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한 장수 게임 IP, 옛 모습으로 돌아온다
“스마트폰 이전, 앱스토어 이전 그 시작에는 제노니아가 있었습니다. 한 시대를 대표했던 액션 RPG 제노니아가 그때 그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 개설된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 페이지에 적힌 설명이다. 제노니아는 피처폰 시절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을 대표하는 지식재산권(IP) 중 하나였다. 회사는 최근 제노니아 첫 번째 작품의 부활을 알리고 스팀 출시를 예고했다. 새로운 제노니아는 원작의 게임성을 유지하면서 이용자 편의성이 현대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이 이처럼 오래된 지식재산권(IP)의 초기 형태를 되살린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원작의 과거를 복원하면서 그래픽과 조작 체계, 이용자 편의성 등을 현재에 맞게 다듬는 방식이다. 일부 작품은 출시 플랫폼 확대도 꾀하고 있다. 익숙한 경험으로 이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IP 수명을 연장하려는 움직임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달 27일 공개한 개발 업데이트 영상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 프로젝트를 암시했다. 영상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개발진은 시즌 1부터 시즌 4까지 다양한 시점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과거 캐릭터 일러스트와 플레이 경험, 사라진 아이템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오는 12일 MSI 결승전에서 공개된다.

넥슨은 핵심 IP ‘던전앤파이터’를 활용한 클래식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회사는 자본시장브리핑(CMB)에서 IP의 황금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던전앤파이터 클래식’을 2027년에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카트라이더 IP도 동명의 신작으로 되돌아온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사용자환경(UI), 사용자경험(UX) 부분은 현대화될 전망이다. 던전앤파이터 클래식의 경우 이용자가 많고, 호평을 받았던 2009년 버전으로 복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트라이더는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행감, 조작감 등 게임 플레이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원작에 가깝게 구현한다.
카트라이더는 홈페이지에서 개발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로비와 클라이언트 환경 개선을 진행 중이다. 오래된 IP인 만큼 UI가 복잡해졌는데, 이를 보기 쉽게 개선하고 있다. 이용자 PC 성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64비트 전환과 다이렉트X 11 적용 작업도 병행 중이다. 넥슨은 원작과 후속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모두 서비스를 종료한 만큼, 기존 이용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작품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이와 같은 게임들은 이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엔씨가 올해 초 선보인 ‘리니지 클래식’은 최대 동시 접속자 수 32만명을 기록했다. 게임은 2000년대 초기 버전을 복원한 작품이다. 출시 이후 20일 만에 누적 매출 400억원을 넘겼다. 90일간 매출은 1924억원에 달한다. 지난 1분기에만 8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의 성적에 힘을 보탰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 중이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클래식’은 해외 시장에서 초기 성과를 거뒀다. 게임은 지난 2013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프랜차이즈 기반이 된 대표 작품이다. 지난달 25일 해외 서비스를 시작한 뒤 하루 만에 태국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무료 게임 순위 1위에 올랐다. 서비스 3일 만에 매출 기준 태국 앱스토어 게임 매출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7위를 기록했다.
넥슨 사용자제작콘텐츠(UGC) 메이플스토리 월드에서 만들어진 ‘메이플랜드’는 초기 메이플스토리의 모습을 구현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공식 디스코드 가입자 수 30만명을 넘어섰다. 넥슨이 2024년 플랫폼 안에서 선보인 ‘바람의나라 클래식’의 경우 출시 열흘 만에 누적 이용자 40만명을 넘어섰다. 초기 그래픽과 플레이 방식을 재현한 점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작품의 강점으로 검증된 IP와 기존 팬덤의 결합을 꼽는다. 기존 인지도와 팬덤을 바탕으로 초기 이용자 확보에 유리하고, 세계관과 스토리, 핵심 게임성을 처음부터 설계해야 하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설명이다. 과거 해당 게임을 즐겼던 이용자들이 경제력을 갖춘 연령대로 성장하면서, 게임 내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실제 앱마켓 원스토어에 따르면 30·40대는 게임 결제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꼽힌다.
다만 원작을 어느 시점까지 복원하고 어떤 부분을 현대적으로 개선할지는 게임사들의 고민거리다. 이용자마다 기억하는 전성기와 선호하는 버전이 다른 데다, 불편했던 조작이나 시스템까지 당시의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편의성을 강화하면 원작과 달라졌다는 반발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당시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하면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결국 클래식 게임의 성패는 과거의 재미를 얼마나 충실하게 되살리면서도 현재 이용 환경에 맞게 다듬느냐에 달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기억하는 게임의 시점이 다르고 과거 불편함까지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며 “결국 최대한 많은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