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넷플릭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넷플릭스가 한국인의 어깨에 힘을 잔뜩 집어 넣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25일, 국내 시청자를 대상으로 로드쇼를 열고 “올해 한국 시장에서 콘텐츠 제작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했죠. 넷플릭스가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에서 콘텐츠 제작에 쓴 돈이 7700억원이라는데요, 올 한 해에만 지난 5년에 필적할 돈을 쓰겠다는 이야기죠.

이뿐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한국 제작진과 만들어 연내 공개하거나 제작 중인 콘텐츠를 14종이나 공개했습니다. 이중에는 영화 3편 외에도 드라마, 시트콤, 예능, 스탠드업 코미디를 포함한 TV 시리즈가 11편이 포함됐습니다.

우선, 독자님들이 가장 궁금해 할 넷플릭스의 신작입니다

<영화 부문>

카터

바이러스가 창궐한 한반도룰 배경으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요원 ‘카터’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정병길 연출, 앞에 있다 제작

모럴센스(가제)

네이버 웹툰 원작,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남자와 우연히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여자의 색다른 로맨스를 그린 영화.

박현진 연출, 씨앗필름 제작

낙원의 밤 (오리지널)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는 4월 9일 공개된다. 엄태구와 전여빈, 차승원 등이 출연.

박훈정 연출, 넷플릭스 오리지널

<TV 시리즈 부문- 전체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

공개: 2021.03.12
출연: 김소현, 정가람, 송강, 고민시, 김시은 外
연출: 김진우

알람이 울려야 사랑인 세상, 좋알람을 울릴 수 없는 여자와 그녀의 마음을 알고 싶은 두 남자의 순도 100% 직진 로맨스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공=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공개: 2021년 상반기
출연: 이제훈, 탕준상 外
연출: 김성호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 그루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후견인이 된 상구가 유품정리업체를 운영하면서 죽은 이들이 남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공= 넷플릭스

D.P.

출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外
연출: 한준희

여느 대한민국의 청년들과 같이 평범하게 군복무를 하던 이등병 준호가 어느 날 갑자기 ‘군무이탈 체포조’가 되어 탈영병들을 쫓게 되며 마주하게 되는 혼란스러운 청춘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공=넷플릭스

마이네임

출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이학주, 장률 外
연출: 김진민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조직의 언더커버가 되어 경찰로 잠입한 지우의 숨 막히는 복수극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냉혹한 진실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출처=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출연: 윤찬영, 박지후, 조이현, 로몬, 유인수 外
연출: 이재규, 김남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출처=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출연: 배두나, 공유, 이준 外
연출: 최항용

전 세계적인 사막화로 인해 물과 식량이 부족해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서 벌어지는 정예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출연: 이정재, 박해수 外
연출: 황동혁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공=넷플릭스

지옥

출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外
연출: 연상호

예고 없이 등장하는 지옥의 사자들을 맞닥뜨리게 된 사람들이 갑작스런 지옥행 선고를 받으며 겪게 되는 초자연적 현상을 그린 이야기

제공=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출연: 전지현, 박병은 外
연출: 김성훈

전 세계에 K-좀비 신드롬을 일으켰던 <킹덤> 시리즈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은 북방 여진족 부락의 후계자 ‘아신’의 이야기와 생사초의 비밀을 그린다. 생사초의 비밀을 찾아 북방으로 향했던 이창 일행이 마주쳤던 의문의 인물 아신의 전사(前史)이며 시즌2의 연장선에 있는 하나의 스페셜 에피소드

제공=넷플릭스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지구망)

출연: 박세완, 신현승, 최영재(GOT7), 민니((여자)아이들), 한현민 外
연출: 권익준, 김정식

서울의 한 대학 국제 기숙사에 살고있는 다국적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청춘을 담은 시트콤

제공=넷플릭스

이수근의 눈치코치

출연: 이수근
연출: 김주형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눈치만 보다 세월 다가는 관객들의 고민을 눈치의 대가 이수근이 상담하며 쏟아내는 사이다 같은 애드립 질주를 담아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

제공=넷플릭스

백스프릿

출연: 백종원
연출: 박희연, 이은경, 곽청아, 이종혁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백종원이 마주 앉아 술 한 잔 기울이며, 술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제공=넷플릭스

 

세상에, 다 열거하고 나니까 넷플릭스의 야심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네요. 꼼꼼하게도 장르를 챙겼고, 가짓수도 엄청 많네요. 참여하는 제작진, 배우들도 쟁쟁합니다. 올 초에도 ‘차인표’와 ‘승리호’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했는데요. 이쯤되면 물량공세 같습니다. 협업도 협업이지만, 아예 ‘오리지널’인 작품의 수가 압도적이네요.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국내 진출할 때만 하더라도 “지상파 콘텐츠가 인기가 높은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어려울 것”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죠. 그러나 넷플릭스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료로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가구의 수가 380만에 이른다고 합니다(세계적으로는 2억 가구고요). 넷플릭스가 그간 “외산 서비스는 한국에선 안 통해”라는 이야기를 꺾어냈네요.

넷플릭스는 효과적으로 콘텐츠 공개를 위해 무려 두 시간 반짜리 ‘로드쇼’를 만들었습니다. 인기 진행자인 박경림 씨가 사회를 보고, 지상파 방송에서나 볼법했던 스타 군단 – 정우성, 이정재, 배두나, 유아인, 김현주 등- 을 대거 등장시켜 “넷플릭스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또 넷플릭스가 ‘창작 파트너’로서 어떠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내고 있는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냈죠.

일종의 제작 발표회인 셈인데, 마치 넷플릭스가 만든 하나의 또 다른 토크쇼 같더라고요.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회사로선 어쩌면 최선의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말을 건 것 아닐까 합니다. 콘텐츠 친화적인 방식으로 마치, 이것이 넷플릭스다 하듯이 화려하게요.

넷플릭스가 이날 꺼낸 메시지를 잘 들여다보면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돈을, 그것도 많이 쓴다
  • 넷플릭스에서만 만들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 한국의 콘텐츠가 한국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먹힌다

 

종합하자면,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글로벌로 먹힐 만한 아이디어에 돈을 쓴다는 내용입니다. 5500억원 투자 발표는 로드쇼 맨 처음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큰 금액의 숫자가 먼저 나오니까 더 귀를 기울이게 되더군요. 글로벌로 ‘K 좀비’라는, 뭔가 조금 쑥스러운 용어를 유행시킨 ‘킹덤’에 넷플릭스의 제작비가 35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넷플릭스가 연내에만 제작에 쓴다는 5500억원이라면, 킹덤 같은 시리즈를 열 편 이상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자금입니다. 국내 투자사들의 간이 작아질법한 금액이네요.

넷플릭스가 바보가 아닌 이상 큰 돈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복합적입니다. 한국이 그만한 매출을 내는 시장이기도 하고, 또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가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로도 먹힌다는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승리호’는 90여개 국가에서 ‘오늘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0’안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물론, ‘기생충’ 같은 한국영화가 국위선양을 했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아이돌인 블랙핑크의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얻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죠.

또 하나 흥미로운 은, 이날 제작이 발표된 콘텐츠 중 상당수가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 ‘모럴센스’를 비롯해서 TV 시리즈 드라마인 ‘좋아하면 울리는’ ‘D.P’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모두 웹툰 IP를 기반으로 하죠. 원작 IP를 많이 확보한 곳에 돈이 몰린다는 것을 넷플릭스가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돈은, 한국의 창작자들이 기존의 한국 방송, 영화 시장에서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종잣돈이 된다고 넷플릭스는 강조합니다. 킹덤이나 인간수업 같은 콘텐츠는 제작 규모나 잔인성, 혹은 사회적 논란 때문에 그동안 지상파에서는 제작도, 상영도 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이죠. 이날 로드쇼에는 킹덤의 김은희 작가나 인간수업을 제작한 윤신애 대표 등이 참여해 넷플릭스가 어떻게 창작의 공간을 만들어냈고, 또 어떤 지원을 했는지를 간증했습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국 창작자들이 스스로 말하게 한 셈입니다.

“킹덤은 넷플릭스가 없었으면 제작이 불가능했다. 2016년, 시그널이 끝나고 넷플릭스를 기획했다. 목이 날아간다든지 하는 잔인한 수위가 공중파에서는 불가능했다. 사극에 좀비까지 들어오니 제작비도 문제였다.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가 흔쾌히 오케이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했다.” – 김은희 작가

“인간수업은 사실 스토리나 아이템적으로만 보자면 곡해의 여지가 굉장히 많은 아이템이다. 제가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넷플릭스랑의 첫번째 미팅이다. 아직도 그 미팅을 잊을 수가 없는데, 저희랑 만났을때 넷플릭스에서 처음 한 질문이 “이거 왜 하세요? 무엇을 얘기하고 싶으세요?”였다. 그 자리에서부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걸 얘기를 많이 했고, 그 대화가 끝까지 시청자들한테 전달이 잘 되도록 같이 노력해줬다.” – 윤신애 대표

 

국내에만 머물던 창작자들에게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로 내보내자”라는 메시지도 지속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킹덤을 만들면서) 한번도 제가 보낸 텍스트에 대해 ‘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 다음엔 어떻게 돼?”를 궁금해 하더라. 오히려 제가 이렇게 너무 한국적인 이야기를 전 세계 사람들이 받아들일 숭 있을까에 대해 물어봤을 때 (넷플릭스 측에서) “우리들은 충분히 흥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왔다. 큰 원동력이 됐다.” – 김은희 작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국영화는 이게 안될거라고 생각했던 거를 깨버리고 싶다.” – 정병길 감독

요약하자면,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제작이나 상영 등 모든 면에서 공중파의 한계를 넘고 있습니다. 그간의 성과도 그렇고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규모 면에서도요. 태풍이 찻잔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음,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행보에 다른 플랫폼은 어떤 대응을 할까요? 올해 콘텐츠 시장은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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