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권 KISA 디지털분쟁조정지원팀장. (출처=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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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 중고거래 분쟁, 어디서 풀까…KISA가 운영하는 ‘2단계 조정’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거래가 늘면서 이용자 간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 KISA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전자거래 분쟁 가운데 개인 간 거래가 차지한 비중은 62.4%였다. 문제는 개인 간 거래에는 일반적인 소비자보호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배송 중 모니터가 깨지거나 거래 당시 확인하지 못하고 텐트를 구매했는데 곰팡이가 펴 있는 사례처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분쟁을 해결하기가 더욱 어렵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런 개인 간 거래시 분쟁 해결의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2단계 분쟁조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이 먼저 분쟁을 조정하고, 합의하지 못한 사건은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맡는 방식이다.

장석권 KISA 디지털분쟁조정지원팀장은 “중고거래 분쟁은 금액만 보면 5만원이나 10만원에 불과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한 달 동안 상대방과 다투면 일상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한 사람의 일상을 돌려주는 문제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보호 제도 밖에 놓인 개인 간 거래

사업자에게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전자상거래법과 소비자기본법 등에 따라 청약 철회나 피해구제를 요구할 수 있다. 판매자가 상품 정보와 거래 조건을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구조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는 다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개인이어서 원칙적으로 동등한 계약 당사자로 본다. 판매자는 사업자가 아니고 구매자도 법률상 소비자로 보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의 일반적인 소비자 피해구제 절차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적용할 수 있는 주요 규정은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이다. 판매한 물건에 계약 당시 알리지 않은 결함이 있다면 판매자가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실제 분쟁에서는 하자가 언제 발생했는지, 판매자가 알고 있었는지, 구매자가 거래 전에 확인할 수 있었는지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택배로 모니터를 보냈는데 수령한 뒤 화면이 깨져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판매자는 발송 전 정상 작동 사진을 제시하고, 구매자는 개봉 당시 이미 파손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판매자가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어떻게 포장했는지, 구매자가 언제 택배를 열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직거래도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 큰 텐트 같은 경우 거래 현장에서 제품의 상태를 다 확인하기가 어렵다. 만약 집으로 가져간 뒤 곰팡이가 발견되면 책임을 입증하기도 애매하다. 전기자전거도 거래할 때는 작동했지만 20분 뒤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다.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결함을 누구 책임으로 볼지가 쟁점이다.

플랫폼이 먼저 조정, 어려운 사건은 KISA

중고 간 거래 분쟁 해결을 위해 KISA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3월 당근·번개장터·중고나라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플랫폼이 자사에서 발생한 분쟁을 먼저 해결하고, 자체 조정으로 합의하지 못한 사건을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로 넘기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분쟁이 발생하면 이용자가 곧바로 KISA에 상담이나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소액 분쟁까지 공공기관에 집중되면서 처리 시간이 늘고, 복잡한 사건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겼다.

현재는 플랫폼이 1차 자율조정을 맡는다. 거래 대화와 상품 게시물, 결제 기록 등 플랫폼 내부 자료를 확인해 환불액이나 수리비 분담 방안을 제시한다. 반복적으로 분쟁을 일으키거나 악의적으로 조정을 회피한 이용자에게는 계정 이용 제한도 검토할 수 있다. 플랫폼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건은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가 2차로 검토한다. KISA는 위원회 사무국을 운영하며 사건 접수, 상대방 확인, 자료 수집, 조정부 구성 같은 절차를 지원한다.

위원회는 법학 교수와 변호사, 전자거래 분야 전문가 등 49명으로 구성됐다. 기업 간 거래(B2B),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전자거래 분쟁을 다룬다. 조정은 소송과 달리 당사자의 참여와 동의가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조정을 거부하면 강제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다만 양측이 조정안을 받아들이고 조정조서에 동의하면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긴다.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때는 별도의 본안 소송 없이 강제집행을 진행할 수 있다.

KISA가 공개한 2025년 통계에서 전체 전자거래 분쟁 가운데 개인 간 거래가 차지한 비중은 62.4%였다. 개인 간 거래 해결률은 73%에서 63%로 낮아졌다.

장 팀장은 개인 간 거래 해결률이 떨어진 것에 대해 “조정 서비스의 성과가 떨어진 결과로만 볼 수 없다”며 “플랫폼이 비교적 단순한 사건을 먼저 해결하면서, KISA에는 감정 대립이 크거나 책임 관계가 복잡한 사건이 주로 넘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정 성공률 자체를 높이는 것보다 더 많은 국민이 플랫폼 안에서 먼저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위원회는 해결하기 어려운 사건의 기준과 선례를 남기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ISA는 최근 플랫폼 3사로부터 자체 분쟁조정 실적을 받아 집계를 시작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각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처리한 분쟁 건수와 KISA에 이관된 사건의 수치를 공개할 계획이다.

깨진 모니터부터 에어컨 설치비까지, 세부 기준도 마련

플랫폼과 KISA의 판단이 서로 다르면 이용자는 같은 사건에서 두 개의 결론을 받게 된다. 플랫폼은 일부 환불을 권고했지만 위원회는 계약 해제를 결정하는 식이다. KISA는 이런 혼선을 줄이기 위해 과기정통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플랫폼 3사, 법률 전문가와 개인 간 거래 분쟁해결기준을 마련했다.

기준은 모든 품목에 적용하는 일반 기준과 상품별 특성을 반영한 품목별 기준으로 나뉜다. 일반 기준은 판매자가 알려야 할 상품 정보, 구매자가 확인해야 할 사항, 중대한 하자와 경미한 하자의 구분, 직거래와 택배 거래의 책임 등을 담았다. 모두 20개 거래 유형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품목별 기준은 가전제품과 가구, 의류, 문화용품 등 9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 하자의 정도와 구매 뒤 경과한 기간에 따라 환불이나 수리비 분담 비율을 판단한다.

예를 들어 택배로 받은 모니터가 파손됐다면 판매 당시 물건의 상태와 포장 방식, 운송 과정, 구매자의 개봉 시점 등을 확인한다. 어느 한쪽의 책임이 명확하지 않으면 상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판매자가 발송 당시 정상 상태를 충분히 입증했는지 등을 토대로 책임을 정한다.

직거래로 구매한 캠핑 용품에서 곰팡이가 발견된 경우에는 판매자가 하자를 미리 알렸는지, 거래 현장에서 구매자가 합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지, 구매자가 발견 뒤 얼마나 빨리 문제를 제기했는지를 살핀다.

물건 가격보다 운반비나 설치비가 더 큰 사례도 있다. 10만원에 구매한 중고 에어컨이 고장 났지만 설치비로 35만원을 지출했다면 상품값만 돌려줘야 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긴다. KISA는 판매자가 에어컨 거래에 설치비가 발생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설치비 일부까지 조정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리클라이너를 옮기기 위해 사다리차를 불렀는데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품에 필요한 운반비까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상품 가격만으로 피해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다.

7월부터 상대방 정보 확보 근거 강화

개인 간 거래 조정의 또 다른 문제는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실명 대신 별명이나 아이디를 사용한다. 분쟁이 생긴 뒤 플랫폼을 탈퇴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으면 조정 절차를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오는 7월 21일 시행되는 개정 전자상거래법은 개인 간 거래에서 법원이나 분쟁조정기구가 요청할 경우 플랫폼이 개인 판매자의 정보와 거래내역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KISA는 이를 통해 탈퇴한 판매자나 연락을 피하는 당사자의 정보를 확인하기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대방 정보를 확보해도 조정 참여 자체를 강제할 수는 없다. 연락을 받지 않거나 조정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 사기 혐의가 명확하고 형사 처벌을 원하는 이용자에게는 경찰 신고 절차를 안내한다. 환불이나 손해배상처럼 민사적 해결을 원하는 경우에는 위원회가 조정을 진행한다.

플랫폼의 법적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남아 있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은 대체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거래 장소를 제공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판매자와 같은 책임을 곧바로 묻기 어렵다. 다만 플랫폼이 결제수단을 의무화하고 거래 대금을 관리하는 등 거래 과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단순 중개자로만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god8889@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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