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EU와의 갈등 일단락…앱스토어 수수료 전면 개편
첨예하게 대립하던 애플과 유럽연합위원회(EC)가 타협점을 찾았다. 애플은 18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 내 앱 유통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조건을 전면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EC는 이 개편안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지난 2년여간 이어진 디지털시장법(DMA)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이다.
수수료, 얼마나 낮아졌나?
이번 개편의 출발점은 갈등의 진원지였던 외부결제 수수료다. 앱 밖으로 링크를 걸어 결제를 완료하는 경우의 수수료를 기존 20%에서 15%(우대 대상은 10%)로 낮췄다.
애플은 2024년 DMA 시행 이후 앱 안에서 외부결제로 유도하는 행위(스티어링) 자체는 허용했지만, 그 거래에도 최대 20%에 달하는 수수료를 매겨왔다. EC는 “스티어링에 대한 대가는 0원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이를 사실상의 우회적 금지로 판단했고, 이것이 2025년 4월 5억 유로 과징금으로 이어졌다.
수수료 개편은 외부결제·대체 유통 구간에서 그치지 않고 앱스토어 안쪽까지 확대됐다. 앱스토어에서 애플 인앱결제를 그대로 쓰는 경우엔 26%(구독 2년차부터는 15%)를, 앱스토어 안에서 다른 결제 시스템을 쓰는 경우엔 20%(우대 대상 10%)를 낸다. EU에서 앱을 유통하는 개발자는 결제 경로만 선택하면 그에 맞는 수수료율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단일 표를 따르게 됐다.
여기에 더해 핵심 기술 수수료(Core Technology Fee) 체계도 손봤다. 기존 방식은 애플 앱스토어 밖에서 다운로드하거나 외부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앱을 다운로드 받을 때(100만 다운로드 이상)마다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었다. 매출이 나든 안 나든, 설치 건수만 많으면 대규모 수수료를 내야했다. 무료 게임이 입소문을 타 다운로드가 폭증하면, 정작 매출은 없는데도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징벌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 방식인 핵심 기술 커미션(Core Technology Commission)은 기준 자체가 다르다. 설치 건수가 아니라 실제 거래액을 기준으로 삼아, 앱스토어 밖에서 유통되는 앱이 벌어들인 디지털 거래액의 5%만 떼어간다. 돈이 오간 만큼만 수수료를 매기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여기에 초기 설치 수수료와 스토어 서비스 수수료도 함께 폐지됐다.
결제 방식을 둘러싼 제약도 함께 풀렸다. 그동안 EU에서는 인앱결제와 대체 결제 수단을 한 앱 안에서 동시에 제공하는 게 금지돼 있었는데, 이번 개편으로 개발사는 인앱결제·자체 결제·외부 링크 또는 이들의 조합 중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병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한 번 정한 결제 옵션 조합은 12개월간 유지해야 한다.
대체 앱마켓을 운영하거나 웹으로 앱을 유통할 수 있는 사업자 자격도 완화됐다. 기존의 까다로운 신용장 요건 대신 재무 안정성 평가, 상장 여부, 벤처 투자 유치 이력, 회계 감사 완료 여부 등으로 문턱을 낮췄다. 다만 애플은 보안 위협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대체 유통 앱에 기본 기능·보안 검토인 ‘노터라이제이션(Notarization)’은 계속 의무화하기로 했다.
구글과 다른 점은?
같은 DMA 압박을 받았지만 구글의 수수료 정책은 애플과 다르다. 구글은 지난 6월 30일부터 수수료를 두 갈래로 나눴다. 구글플레이라는 플랫폼을 쓰는 대가로 걷는 ‘서비스 수수료’, 그리고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실제로 쓸 때만 붙는 ‘결제 수수료’다.
구독 상품은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서비스 수수료가 10%로 고정된다. 여기에 구글 결제를 쓰면 5%가 더 붙어 15%다. 구독 앱 개발사가 대체 결제로 옮기면 서비스 수수료 10%만 내면 된다. 물론 대체 결제 시스템도 그 자체의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이 없는 개발사는 외부 결제로 옮길 동인이 크지는 않다는 평가다.
게임 아이템처럼 한 번 사고 끝나는 결제는 연 매출이 100만 달러 이하면 서비스 수수료가 10%지만, 100만 달러를 초과하면 서비스 수수료가 20~25%로 뛴다. 구글 결제를 쓴다면 5%의 결제 수수료가 더해진다. 즉 매출 100만 달러 이상의 개발사는 수수료가 최대 30%까지 올라가는 셈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26%)와 비교해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유럽 밖에도 적용될까?
관건은 이번 애플의 새 EU 수수료 구조가 다른 시장으로 번질지 여부다. 애플 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이번 조치가 조만간 미국에도 상륙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애플이 그동안 EU와 미국을 분리 대응해온 걸 감안하면 당장 미국 앱스토어 수수료 체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이르지만, 구글이 이미 미국·EEA·영국에 동일한 수수료 체계를 적용한 선례가 있는 만큼 애플에 대한 비교 압박은 커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EU발 개편은 한국 규제 당국에도 참고 사례가 될 만하다. EU에서는 외부 링크 결제 수수료가 20%에서 15%(우대 10%)로 낮아진 반면, 한국에서는 같은 방식의 결제에 26%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023년 10월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을 예고한 바 있다. 방미통위의 제재 수위 결정이 임박한 만큼, 애플이 한국에서도 EU식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낼지 아니면 유럽과 한국은 별도라는 입장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