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제조 데이터에 온톨로지 주겠다”…ICX 출시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가 제조 기업의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틱 AI 도입을 지원하는 ‘인텔리전스 센터X’를 한국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제조 데이터 기반의 온톨로지와 지식그래프 구축, 에이전트와 인간의 협력 워크플로우 구성, 거버넌스 체계 등을 제공해 AI를 통한 제조 비즈니스 혁신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는 13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프라이빗 챔버에서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커넥트 2026’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의 AI 애플리케이션 확장을 위한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틱 시스템인 ‘인텔리전스 센터 X(ICX)’를 발표했다.
이수아 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 전략 부사장은 “AI 기술은 엔터프라이즈의 운영 모델을 바꾸는 중요한 기술이면서 방법론”이라며 “많은 기업이 AI 도입에서 고민하는 건 타임투마켓과 비용 절감, 그리고 경쟁력이지만, AI를 특정 영역에 단순히 도입한다고 고민이 해결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업무 방식과 업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에서 데이터가 AI 모델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오늘날 기업의 데이터는 문서, 엑셀, 이미지, 도면 등 대부분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비정형 데이터”라며 “잘 짜여진 제조 프로세스와 달리 데이터끼리는 상호관계성을 갖지 않고 사일로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AI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이먼 게린 지멘스 아시아태평양지역 데이터&AI 담당 필드CTO는 2026년 현재 기업들의 AI 도입 실태를 진단했다. 사이먼 CTO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AI 투자 규모는 2.5조달러(약 3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질적인 수익 향상을 경험한 기업은 단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AI 파일럿 프로젝트 중 74%는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폐기되며, 선도 기업과 일반 기업 간의 AI 생산성 격차는 올해 1월 2.6배에서 6월에는 8.3배로 급격히 벌어졌다.
사이먼 CTO는 “65%에 달하는 직장인들이 AI 도구가 개인의 업무를 돕는다고 답하지만, 이것이 조직 전체의 성과 변화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12%에 그쳤다”며 “무려 53%에 달하는 비용과 노력이 실제 손익계산서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누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톰 데 그루트 지멘스 제품개발 디렉터는 “AI 선도 기업과 뒤처진 기업 간 격차는 제조에서 더 커지는데, 생산량 기준으로 제조업에서 선도기업과 일반 기업의 격차는 10.7배에 달한다”며 “제조업에서 스마트한 생산 기반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AI 모델 자체는 지속적인 가격 하락과 폭발적 성능 향상을 보인다. 반면, 기업의 실제 AI 프로젝트는 파일럿에 정체돼 효과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원인을 지멘스는 모든 기업에서 동일하게 겪고 있는 ‘5가지 간극’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구체적으로 ▲기업 고유의 데이터와 규칙이 아닌 일반 데이터로 훈련되어 자신 있게 거짓말을 하는 ‘컨텍스트(Context)의 부재’ ▲외부에서 덧붙여져 거버넌스와 버전 관리가 불가능한 ‘일회성 인텔리전스(Intelligence)’ ▲정답을 찾고도 결국 사람이 수동으로 다시 입력해야 하는 ‘단절된 액션(Action)’ ▲파편화된 프로세스로 인해 개별 단계에 AI를 도입해도 전체 소요 시간은 줄지 않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문제’ ▲누가 언제 무엇을 근거로 결정했는지 추적할 수 없어 데이터 유출 시 평균 67만 달러의 비용을 추가시키는 섀도우 AI의 ‘거버넌스(Governance) 부재’ 등이 지목됐다.
톰 데 그루트 디렉터는 지멘스의 ICX를 이같은 간극을 메울 해법이라고 소개했다. ICX는 기존 데이터를 외부로 복사하거나 통합 저장소(데이터 레이크)로 이동시킬 필요 없이, 기업의 보안 경계 내에서 현장의 데이터가 있는 제자리에서 직접 읽어 들이는 에이전틱 시스템이다.
인텔리전스 센터 X는 AI가 실제 업무 환경에 완벽하게 안착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기술 계층과 이를 아우르는 거버넌스로 구성된다. 첫째, ‘그래프 스튜디오(Graph Studio)’는 에이전트가 딛고 서는 컨텍스트를 제공한다. PLM, ERP, MES, QMS 등 다양한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복사하지 않고 기존 시스템에 있는 데이터 그대로 검색하고 연동하여 전사적 지식 그래프와 엔터프라이즈 온톨로지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AI는 자산, 이벤트, 관계 등 제조 산업의 구체적인 어휘와 업무 맥락을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
둘째, ‘AI 스튜디오(AI Studio)’는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실행하며 측정하는 인텔리전스 계층이다. 목표 설정, 계획, 호출, 검증, 실행으로 이어지는 에이전트 루프를 관리하며, 특히 모델 게이트웨이를 통해 호스티드 LLM, 프라이빗 LLM, 산업 특화 모델 등 어떠한 모델로도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어 특정 모델에 대한 종속성을 없앴다.
셋째, ‘멘딕스(Mendix)’는 사람과 에이전트가 단절 없는 하나의 워크플로 안에서 협업하는 공간이다. 시스템이 에러를 감지하면 에이전트가 원인을 추적하고, 최종적으로 담당자(사람)가 업무 흐름 내에서 승인하는 등 사람과 AI가 네이티브하게 통합된 앱과 케이스 관리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은 철저한 데이터 출처 및 이력 추적(데이터 리니지)과 감사 기록을 통해 ‘거버넌스’를 보장한다. 에이전트나 사람이 수행한 모든 조치는 이메일이 아닌 시스템상의 워크플로 단계로 투명하게 기록되어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확보한다.
톰 디렉터는 가상의 반도체 제조 현장인 경기 이천 ‘한빛 메모리 팹 2’의 HBM 스택 수율 이탈 사례를 가정한 심층 데모를 통해 인텔리전스 센터 X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기존에는 수율 이탈 발생 시 정확한 조치가 불가능하여 담당자가 PLM, MES 등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데이터를 재입력하고 원인을 분석하느라 수일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인텔리전스 센터 X 환경에서는 단 6분 만에, 그리고 단 4번의 단계(Context, Intelligence, Action, Trust)를 거쳐 해결되는 혁신적인 과정이 시연됐다.
시연에 따르면 시스템에서 이탈이 감지되자, AI 스튜디오의 에이전트가 그래프 스튜디오에 연결된 여러 시스템 데이터를 추적해 근본 원인을 특정해 냈다. 이어 에이전트가 즉각적으로 이탈 등급을 분류하고 격리 조치안을 기안해 멘딕스 워크플로로 전달했다. 이를 확인한 담당 책임자가 워크플로 상에서 단 한 번의 승인 버튼을 누르자마자 MES 시스템에 보류 조치가 자동 업데이트되고 후속 대응이 시작됐다.
사이먼 CTO는 “6월 ICX 출시 이후 실제로 이 플랫폼을 도입한 실제 고객사의 경우 문제 발생 시 지식 그래프로 최대한 맥락을 가져오고, 거버너스 레이어로 여러 데이터의 여정을 이해하며, 어떤 에이전트가 사용되고 어떤 근거를 통해 어떤 의사결정 내렸는지. 관리 감독함으로써 워크플로우와 전반의 프로세스를 수정하거나 효율성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ICX의 역량이, 고도로 복잡한 제조 환경을 갖춘 한국 시장에서 큰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루트 디렉터는 “한국만큼 어려운 것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드는 곳은 없다”며 시연한 메모리 및 HBM 분야를 비롯해 조선, 배터리, 자동차, 디스플레이, 철강 등 한국의 6대 핵심 산업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ICX를 적극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이먼 CTO는 기업에서 ICX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워크플로우를 선택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그는 ‘얼마나 자주 실행되는가’, ‘하루의 대기 시간이 초래하는 비용은 얼마인가’, ‘몇 개의 시스템을 거치는가’라는 3가지 기준을 고려하라면서 “복잡성이 높은 문제부터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며 “많은 사람이 너무 복잡해서 시작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복잡함은 기다릴 이유가 아니라 시작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복잡한 문제는 상용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지멘스는 내장된 거버넌스를 통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기반을 잘 구축하면 처음 시작한 후 만들어지는 그 다음의 새 워크플로우는 새로운 리스크 검토 없이 배포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안전하게 확장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루트 디렉터는 “하나의 그래프 위에 에이전트와 사람이 여러분의 경계 안에서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지멘스의 ICX는 에이전트와 사람이 하나의 워크플로 안에서 보안 경계 내에 존재하도록 재설계된 솔루션”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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