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공짜’ 마케팅 학교를 열었나

이관섭 드리머스마케팅스쿨 교장

이관섭 드리머스마케팅스쿨 교장

마케팅 전문가들은 몸값이 높다. 꽤 이름을 알린 이가 강연회나 콘퍼런스를 열면 몇만 원씩 하는 표도 금세 동난다. 그만큼 현업의 목소리에 취업준비생들의 갈증이 심하다.

그런데 공짜 마케팅 학교를 연 몸값 비싼 전문가가 있다. 홈플러스 마케팅부문 상무이자,  드리머즈마케팅스쿨(DMS) 교장인 이관섭 씨다.

DMS는 매년 스물다섯 명의 청년을 모아 ‘마케팅’을 가르친다. 국내외 기업에서 마케팅 밥만 25년을 먹은 이 씨는 ‘교장쌤’이다. 이 교장은 피앤지, 모니터그룹(미국 컨설팅 회사), 피자헛, LG전자/LG패션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2007년엔 만 서른일곱의 나이로 LG전자 최연소 상무로 임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케팅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이 교장은 자비를 들여 공짜 마케팅 학교 DMS를 설립했다.  이 교장은 “돈 버는 강의는 많아도 진짜 학생들을 위한 강의는 드물다”고 말한다. 그가 돈 한 푼 받지 않고 마케팅 학교를 연 이유다.

이관섭 교장을 지난 11일 서울 신사동 디아이디어그룹에서 열린 DMS 입학식에서 만났다.

올해 신입생이 벌써 DMS 5기다. 2014년 개교한 이 학교는 교육 공간부터 경비, 강의까지 모두 이관섭 교장의 지인들이 ‘재능 나눔’해 운영한다. 1기 졸업생들은 어엿한 3년 차 직장인이 되어 신입생의 멘토로 참여했다. 학교를 열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돈을 쓰는 특이한 학교다. 그에게 DMS는 어떤 의미일까.

드리머즈마케팅스쿨 5기 입학생들과 졸업생, 조교, 멘토들.

드리머즈마케팅스쿨 5기 입학생들과 졸업생, 조교, 멘토들.

Q. 학교는 왜 시작했나

A. 재능 나눔이라고 생각한다. 나 아직도 돈 번다(웃음). 그런데 학생들에게 돈 받고 강연하는 데를 보면, 어떨 땐 ‘돈 벌기 위한 기획사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학생들에게 돈 받고 단시간 강연하는 것 말고,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현업의 일을 궁금해하고, 도움받고 싶어 한다. 학교는 은퇴 후 계획 중 하나였는데, 주변에서 도와주겠단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일찍 시작하게 됐다.

Q. 무료로 하는 이유는?

A.  학교는 은퇴 후 계획 중 하나였다. 현업에서 30~40년 쌓은 경험을 학생들에게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돈을 받을 이유가 없다. 돈을 받으면 학원인데, 여긴 학교다. 나 스스로 ‘쌤(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지식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인성교육도 한다. 졸업생들이 ‘마케팅을 빙자한 인성교육 학교’라고 하는데,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더라. 사람 사는 게 마케팅인데, 학생들이 진정성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운영이 어렵진 않나

A. 처음에 DMS를 열었을 때는 이 학교 저 학교 돌아다니며 수업했다. 그 얘기를 듣더니 ‘디아이디어 그룹’ 김은영 대표가 선뜻 공간을 내줬다. 주말엔 강당이 자주 비니 수업에 활용하라고. 그것뿐만 아니다. 함께 하는 교수님들도, 현업에서 오래 일한 훌륭한 분들인데 돈 안 받고 강의한다. 현수막이 필요하면 신익태 올댓캠퍼스 대표가 도와주고, 졸업생들은 조교나 멘토로 참여한다. 졸업생들이 돈을 버니까, 이젠 학생들에게 자기 카드로 밥도 사준다. 뒤풀이 비용 중 모자라는 것은 내가 대기도 하고. 그렇게 십시일반 해서 운영한다.

Q. 일반적인 교장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 담임 같기도 하고

A. 왜 교장쌤은 다 꼰대라고 생각하나. 대학 출강을 했었는데 점수로 아이들 줄 세우는 것이 힘들었다. 우리가 왜 대학을 가야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라는 것의 원래 의미가 뭔지에 대해서 말이다.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서울대학생들이 “교수님 숨소리까지 받아적는다”고 말했을 때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 DMS에서 학생들이 후기 쓴 걸 보면 눈물이 난다.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Q. 엘리트의 개념이 다르다고 보인다

A. 1등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는 얘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기억력만 좋아서 다 외운다고 그게 사회에 도움이 되나. 인성 나쁜 엘리트만 나온다. 아무리 외워도 알파고보다 못한다. 이번 국정 농단사태에서 등장하는 사람들도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인데, 그런 엘리트들을 양성한 것도 교육 잘못이다. 최소한 내가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몇 사람들이라도 제대로 가르쳐보고 싶다. 이 학생들이 또다시 후배들을 키우게 된다면 사회도 조금씩 진보하지 않겠나.

Q. DMS 말고 다른 계획도 있나?

A. 직장인을 위한 학교도 생각은 하고 있는데, 우선은 DMS만이라도 잘하자는 생각을 한다. 자꾸 학교 규모를 키우라고들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지금 아이들한테 이만큼 정성을 들이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면접을 직접 보기도 하지만, 입학식 전에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외운다. 아이들이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도. 그리고 입학식 날 이름을 부르고 관심을 보이면 아이들이 감동한다. 교수 중에 학생들 이름을 모두 외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것이 선생과 제자의 관계인가. 나쁘게 보면 지식팔이이고 학점팔이다. 같은 사람으로 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학생들도 귀를 기울인다.

Q. DMS는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A. 종신 교장을 생 각중이다(웃음). 계속해서 할 거다. 그리고 설사 내가 없다고 해도 학교는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갑자기 멀리 가게 되더라도, 학교가 존속해서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Q 직장인 중에선 일찍 성공한 편인데 학교를 연 것은 독특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A 젊은 대기업 임원으로 신문에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성공인가? 그게 나의 꿈은 아니다. 성공의 과정 중 하나일 순 있겠지만. 성공의 의미가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

Q. 수업 듣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학생들이 내게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를 묻는다. 그런데 ‘네가 잘하는 것, 또는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되물으면 대답을 잘 못 한다.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게 있는 사람만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거다. 정말 좋아하면 자꾸 하게 되고, 잘하게 된다. 나는 자발적 동기 부여의 힘을 믿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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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es: 기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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