 때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TLX PASS(패스)의 시작이었다.

TLX PASS의 핵심은 멤버십 가입으로 전국 4000여개 피트니스, 뷰티 등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굳이 어느 한 군데 시설에 정액권을 끊고 가입하지 않아도 TLX에 파트너로 등록한 시설을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색달랐다.

여튼, 이 두 친구에게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첫 고객이었다. 우선 공략 지역으로는 분당을 낙점했다. 네이버를 비롯해 각종 공사와 KT 등 굵직한 조직은 복지 시스템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이 회사들 인근의 피트니스 시설을 먼저 공략했다. 조직이 여러군데 흩어져 있고, 젊은 사원이 많은 네이버는 일찌감치 TLX PASS의 고객이 됐다.

“네이버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 운동에 대한 니즈가 컸죠. 그런데 네이버는 조직이 여러군데 흩어져 있잖아요? 매번 담당자가 조직이 있는 곳 근처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협상해야 했죠. 조직 형평성에 맞게 복지 시스템을 챙겨줘야 하니까요. 우리한테 비용을 맡기면 그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했어요. 포인트만 있으면 어느 피트니스 센터나 가도 되는거니까요.”

회원권만 끊고 운동 안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이익일 것 같은 피트니스 센터도 “그동안 운동을 안했던 사람들도 지급 받은 포인트로 모을 수 있다. 회원이 늘어날 거다”라는 두 대표의 말에 혹했다. 실제로 회원수가 늘어 부가 매출이 올라가는 사례가 생겼고 파트너사를 모집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이쯤되면, 이들 말발이 꽤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의외로 이 둘의 전공은 엔지니어다. 다만, 개발보다는 사업에 더 흥미를 느끼는 엔지니어.

B2B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서고, 그 많던 빚도 대부분 다 갚을 정도로 회사도 키웠다. 두 친구가 서로를 ‘김사장, 강사장’이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질 때쯤, 회사가 성장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꼈다. 한동안 우후죽순 생겨나던 경쟁업체가 대부분 사라지고, 이 시장에서 TLX PASS의 영향력이 강해졌을 때다. 이 이야기는, B2B 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걸 뜻했다.

최근 TLX PASS가 B2C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유다. 사실, 사람들 입길에 TLX PASS가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TLX PASS 모바일 앱의 본격 홍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사이 파트너사도 4000개가 넘었고, 피트니스 외에도 마사지숍이나 뷰티숍 등도 속속 TLX로 들어오고 있다.

“더 많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길 바랐어요. 그리고 성장하고 싶었죠. 비즈 사업을 보고서는 나도 TLX PASS를 이용해보고 싶단 분들이 많았는데 회사에서 지원 안 하면 못 쓰는 거잖아요? 회원 가입이 안되니까요. 이 분들을 상대로 B2C를 시작한거죠.”

선해 보이지만, 무서운 사람이다. 권투 아마추어 신인왕 출신이다. #취미로_시작해서_신인왕까지

그리고 올해, TLX PASS가 또 다시 도약을 준비 중이다. TLX PASS 하나에 올인하던 사업을 4개 부서로 확충하고, 두 대표가 각자 신사업 키우기에 집중한다. 그중 하나는 오프라인 유통 비즈니스다.

“파트너 시설에는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시설 안에서 건강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게 네이버나 페이스북을 통한 광고보다 효과적이라고 봤어요. 그 과정에서 삼성 기어핏이나 블루투스 이어폰, 다이어트 회사인 주비스 등과 협업을 했죠. 샵앤샵 형태의 오프라인 채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이 외에도 ERP 시스템 보급 사업에도 손을 댄다. TLX PASS 파트너사에 고객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회원 이용 정보나 운동패턴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분석,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데이터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타깃은 필라테스다. 최근 가장 핫한 종목이지만, 센터에 ERP 시스템이 존재하는 곳이없다.

나머지 하나는 플랫폼 사업이다. 건강과 관련한 시설 대부분이 오프라인 결제만 한다. 예약도 전화로 받는다. 데이터 분석도 안되고, 각종 정보가 파편화해 존재한다. 뒷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시스템에 대한 요구사항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아 제공한다. 서비스는 곧 출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TLX PASS가 계속해 체질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사원 위주에서 개발자 중심으로, 지금은 콘텐츠 기획자에 방점을 둬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 영상을 잘 이해하고 만드는 멤버들이 합류하면서부터다. 시설이나 파트너들이 영상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걸 알았다. 영상 하나를 만들어도 비싸고, 퀄리티가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파트너사들 이야기를 반영했다. 영상을 잘 만들어 마케팅을 도와주는 것도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두 대표의 최근 고민은 ‘문화’다. 예컨대 영업을 잘하는 사람과 개발자의 사고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들이 잘 섞이면서 더 큰 시너지를 내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이 고민을 잘 풀어야 신사업 역시 성공할 수 있다.

물론, 대표가 시킨다고 억지로 시너지를 내는 문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각 사업부가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내고 있고, 그로 인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옛 조직원과 새 조직원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은 원래 누가 합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문화가 만들어지는 곳 아니던가? 두 친구가 시작한 10년 전 TLX PASS와, 60여 명이 함께 일하는 지금의 TLX PASS는 또 다른 기업이므로.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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