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팝은 어떻게 유튜브 초통령이 되었나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허팝’. 본명은 허재원. 자신의 성인 ‘허’와 학생 시절 동아리 활동을 했던 ‘힙합’을 합쳐 ‘허팝’이란 닉네임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허팝은 춤은 안(못) 춘다. 대신 과학 실험으로 떴다.

안녕, 여러분. 요새 인기 많은 크리에이터 ‘허팝’을 소개해볼까 해요. 제가 왜 이런 낯간지러운 말투로 인터뷰를 쓰냐면요, 미래 트렌드가 인공지능 스피커랑 놀 수 있는 ‘오디오 클립’이래요. 챗봇이 읽어도 자연스러운, 그런 말투로 인터뷰를 쓰는 게 미래를 위해 좋겠다, 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한 문장 쓰고 소리 내서 읽어봤는데, 참 손발 오그라들고 좋네요ㅋㅋ

여러분은 아마, 유튜브계 초통령이라고 하면 캐리 언니를 먼저 떠올릴지 모르겠어요. 바이라인네트워크 특성상, 주로 30대~40대 IT맨이 이 글을 읽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런데, 요즘 캐리언니에 필적할, 엉뚱한 실험으로 초등학생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크리에이터가 있더라고요. 바로 허팝인데요. 유튜브 구독자만 160만 명입니다! 최근엔 ‘허팝과 함께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라는 책을 내서, 어떻게 하면 자신과 같은 유튜버가 될 수 있는지도 알렸죠(이 책, 요즘 꽤 잘나간다고 하더라고요).

그 허팝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허팝 연구소에서 만나봤어요. 때는 11월 말, 날이 한창 쌀쌀해지던 참인데요, 반월역에서 내려 버스로 10여분 더 들어간 곳에 100평 규모 공장형 컨테이너 박스가 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창고 안은 커다란 실험실이었는데요, 온갖 물총부터 인형뽑기 기계 등등 허팝의 엉뚱한 실험을 가능케 한 도구가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한 가운데는 허팝이 오랜 꿈이라 말했던 노란 폭스바겐이 한 대 서있더군요. 마치, 배트카처럼요.

자, 그럼 본격적인 허팝 소개에 앞서, 우선 허팝이 어떤 사람인지 여기서 맛보기 영상 하나 보고 가시죠.

이 기사를 쓰는 시점에서 가장 최근 영상입니다. 허팝은 주로 과학 실험을 하지만, 방탈출 게임이나 몰래카메라 등 재미를 극대화한 영상도 종종 만듭니다. 하지만, 어떤 영상이든 핵심은 ‘똘끼’죠. 사실, 허팝 그 자신은 본인이 왜 초통령이 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애초에 초등학생을 타킷으로 잡은 것도 아니라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에 초등학생들이 열광합니다.

심지어, 허팝은 현재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의 홍보대사입니다. 연예인이 아닌, 크리에이터가 청소년단 홍보대사를 맡은건 처음이라는데요, 그만큼 트렌드가 바뀌어간다는 거겠죠. 허팝은 요즘 크리에이터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강연 요청도 쇄도한다는데요, 특히 최근 초등학생들과 만났던 느낌을 이렇게 얘기합니다.

“강연을 갔는데 초등학생들의 꿈 일순위가 크리에이터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두 명 중 한 명이 자신의 꿈을 크리에이터라고 하니까 절반이 그런거잖아요. 맞죠? 예전엔 가수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게 바뀌었다는 건 아이들이 그만큼 유튜브를 많이 본다는 거고, 또 그만큼 하고 싶어하는 거라더라고요. 애들이 TV를 안 보고 핸드폰을 보니까요.”

허팝은 어떻게 초등학생들을 휘어잡았을까요, 아니 굳이 초등학생이 아니더라도 허팝의 영상을 좋아하는 성인도 많습니다. 저도, 허팝 영상을 재미삼아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제 나름대로, 허팝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그가 어떻게 초통령이 되었는지, 왜 성공할 수 밖에 없는지 다섯 가지 요인입니다.

첫째, ‘실험’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선점

허팝의 주무기는 실험이에요. 누구나 한번쯤은 엉뚱한 상상을 해보잖아요? 허팝은 그걸 현실로 만들어 냅니다. 허팝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이 만든 가장 재미난 영상은 ‘물풍선 수영장’이라고 합니다. 10m 길이 수영장에 5만개 물풍선을 가득 채워 노는건데요.  백문이 불여일견. 영상부터 한 번 보시죠.

#아… 허팝 키우면서 어른들이 고생 좀 했을 거 같군요.

그는 왜 여러 콘텐츠 중 실험을 찍는 영상을 택한걸까요? 허팝의 육성을 들어봅시다.

“초등학교 때 과학 수업을 제일 좋아했어요. 수학올림피아에 나가기도 했었죠. 그러다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체육이 제일 좋았고, 수학, 과학은 정말 싫어했죠. 학교에 잘 적응을 못하기도 했고요.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것 다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하려니까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방문 닫아 놓고 혼자 만의 공간에서 액션캠코더 하나 켜놓고 실험 영상을 찍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잘 안 되더라고요.”

그가 처음부터 영상을 잘 한 것도 아니었대요. 대학 때 파트타임하면서 번 돈,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싹 긁어모아서 캠코터를 사놓고선,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그 방법을 몰라 중고나라에 반 값에 판 흑역사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민 갈 생각도 했대요. 쿠팡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딱 2년만 내가 해보고 싶던걸 해보자 해서 시작한게 실험 영상이죠. 지금처럼 빵 터질줄은 몰랐어도, 조만간 영상 콘텐츠가 흥하리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을 했다고 하네요.

지금은 어떤 아이디어로 실험할까요? 처음엔 자신이 어렸을 때 해보고팠던 실험을 했고, 그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나선 시청자 의견을 받았다고 합니다. 팬카페 댓글, SNS 메시지 같은 것들이 하루에도 수백개씩 쏟아진다고 하네요. 그걸 보고 허팝스럽게 아이디어를 재구성한다고 합니다. 내가 하면 재밌겠다, 싶은 걸 기승전허팝스타일로 바꾸어낸다는 거죠.

둘째, ‘재미’를 살리기 위한 편집, 편집, 편집

허팝 영상을 여러번 본 사람은 알겠지만 허팝의 모든 실험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할 확률이 70%라면, 실패 확률이 30%라고 하는군요. 찍고, 찍고 다시 찍으면야 100% 성공하는 멋쟁이 허팝 영상이 나올수도 있겠죠. 그런데 허팝은 이 30%의 실패 영상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실험하다 망가지고 허당같은 그런 모습이 콩트적이고, 병맛적인 요소가 된다는 거죠.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교육적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애들이 보겠습니까? 허팝에 따르면, 유튜브에서는 영상을 고퀄리티로 만들어도 시청자들이 두 번은 안 본다고 합니다.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두 번 보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의 원천이 바로 재미입니다.

허팝은 이를 위해서 이걸 위해서 라이브보다는 편집 영상을 택합니다. 잠깐, 허팝 얘기를 들어보실래요?

“편집이 좀 가미된게 더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생방송은 길어요. 재미 없는 부분까지 전 과정을 보게 되죠. 스마트폰을 하면서 짧은 시간에 클라이막스만 보고 싶어해요.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한 거죠.”

물론, 라이브 방송의 장점도 있습니다. 우선 라이브가 생동감이 있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접속자가 많아지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요? 사실상 불가능하겠죠. 오히려 영상을 압축해 재밌는 부분만 편집해 보여준다면,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시간을 영상 보는데 할애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영상 길이는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허팝은 5분 이라고 하네요, 재밌는 부분만 압축된,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것이 허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입니다.

# 어머, 허팝이 독자 여러분께 인사를 하네요

셋째, 확실한 캐릭터 구축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허팝은 노랑노랑 합니다. 모자도, 옷도, 신발도 노랑이에요. 제가 허팝에게 “혹시 길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봅니까?”하고 물었어요. 허팝이 말하길, “사람들이 알아봐서 노란색 옷을 잘 안 입어요”라고 답하더라고요. 노랑은 허팝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마치 스펀지밥처럼요.

유튜브에서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아 허팝! 하고 알아차리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캐릭터화입니다. 허팝은 이렇게 말하네요.

“유튜브에서 실험 영상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제가 살아 남은 것은) 캐릭터화가 잘 된거죠.  유명한 사람이 실험 영상을 하기 시작하면 제가 금방 죽을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사람들한테 각인을 시킬게 필요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제가 노란색을 좋아하더라고요. 어차피 실험을 하면 옷을 빨리 버리니까 노란색 티셔츠를 쌓아놓고 주구장창 그것만 입었어요. 노랑하면 허팝! 할 수 있게요.”

그 노랑이, 결국 상품화까지 이끌어냈네요. 허팝은 최근 캐릭터업체 부즈와 손잡고 인형, 가방, 필통, 배찌, 스티커, 볼펜 등등 온갖 문구와 완구류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이 상품들 역시 모두 노랗습니다.

넷째, 엉뚱함과 친근함에서 오는 재미

“방송을 하면 큐시트가 있잖아요, 여기는 그런게 거의 없어요. 영상을 하루에 하나씩 올리다보니까 물리적으로도 어렵고, 또 그렇게 큐시트 짜서 영상을 하면 너무 EBS 같아 보일거고요. 크리에이터는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에 있어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데, 남하고는 조금 달라 보이는, 딱 그정도 위치에요.”

허팝이 설명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분명, 많은 이들이 따라하고 싶은 스타인데 TV에 나오는 연예인만큼 거리감이 들지는 않죠. TV 스타는 실패하는 모습을 별로 보여주지 않죠. 매끈한 영상만 보여주는데 반해, 크리에이터는 실수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면서 친근감을 쌓습니다. 나도 조금 노력하면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여기서 허팝의 스타일이 나오는데요, 그게 뭔지,  허팝 육성으로 들어보지요.

“황당무계한? 말 같지도 않은 걸 하는데 그러다 한 번은 진짜 성공하기도 하고, 성공하면 ‘와’ 하고, 실패하면 ‘그럼 그렇지’ 하는 거죠. 그걸 재밌게 편집하니까 ‘얘는 괴짜다’ 그런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마지막, 왕도는 없다 성실함과 신뢰

허팝은, 유튜브를 시작한 이래 하루도 한 쉬고 매일 영상을 하나씩 업로드 했어요. 장장 3년을요. 그때는 매일 영상 업로드하던 사람이 없던 때랍니다. 시점도 잘 맞았어요. 그때가 유튜브가 한글과 되던 시점이라 국내 유튜브 점유율이 크게 올라가던 때기도 하죠.

“지금은 너도 나도 유튜브를 봐요. 영상 콘텐츠 하는 사람들도 이젠 하루 하나씩 다 올려요. 근데 제가 시작하던 때는 그런 사람이 없었어요. 찾기가 어려운 수준이었죠. 깽판치고 놀더라도, 하루 하나씩 영상을 올리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도 하나씩 안올리니까 제가 부각이 됐어요. 네이버 웹툰 찾아보듯, 어느 요일 몇시에 영상이 올라온다, 그런걸 기다리는 문화가 생성됐어요. 이젠 많은 크리에이터가 이렇게 하죠.”

사실 이부분은, 이제 막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길 꿈꾸는 이들에겐 안 좋은 얘기일 수 있겠네요. 시장의 빈틈이 메워졌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아졌단 뜻이기도 하니까요.

다음은 신뢰입니다. 허팝은 실험에 들어가는 재료의 99.9%를 사비로 삽니다. 협찬을 받았다면 아무래도 안 좋은 점을 나열하기 어려울 수 있겠죠. 그건 허팝 영상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습니다. 나쁜 건 나쁘다고 말하기 위한 방편이라네요.

여기서 잠깐 퀴즈! 실험 때문에 산 가장 비싼 재료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이 기사 끝에 있습니다.

앞으로 허팝은 무엇을 할까요? 죽을때까지 영상을 찍겠다고 합니다. 유튜브를 평생 직업 삼되, 자신의 성장에 따라 캐릭터를 조금씩 바꿔가며 롱런하겠다고 하네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와 같이 하는 실험 영상을, 또 더 나이 먹으면 손자와 함께 장난치는 할아버지 캐릭터를 허팝이 만들어가겠다고합니다.

물론, 과학 공부도 더 할거라고 합니다. 괴짜 캐릭터는 가져가되,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다뤄보고 싶다네요. 백투더퓨처에 나오는 백발할아버지(브라운 박사)가 자신의 롤모델이래요. 약간 황당무계하고, 까져(?) 보이기도 하는 그런 실험도 하면서, 그렇게 나이들어가는 크리에이터브 캐릭터, 기대해볼만 하네요.

[잠깐 퀴즈 정답: 인형뽑기 기계, 약 200만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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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 기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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