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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어떻게 할 것인가?

(왼쪽부터) 김성희 KIST 명예교수, 오동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자거래산업단장, 이민혜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스마트시티 기획부장, 최윤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커머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사업본부 전무, 조정문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문화본부 사이버윤리팀 수석연구원

개인적으로는, 공공부문 만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최근 매우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한데, 주로 민간 기업에서 많이 쓰인다. 여기저기서 내린 정의를 종합해보면 신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거나, 또는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뜻이다. [참고기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또 뭡니까?]

획기적인 변화, 기술에 대한 선제 대응 같은 것을 공무원 집단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래도 혁신과 거리가 먼 이미지 때문이다. 칸막이 행정, 규제, 보신주의 등이 그간 우리나라 공무원 집단을 설명하는 주요 단어로 쓰였다. 그러나 이말을 뒤집으면, 공공기관만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한 곳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냐, ICT 기술 발전 현장 곳곳에 공공기관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어서다. 공공기관 그 자체가 월등한 역량을 내기 위해 변혁이 필요하다기보다, 오히려 성장하는 산업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과제는 어떨까. 테크M에서 지난 29일 주최한 ‘디지털 스톰 2018 산업 빅트렌드’에선 김성희 KIST 명예교수의 진행 아래 오동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자거래산업단장, 이민혜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스마트시티 기획부장, 최윤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커머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사업본부 전무, 조정문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문화본부 사이버윤리팀 수석연구원 등 네명의 공공, 민간 부문 전문가가 참여해 토론을 했다. 50분의 짧은 토론이었지만, 각 패널이 귀기울여 들을만한 키워드를 뽑아냈다. 아래, 각 패널별 주요 발언을 핵심 주장별로 정리했다.

오동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자거래산업단장

핵심 키워드 “디지털 드로잉을 하라”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제도와 관행으로는 아무 기술도 적용할 수 없다. 공공 부문에서는 성과와 보신주의가 상존해 있으므로 새 기술을 쉽게 적용하기 어렵다. 공공 부문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려면 보고서를 쓰지 말고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그림을 그리면 또 다른 상상을 하게 된다. 정부 기관이 모두 나눠져 있다. 빅데이터를 다루는 곳, 블록체인을 하는 곳 등. 이들은 시범사업도 다 별도로 한다. 연계하는 사업이 없다. 국가 R&D 예산이 10%라고 하는데, 거기서 융합형을 별도로 발표한다. 그러나 그게 진정한 융합형인지는 잘 모르겠다. 같이 가면 좋은 기술이 많은데, 이런 부분을 보자고 할 때 보고서로 작성하면 안 보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니라 디지털 드로잉으로 가야 한다.”

이민혜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스마트시티 기획부장

“지방자치단체의 변혁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간 격차가 굉장히 크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잘해도 지자체에서 실현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런데 지자체도 칸막이 행정이 심하다. 그리고 규정에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십년 간 관행으로 굳어진 조직체계, 일하는 방식에 대 변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 부분에 대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은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든 무엇이든, 중앙 부처에서만 하지 말고 지방 자치단체가 할 수 있게 해야한다. 실제로 (혁신이) 파급되서 실제로 운영될 곳, 현장과 같이 이야기하고 고려해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최윤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커머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사업본부 전무

“한국형과 자체기술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

“외국계벤더에서 일하기 때문에 오해받을까봐 조심스럽지만, ‘한국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한국형’으로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자체 기술 확보도 마찬가지다. 그 단어에 엄청난 힘을 부여하는데, 자체 기술을 만들더라도 아무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만든 사람만 박수치는 그것이 기뻐할 일인가 모르겠다. 정말 의미 있는 곳에 적절한 투자가 있으면 좋겠다. 한국형도, 한국적인 규제, 한국적인 인증 같은 것을 가져다 들이대다 보면 그게 훨씬 더 수많은 글로벌한 것들을 많이 고민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이건 글로벌 벤더의 불편함이 아니라 그게 결국 한국회사에 안 좋은 굴레를 씌우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클라우드 같은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에서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글로벌하게 요구되고 있는 인증, 규제를 잘 따르고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규제 하나를 통과하는게 결국 그 기업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규제를 이야기 하는 김에, 최근 ICO(가상화폐를 통한 자금 조달)가 규제 대상이 됐다. 최근 미국에서 있었더 ICO 중에 4억을 모았다가 문을 닫고 도망간 사례가 있었다. 그런 사고를 보면 “거봐, ICO가 이렇게 나쁜거야, 먹튀하는 일이 생겼잖아”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블록체인에 관련한 테크놀로지 컴퍼니의 펀딩상태를 들여다보면 작년까지는 그런 기업들이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올해 2, 3분기를 보면 점점 자금 펀딩된 것의 대부분이 ICO로 돈이 들어와 있다. 기업이 정상으로 성장하고 자금 모으는 방식이 ICO가 되고 있는데, 지금 나쁜 사례 하나로 “싹을 잘라야해” 라고 하면, 아예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성희 KAIST 경영대학 명예교수

“킬링 규제 아닌 키워주는 규제로 가야”

“(공공기관이 하는 것을 보면) 말은 글로벌이라 하지만, 실제로 글로벌을 하려는게 아닌거 같다. 제일 망한 거 중 하나가 ERP다. ERP가 깔리기 시작하니까 ‘한국형 ERP’를 만들자고 해서 결국 ERP 소프트웨어를 하던 데를 다 망하게 만들었다. 한국형, 자체기술 이런 걸 내세워서 실제로는 글로벌에 역행하는 길을 가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규제라는게 사실 우리 공직에 있는 분들이 생각해야하는게, 뭐든지 죽이려고 하는 처방을 계속 내놓는거 같다. 마치 내과 의사가 콧물 나면 콧물 죽이고, 기침 나면 기침 죽이고, 이렇게 만들어서 결국 뭐가 되는가. 사람이 죽는거다. 근본적인 치유를 국가에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을 키울 것인가로 규제를 몰아가줘야 하는데 우리는 킬링 규제를 하고 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났다고 보자. 그러면 “거봐, 그거 안 되지? 문 닫아” 할거다. 그러면 우리는 분명히 10년, 20년 뒤처지는 거다.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조정문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문화본부 사이버윤리팀 수석연구원

“민간과 경쟁”

“정부도 민간 단체를 경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가 모든 걸 다 갖고 가고 있다. 관주도 형태가 많이 추진되어 왔다. 지금은 중앙에서, 공공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공공부문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문제 해결에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시민과 기업이 함께 해야 한다. 한국은 예산을 모두 정부가 콘트롤 하는데, 선진국에선 해당 사안에 시민들이 기부를 한다. 이 기부금을 공공기관과 민간이 경쟁을 한다. 더 잘하는, 경쟁력 있는 곳이 해당 서비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할 일은 4차 산업혁명이든 블록체인이든 그런 분야에서 빠르게 수요를 창출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면 민간에 순식간에 퍼진다. 마중물을 만들어줘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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