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IPO 열풍, 내년에도 계속될까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 상장한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 C3.ai는 각각 공모가 대비 113%(144달러), 85%(182달러), 129%(96달러) 씩 상승하며 증시 데뷔 첫날부터 소위 ‘대박’을 쳤다. 이들이 기업공개로 조달한 금액은 75억달러(약 8조1975억원)로, 올해 기업공개 시장 규모는 지난 닷컴버블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테크 기업이 줄줄이 기업공개에 나서는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공모가 상향을 이유로 상장일을 연기했던 ‘로블록스’와 ‘어펌’이 내년 초 주식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외에 ‘로빈후드’와 ‘인스타카트’ ‘스트라이프’ ‘스페이스엑스’ 등 꽤 알려진 실리콘밸리 기업도 또 다른 대박을 노리며 상장을 예고했다.

기업공개 열풍을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과 의견은 분분하다. 기업이 달성한 수익 대비 기업공개 시장 규모가 상당하다보니 투자 분석가와 현지 외신사이에서는 “거품이 심하다”라는 의견과 “호황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사상 최대 규모 달성한 2020년 IPO


올해 기업공개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 정보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하며 기업공개로 조달된 자금이 지난 1995년 이후 최대치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도 플로리다 대학 제이 리터 교수의 통계를 인용하며 기업공개로 축적한 자금만 최대 587억달러(약64조13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수익 역시 최대 규모다. 미국정치매체 악시오스는 투자자들이 기업공개로 얻은 수익이 500억달러(약54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년 간 진행된 기업공개 수익으로는 제일 큰 숫자다. 또한 기업공개 시장 전문가로 불리는 제이 리터 교수는 “올 한해 기업공개로 인해 발생한 첫날 수익은 평균 41%에 이른다”라고 발표했다.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 당시 평균 수익은 56%였다.

‘역대급’으로 기록된 올해 기업공개 시장의 성적은 지난해 월가가 테크 기업 전반에 부과했던 신중론과는 상반된 결과였기에 더욱 관심이 모인다. 2019년 우버는 기업공개에서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한 기대주로 불리던 위워크조차 실적이 나빠 상장일을 잠정 연기했다. 지난해 테크 기업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여기에 올 여름까지도 코로나19를 이유로 대다수의 테크 기업이 사업을 축소, 직원을 해고하면서 기업공개에 대한 기대감이 줄었었다. 실제 지난 상반기 브이룸과 에어비앤비는 경기 침체를 예상해 상장일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향후 3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초저금리와 경기부양책에 따른 자금의 유동성이 기업공개 시장에 다시 힘을 준 원인으로 지목된다.

헤리티지캐피털의 폴 샤츠 사장은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에 대해 “제로에 가까운 금리와 유동성의 쓰나미가 갈 곳을 찾지 못한 수백만 달러의 투자 자금으로 하여금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를 향한 매수세로 이어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제이 리터 플로리다 대학교수는 “국부펀드와 뮤추얼펀드가 사전에 기업공개 주식을 사들이는 등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민간 자본의 풍부한 공급이 시장 가치를 상승시켰다”고 밝혔다.

백신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과 바이든으로 굳혀진 미 대선 결과의 명확성도 기업공개 시장에 낙관론을 부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금융회사 바클레이즈의 크리스틴 데클라크 미국시장 공동책임자는 “그동안 유니콘 기업은 시장에 나오는 것보다 사적으로 투자받는 것이 더 나았기에 상장하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라면서 “만일 시장이 그 자리에 있다면, 많은 유니콘 기업은 이제 시장에 나올 준비가 됐다. 그들은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0년 닷컴버블 연상케 하는 IPO 열기, 과연 거품인가


한편 기업공개 열풍을 두고 수익성이 낮은 기업에 과도한 시장 평가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지난주 상장한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은 830억달러(약90조7000억원)로 메리어트와 힐튼, 하얏트 등 호텔업계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또한 도어대시의 시가총액은 560억달러(약61조2000억원)로,  대부분의 식당 체인보다 높게 책정됐다.

올해 3분기까지 발표된 분기별 순이익을 살펴보면 에어비앤비가 총 두 번, 도어대시가 한 번의 순이익을 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제이 리터 교수는 “스노우플레이크와 제이프로그 등 올해 기업공개에 나섰던 기업들 중 80%가 지난 12개월간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00년과 2018년을 제외하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치다.

결국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재정 부양책이 테크 기업의 가치를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으로 몰고 갔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재무분석업체 래피드 레이팅스의 제임스 겔러트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호황이 급격히 반전되면 기업공개 투자자들은 몇 달 안에라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헤리티지캐피탈의 폴 샤츠 사장은 “닷컴버블 이후 주식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극도의 행복감과 탐욕’을 보았다”라며 다소 냉소 섞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어떠한 값을 치르더라도 신규 주식을 사고 싶어하지만, 대규모 기업공개로 인한 주식 가격 반등은 대개 비슷한 규모의 손실을 초래한다”라고 덧붙였다.

콜로니 그룹 수석 시장 전략가인 리치 스타인버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어리석은 시즌이다”라면서 “투자자들은 훌륭한 회사와 거대한 가격, 가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렇게 고조된 기업공개 시장이 지난 2000년 ‘닷컴버블’과 닮아 있다는 주장도 있다.

2000년대 초, 인터넷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당시에도 기업공개 시장으로 자금이 몰렸었다. 회사명에 닷컴(.com)만 붙여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차올랐던 2000년 3월의 나스닥은,  5048로 고점을 찍은 후 2002년 10월 1114로 약 80% 가까이 추락한 바 있다.

이에 복수의 현지 외신을 중심으로 “기업공개 열풍이 제2의 닷컴버블 아니냐”는 비관적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파이내셜 타임즈는 에어비앤비가 10억달러 이상을 조달한 기업들 가운데 상장 첫날 주가 상승률이 역대 네 번째로 높다고 보도했는데, 1위부터 3위까지는 모두 닷컴버블 당시 상장한 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IPO나서는 기업들, 투자자들의 열기도 여전


제기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 시장에 뛰어드는 테크 기업의 수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신규 상장의 홍수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식거래 앱인 로빈후드가 빠르면 내년 초에 상장 준비에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이어 골드만삭스의 제인 던레비 글로벌 인터넷 투자 뱅킹 공동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여전히 50억달러(약5조47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닌 70개 이상의 신생 대기업이 시장 밖에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주 비디오플랫폼 ‘로블록스’와 후불 결제 플랫폼 ‘어펌’이 상장을 연기한다고 보도했다. 로블록스와 어펌은 상장일이 늦어지더라도 공모가를 상향 조정해 자금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는 기업공개로 ‘대박’을 터트렸으나, 공모가를 더 높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바스주키 로블록스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상장 연기는 직원과 주주 그리고 미래 투자자들에게 우리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공개 시장을 향한 투자 열기가 아직 뜨겁다는 분석도 눈에 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주의 호황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라면서 “수요가 여전히 강한 틈을 타, 기업공개 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은 상반기 시장 전반에 걸친 ‘완전하고 극도의 마니아’적 시장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는 폴 샤츠 사장의 말을 인용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호준 인턴 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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