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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금융 대전환②] 빌려주는 금융에서 키우는 금융으로

돈이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정부가 꺼내든 ‘생산적금융’이라는 화두는 그 선언에 가깝다. 한국 금융은 언젠가부터 부동산 담보 대출과 가계 신용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안전하고, 수익도 났지만, 그 돈이 경제를 성장시켰느냐는 질문 앞에서는 답이 궁색해진다.

정부는 방향을 틀겠다고 했다. 금융이 첨단산업과 벤처, 소상공인 같은 생산적 활동에 흘러들어야 경제가 다시 뛴다는 논리다. 금융사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생산적금융 대전환] 기획을 통해 생산적 금융이 무엇인지, 각 금융사가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본다.[편집자주]

[생산적금융 대전환①] 왜 지금, 금융의 방향을 바꿔야 하나

“(생산적 금융은) 유망한 산업·기업·지역을 선점해 발굴하고, 지원한 실적이 수익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주주로부터 금융사와 경영진의 경쟁력을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금융사가 어디에 투자해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 그 성과로 주주에게 평가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생산적금융 협의체’ 3차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생산적금융 대전환이 이른바 ‘부동산 중심 자금 쏠림’을 완화하고, 첨단·혁신·벤처·지역 투자로 자금을 전환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를 ‘경제 도약 원년’으로 삼고 성장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목표는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완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시경제 적극 관리 ▲잠재성장률 제고 ▲국민균형 성장 ▲성장 기반 강화 등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국가전략산업 육성과 초혁신경제 구현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생산적금융이 핵심 역할을 맡는다.

지원의 핵심 축 국민성장펀드

이 가운데 기업 지원의 핵심 축으로 국민성장펀드가 부상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약 500조원에 달하는 투자 수요에 대응하고, 첨단산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되는 대형 자금 플랫폼이다. 정부와 민간금융사, 일반 국민이 함께 참여해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구체적으로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국민 자금 75조원을 결합하는 구조다. 올해에만 30조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을 결합해 투자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높이고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국민성장펀드는 기존의 대출 중심 금융에서 벗어나 지분투자와 모험자본(고위험 투자) 공급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기술기업, 스타트업, 스케일업(사업 확장) 단계 기업으로 자금이 직접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생산적금융이 지향하는 ‘자금 흐름의 전환’을 구현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지원 대상은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 벤처·혁신기업, 지역 성장 부문 등이다. 산업 파급효과가 큰 ‘메가 프로젝트’ 중심으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며,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미래차·이차전지 등 국가 전략 분야가 핵심이다.

정부는 7대 메가 프로젝트를 1차 투자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반도체(K-엔비디아 육성, AI 반도체 파운드리, 전력반도체 공장), AI(국가 AI 컴퓨팅센터), 에너지 인프라(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 재생에너지), 미래차 및 이차전지(전고체 배터리 소재공장) 등이 포함된다.

이어 금융위는 이날 국민성장펀드 제2차 전략위원회를 열고 ‘2차 메가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바이오·백신 설비 구축 및 연구개발(R&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미래 모빌리티·방산 ▲ 소버린 AI ▲재생에너지 인프라 ▲새만금 첨단벨트 조성 등이다.

생산적금융에 따른 기업 자금조달의 변화는

혁신 기술 분야는 투자 기간이 길고 불확실성이 커 그간 민간 자금 유입이 제한적이었다. 향후 생산적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투자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 일부 메가 프로젝트의 경우 사업 불확실성으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변화는 테크기업을 중심으로 한 자금조달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크기업에 대한 생산적금융의 영향은 모험자본 확대 측면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유니콘(1조원 넘는 비상장 기업) 단계에 이르지 못한 기업이 대부분인 만큼, 초기 단계에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투자 중심 금융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며 기업의 성장 기반이 형성된다.

이후 시리즈 B·C 단계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대출 지원이 이어진다. 은행은 재무제표 중심의 심사를 진행하는 만큼, 실적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경우 기술력을 기반으로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활용한 자금 조달이 이뤄진다.

신용보증기금이나 지역 보증재단의 보증을 바탕으로 은행 대출이 실행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은행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현장 단위에서도 기업 평가 기능이 강화되는 흐름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생산적금융 확대로 기업 지원이 강화되면서, 영업점 차원의 현장 중심 기업 평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실제로 기업 현장 방문이나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생산적금융의 효과를 첨단산업을 넘어 전 산업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전통 제조업의 생산성 제고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가령 제조기업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경우, 금융사가 대출 금리나 한도 등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지방 중소 제조기업까지 확산될 경우 생산적금융의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적금융은 단순한 자금 공급 정책을 넘어 ‘어디에, 어떻게 자금이 흐르는가’를 바꾸는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중심에서 기술과 산업 중심으로의 자금 이동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금융위원회가 14일 ‘국민성장펀드 제2차 전략위원회’를 열고 2차 메가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확정하면서 관련 정책에 일부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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