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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도 틀린 경복궁 연회 이미지, 제대로 그린 비결

신기술을 개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은 시장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부가 신기술의 고객이 돼달라는 요구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공공부문의 AI 전환(AX)을 추진하려면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과 딥테크 스타트업의 협력 사례를 통해 공공 AX가 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스타트업에는 어떤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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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AX 기획⑤ 국가유산진흥원] 국가유산을 그리는 ‘토종 AI’의 의의

“조선시대 경복궁에서 펼쳐진 연회를 그려줘.”

기자가 제미나이 3.1 프로에 이런 프롬프트를 넣자 아래 그림이 나왔다. 얼핏 잘 생성된 것 같지만, 굳이 역사 관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상함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출처=AI 생성 이미지)

우선 하얀 천이 덮인 테이블과 의자가 너무 현대적이다. 조선시대는 소반 문화였다. 길 위에 깔린 붉은 융단도 어색하다. 마치 현대의 레드카펫을 보는 것 같다. 가운데에서 춤추고 있는 여자들의 차림새를 보면 왕실 여인들처럼 가체를 올리고 당의를 입고 있어 어울리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은 이처럼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 이미지를 뒤섞어 생성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영화·드라마를 넘어 AI 콘텐츠에서도 역사 왜곡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은 이런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지난해 모티프테크놀로지스(모티프)와 한국형 콘텐츠 창작 멀티모달 AI 서비스 ‘하이’(HAI)를 구축했다. 하이에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아래처럼 고증에 맞는 이미지가 출력됐다.

(출처=AI 생성 이미지)

세밀한 역사적 고증을 따진다면 이 이미지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한국인이라면 위화감을 느낄 만한 오류는 한눈에 띄지 않는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하이는 최대한 문화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국가유산진흥원은 2023년부터 AI와 국가유산의 결합을 시도해 왔다. 한국 전통건축을 학습한 AI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예고편을 제작하기도 했고, 전통 문양을 학습시켜 굿즈를 제작하기도 했으며, 민화를 그리는 생성형 AI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꾸준히 해왔던 AI 사업은 하이 서비스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하이는 올해 UN 산하 기구인 ITU의 연례 행사 ‘AI for Good’에도 소개됐고, ‘2026 ICT 넥스트 어워즈’에서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사업을 이끌어 온 심정택 국가유산진흥원 AI미디어센터 AI데이터팀 팀장은 “당시 일반적인 AI 모델들이 ‘석굴암’이나 ‘향원정’ 등 이미 존재하는 문화유산도 제대로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AI 기술과 결합해 재현성 높은 모델을 구축하고자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 구현을 맡은 모티프는 2025년 설립된 신생 스타트업이다. 현재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AI 성능 점수를 받은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달 발표된 글로벌 AI 분석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성능평가지표(AAII)에서 모티프의 모델은 국내 기업 중 대기업을  제치고 1위를 달성했다. 해외 오픈소스를 이용하지 않고 설계부터 데이터 학습까지 자체 개발한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국가유산진흥원도 소버린 AI가 강조되던 시기, 모티프의 자체 기술력에 주목했다. 심 팀장은 “사실 학습 데이터만 있으면 다른 모델들도 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럴 경우 해외에 종속되다시피 AI 모델을 이용해야 한다”며 “프롬 스크래치 기술로 기초부터 국내에서 개발한 모델이 토종 AI로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인력은 30명 미만이었다. 그러나 심 팀장은 신생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협조에 적극적이었고 피드백도 좋았다”며 “마치 우리 직원들 같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설립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입장에서 국가유산진흥원과의 협업은 신뢰할 만한 레퍼런스를 구축할 기회였다.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는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협력 기회에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며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이미지 생성형 AI를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2일 서울 중구에 있는 AI데이터팀 사무실에서 심정택 국가유산진흥원 AI미디어센터 AI데이터팀 팀장과 두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좌) 임정환 모티프 대표 (우) 심정택 국가유산진흥원 AI데이터팀 팀장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각자 맡았던 역할에 대해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심정택) 국가유산진흥원은 전반적인 사업 진행과 기초 데이터 확보·제공 역할을 맡았습니다.

우선 주관기관으로서 전체 사업 관리와 참여기관 간 협력 조정을 담당했습니다. 국가유산청·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모티프 간 협력 체계를 관리하고 사업 일정과 성과를 점검했습니다.

또한 AI 학습에 필요한 국가유산 기초 데이터를 확보·제공하고, 기존 범용 AI에서 나타나는 국가유산 왜곡 사례와 서비스 요구사항을 모티프에 전달했습니다. 개발 결과가 국가유산의 형태와 특성을 반영하는지도 함께 검토했습니다.

(임정환)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부터 모델 개발까지 기술적인 사항은 모두 맡았고, 전체 과정은 5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과 스타트업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이룬 성과는 무엇일까요?

(심정택) 국가유산진흥원의 가장 큰 성과는 국가유산 데이터를 실제 생성형 AI 모델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로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양질의 공공 데이터에 모티프의 기술을 결합해 기존 범용 AI가 국가유산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른 문화권의 이미지로 표현하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하이 서비스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AI for Good Global Summit 2026’의 공식 발표 사례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2025 대한민국 정부혁신 박람회’, ‘공공기관 인공지능 대전환 워크숍’, ‘2026 공공기관 채용박람회’ 등에서 공공부문 AI 활용 사례로 소개됐습니다.

(임정환) 모티프는 하이 프로젝트로 신뢰할 만한 레퍼런스를 구축해 국제적인 협업 제안을 받았습니다. AI for Good 행사 이후 국제기구에서 사업 제안이 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는 국제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관심이 있느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런 제안들을 받으면서,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AI 정렬’ 문제가 요즘 화두인데 이런 방향성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록 아직 미약할 수는 있겠지만, 모티프도 인류가 중요하게 여기는 보편적 가치에 공헌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심정택) 국가유산진흥원 입장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생성형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국가유산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이 충분하지 않고, 기존 데이터의 형식도 일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존 데이터는 대국민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구축된 경우가 많아 생성형 AI 학습에 필요한 다양한 각도의 이미지와 세부 형태, 충분한 설명 정보를 모두 갖추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중복 이미지와 서로 다른 파일 형식, 불균일한 메타데이터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작용했습니다.

다만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그간 구축한 양질의 이미지에는 출처와 내용이 명확한 설명 데이터가 포함돼 있어 이를 사업의 핵심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가 없었다면 짧은 사업 기간에 국가유산 특화 모델을 개발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임정환)기술을 구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문화유산 특화 AI’라는 특수성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문화유산에 대한 도메인 지식(특정 분야의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도 많았고, 구현 과정에서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사항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궁 이미지를 생성할 때는 단청의 문양을 하나하나 그대로 재현해야 합니다. 대국민 서비스이기 때문에 고증 측면에서 이런 세부 요소를 엄격하게 담아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또한 심 팀장님이 하신 말씀대로 데이터 부족 문제로 난관을 겪었습니다. 학습 데이터를 만들려면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데이터가 부족해 합성 데이터로 증강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습니다.

현재 하이 서비스의 이용자 반응은 어떤가요? 어떤 모델을 쓰고 있나요?

(심정택) 웹페이지에서 평일 기준 하루 100회 이상 이미지가 생성되고 있습니다.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지 문의하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상업적으로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변합니다. 그것이 서비스 개발 목적이기도 하고요.

(임정환) 여기에 쓰인 모델은 모티프 이미지 6B(Motif-Image-6B) 프리뷰입니다. 60억개의 매개변수를 지닌 이미지 생성 모델에 문화유산 이미지를 학습시켰습니다.

더 고도화하고 싶은 기능은 있으신가요?

(심정택) 하이 서비스는 후속 예산을 확보해 데이터와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는 시범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올해 말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입니다.

예산을 확보해 충분한 개발 기간 동안 많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국민의 수요를 반영한 다양한 창작 스타일을 넣고 싶습니다.

종종 이용자들이 귀신이나 좀비가 궁궐에 나타나는 모습, 산타가 근정전에서 썰매를 타고 다니는 모습,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이런 창작 영역을 도울 수 있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싶습니다.

(임정환) 저는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라 구체적인 활용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서비스가 있으면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콘텐츠 활용이 아니더라도 교육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요.

모티프가 참여한 프로젝트인 만큼 일회성 용도에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이 서비스가 앞으로 더 발전하고 많이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임)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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