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한계 넘는 양자컴퓨터…금융·제조 난제 해결할 ‘하이브리드 시대’ 온다
“양자컴퓨터는 우리가 매일 쓰는 노트북처럼 곁에 두고 쉽게 사용하는 기기가 아닙니다. 전통 방식으론 풀 수 없었던 난제를 푸는 용도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연산의 한계를 뛰어넘는 ‘양자우위(Quantum Advantage)’가 현실화되고 있다. IBM은 양자컴퓨터가 금융과 제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수조원 규모의 비즈니스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 이전인 연구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19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BM APAC 퀀텀 커넥트 2026’ 기자간담회에서 페트라 플로리주네 IBM 퀀텀 글로벌 세일즈 총괄 디렉터는 “엄밀하게 얘기하자면 아직까지 양자컴퓨팅이 프로덕션에 적용된 건 아니며 기술 자체는 아직 리서치 단계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연히 미래에는 프로덕션까지 적용해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IBM에 따르면, 양자컴퓨터는 아직 연구단계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가치는 이미 천문학적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곳은 금융업계다.
플로리주네 총괄 디렉터는 글로벌 금융그룹 HSBC의 사례를 들며 “HSBC 같은 경우는 채권 트레이딩을 최적화하는 데서 실제 비즈니스 밸류를 찾고자 했다”며 “기존 히스토리와 데이터를 가지고 양자컴퓨팅을 이용해 예측 가능성을 봤을 때, 고전 컴퓨팅에 비해 34% 정도 결과가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것을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 업계에서도 슈퍼컴퓨터로 풀지 못했던 난제 해결에 양자컴퓨터를 테스트하고 있다. 플로리주네 총괄 디렉터는 “보잉 같은 경우 항공기가 침식되거나 부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는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이 쓰일 수 있다”고 전했다.
IBM은 현재 IT 업계를 주도하는 인공지능(AI)과의 차별점도 명확히 구분했다. 백한희 IBM 퀀텀 디렉터(박사)는 “AI는 엄청나게 많은 학습을 해야 하고 그 예시가 많을수록 계산이 정확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특정 형식의 구조를 가진 데이터가 있으면 학습이 필요 없이 계산을 정확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데이터셋으로도 계산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나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처럼 데이터가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 양자컴퓨터가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백 박사는 양자컴퓨터의 향후 쓰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코로나19를 예시로 언급했다. 당시 전 세계 고성능컴퓨터(HPC) 센터들이 연합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분자 구조를 분석했었다. 그는 “당시 양자컴퓨터가 쓰인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슈퍼컴퓨터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획기적 기회를 제공했던 것처럼 양자컴퓨터 역시 향후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나 미지의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 등 거대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분자의 구조 자체만으로 연산하는 양자컴퓨터의 강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양자컴퓨터 실증 사례가 이어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컴퓨팅 인프라 환경 구축도 구체화되고 있다. IBM은 미래 컴퓨팅 환경이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양자처리장치(QPU)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본에서는 이미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구축되어 연구진과 일부 기업에 제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 박사는 “앞으로는 워크플로우 디자인이나 컴퓨팅 리서치 매니지먼트의 소프트웨어 통합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전체적으로 컴퓨팅 아키텍처가 개발되어야 CPU, GPU, QPU 세 가지 프로세서를 통합해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원민 기자>wmkim627@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