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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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로봇 ‘나르고60’은 어떻게 입찰 없이 중기부에 들어갔나

신기술을 개발하는 딥테크 스타트업은 시장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부가 신기술의 고객이 돼달라는 요구가 스타트업 업계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공공부문의 AI 전환(AX)을 추진하려면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과 딥테크 스타트업의 협력 사례를 통해 공공 AX가 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스타트업에는 어떤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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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AX 기획④ 중소벤처기업부] 정부가 스타트업의 첫 고객이 되기 위해 거치는 과정

“직원들이 굉장히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만져보는 직원들도 있고요. 하트 스티커를 붙여 준 직원도 있어요.”

올해 여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청사에 들어온 새 식구 ‘나르고60’을 관리하는 직원의 말이다. 나르고60은 로봇 스타트업 트위니의 물류 로봇, 60kg까지 물건을 나를 수 있어 ‘나르고6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기부가 나르고60을 들인 건 올해부터 추진 중인 ‘정부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정부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는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의 공공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 중인 사업으로, 정부·공공기관 실증을 거쳐 혁신제품 지정, 시범구매와 해외실증까지 이어지도록 전주기를 지원한다.

지원 사업은 초기 구매시장이 부족하다는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피지컬 AI 산업은 지난해부터 육성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정작 로봇을 구매해 줄 시장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 신산업기술창업과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완제품 로봇의 수요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첫 구매자가 된다는 취지에서 ‘정부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르고60을 구매한 경위에 대해서는 “중기부가 모범 사례를 보인다는 취지에서 완제품 로봇을 시범 구매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나르고60은 휴게실에 있는 직원들에게 커피를 전달하거나 택배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이 건설 중인 인천 스마트 물류센터에 투입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나르고60은 물류 로봇이라 다양하게 쓸 수 있다”며 “향후 인천에 건설 중인 물류센터에서 물류 로봇을 추가 구매해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부가 조달청 혁신제품을 선택한 이유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나르고60이 중기부 청사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결정적 카드는 ‘조달청 혁신제품’ 지정이었다.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제품은 별도 입찰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어, 통상의 공공조달 입찰 절차를 건너뛸 수 있다.

혁신제품에는 부처가 자체 지정하는 방식과 조달청이 인정하는 방식 두 경로가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제품은 곧바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어 나르고60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자격을 얻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달청에 따르면 개발완성수준(TRL) 7~9단계의 상용화 이전 솔루션이어야 하고, 특허·신기술(NET)·신제품(NEP) 등 기술권리와 제조등록까지 갖춰야 한다. 레퍼런스가 부족한 딥테크 스타트업에는 높은 문턱이다.

이에 중기부는 올해 ′정부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로 패스트트랙을 마련했다. 정부·공공기관 실증에 성공하면 공공성 평가를 면제받는다. 중기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과제만 잘 수행하면 기관이 이제 구매까지 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트위니, 물류 자율주행 로봇으로 공공 조달의 가능성을 보다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트위니는 물류창고용 자율주행 로봇을 상용화해 판매 중인 기업이다.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나르고60을 비롯해 공장에 적합한 나르고F, 물류창고에 특화된 나르고W 등 다양한 자율주행 로봇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재작년 매출은 약 1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약 5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2021년에는 예비유니콘에도 선정됐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는 “물류센터에서 인프라 없이 자율주행할 수 있는 자체 로봇 기술을 지닌 국내 스타트업은 트위니 외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트위니가 처음부터 공공조달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아니다. 복잡한 절차에 진입 장벽을 느끼던 중 조달청 관계자의 추천을 계기로 혁신제품을 신청했다. 천 대표는 “당시 공공기관은 민간보다 어려운 시장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렇지만 조달청 관계자가 회사를 방문했을 때 이 제도를 권해서 혁신제품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르고60은 공공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3년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조달청 관계자는 나르고60의 혁신제품 지정에 대해 “공공성 부문에서는 자율주행 물류로봇으로서 국민 생활 편의를 향상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며 “혁신성 평가에서는 인프라 구축 없이 자율주행하는 기술의 신규성과 탁월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혁신제품으로 지정되면서 공공기관 진출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초기 5개 기관에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 주요 공공기관 10여 곳 이상에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공공기관 레퍼런스가 생기면서 다른 공공기관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중기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천 대표는 “스타트업에 가장 큰 장벽은 첫 번째 고객을 확보해 신뢰성을 증명하는 일”이라며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권위의 정부기관 청사 레퍼런스는 트위니 로봇의 성능과 안정성, 보안성을 완벽히 입증하는 강력한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레퍼런스의 이점은 뚜렷하다. 트위니는 공공기관 공급을 통해 주력 시장인 물류창고 외에도 로봇이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특히 공공기관 레퍼런스 축적은 중국 로봇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천 대표는 “물류창고 같은 넓은 공간이 아닌 상대적으로 좁은 면적의 시장에서는 기술력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우위를 좌우한다”며 “이 시장에 중국 로봇들이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황을 짚었다. 이어 “이런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 외에도 레퍼런스 확보가 주요 경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공공시장 레퍼런스 축적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첫 실증·구매 프로젝트는 천 대표 역시 공감해 온 방향이다. 천 대표는 “이전부터 정부에 제언할 기회가 있으면 꾸준히 실증·구매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며 “공공기관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성장 기회를 얻는 것이 단순한 자금 지원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천 대표는 기업 스스로 시장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기업이 시장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공기관의 구매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성장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계기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트위니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이다. 조달청 혁신장터를 통한 수의계약 활성화를 바탕으로 전국 지자체 청사, 국공립 도서관, 대학병원, 국방 부문까지 공급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국내 공공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B2G·B2B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천 대표는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기업에도 정부의 첫 구매·실증 프로젝트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시장을 잘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 점차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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