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연쇄 해킹에 주목받는 AI 침투 도구 ‘아르텍스’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침해사고를 두고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침투테스트 도구 ‘아르텍스(ARTEX)’가 실제 공격에 사용됐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보안업계가 공격에 사용된 웹서버에서 아르텍스 관련 문자열을 발견한 데 이어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도 공격자 측 서버에서 아르텍스 설정 파일과 AI 작업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종현 지니언스 시큐리티센터장은 지난 2일 링크드인을 통해 최근 국내 여러 곳을 대상으로 한 공격에 사용된 웹서버 일부의 HTML에서 ‘ARTEX — 自主渗透测试控制台’라는 중국어 문자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르텍스 자율 침투테스트 콘솔’을 뜻한다. 문 센터장은 이를 해당 인프라에서 아르텍스가 운영됐거나 관련 환경이 활용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분석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7일 공개한 분석 결과에서 공격자가 관리하던 서버의 외부에 노출된 폴더를 조사해 아르텍스 설정 파일과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Claude Code)’의 작업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공격자는 홍콩에 있는 서버를 주요 거점으로 사용하고 별도의 서버에서 아르텍스를 운영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이 아르텍스 서버가 국내 금융권 공격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4일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에서 “AI를 활용한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과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개별 금융사 침해 과정에서 아르텍스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아르텍스, 앞선 작업 기억…‘장시간 침투에 특화’
아르텍스는 처음부터 사이버공격을 목적으로 만든 악성코드는 아니다. 개발자는 깃허브에서 아르텍스를 ‘AI 자율 침투테스트 시스템’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바이두의 ‘에이전트+(Agent+) 공격·방어 챌린지’ 우승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현재 소스코드가 깃허브에 공개돼 있어 누구나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다.
이상근 고려대학교 AI보안연구소장(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아르텍스를 “상용 해킹 제품보다는 보안 경진대회에서 나온 하나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경진대회에서 개발된 침투테스트 기술이 오픈소스로 공개되면서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아르텍스의 특징은 여러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장시간 침투테스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SK쉴더스는 지난 6일 공개한 분석 자료에서 아르텍스의 소스코드 버전 0.3.14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플래너(Planner)’는 목표를 세부 작업으로 나누고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여러 ‘워커(Worker)’는 명령어 실행과 웹 요청 등 실제 점검을 수행한다. 워커가 자산과 취약점, 실행 결과를 기록하면 플래너는 이를 바탕으로 다음 작업을 정한다.

특히 아르텍스는 이전 작업 기록을 공유하고 새로운 결과가 나오면 다음 계획을 세우는 구조를 갖췄다. 작업이 길어져도 이미 확인한 내용과 시도한 방법을 다음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외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연결해 이러한 판단과 실행에 활용한다.
이 소장은 장시간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 점을 아르텍스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장시간 해킹에 적합하도록 만든 것이 큰 아이디어”라며 “기존에는 시간이 길어지면 앞에서 했던 일을 잊고 실패했던 작업을 다시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르텍스로 자동화 공격을 재현한 사례도 나왔다. 보안 기업 에버스핀은 아르텍스를 이용해 시험용 웹 애플리케이션의 정보 조회 기능에 자동으로 접근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아르텍스는 웹브라우저를 거치지 않고 정보를 조회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직접 호출했다.
실험에서는 22초 동안 6차례의 작업 주기를 거쳐 점검 목표에 도달했다. 에버스핀은 반복적인 정보 조회를 AI 도구로 자동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험은 실제 은행 시스템이 아닌 시험용 환경에서 진행됐다.
오펜시브 보안 전문기업 엔키화이트햇도 아르텍스가 일반적인 웹 취약점 자동 점검 도구보다 공격 범위가 넓다고 분석했다. 웹 취약점 점검뿐 아니라 시스템 침투와 데이터 유출 등 여러 공격 단계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사람의 개입을 전제로 설계돼 숙련된 해커가 사용할 때 효율이 더 높을 것으로 봤다.
아르텍스는 일부일 뿐, 오픈소스 AI 침투도구 확산 추세
보안업계는 아르텍스 외에도 비슷한 오픈소스 AI 침투 도구가 많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AI를 이용해 취약점을 찾고 침투 과정을 지원하거나 자동화하는 도구는 이미 다수 공개돼 있는 상황이다.
이 소장은 “대학에서 만든 것까지 AI 침투테스트 도구는 굉장히 많이 공개돼 있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며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AI 기반 침투테스트 도구가 20종 이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픈소스 AI 침투테스트 도구 ‘스트릭스(Strix)’도 여러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공격 경로를 탐색하고 취약점을 찾은 뒤 실제 악용 가능성까지 검증하는 기능을 공개하고 있다. 개발자 측은 웹 애플리케이션과 API, 소스코드 등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보안 점검을 수행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특정 AI 도구 하나를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AI 기반의 대규모 공격을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다른 오픈소스 도구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투입해야 하는 작업량이 침투테스트와 공격 범위를 제한했지만 최근에는 프론티어 AI와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이용해 여러 도구를 연결하고 작업 순서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어, 그 수준에 맞는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침투도구 확산, 보안 점검도 빠르게 자동화해야
아르텍스 같은 AI 침투도구가 확산하면서 방어 측의 보안 점검 자동화도 중요해지고 있다. 공격자가 AI로 취약점 탐색과 침투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만큼 보안 담당자도 외부에 노출된 자산과 취약점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픈소스로 공개된 아르텍스는 방어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상근 소장은 “주변 보안 관계자들도 아르텍스를 통해 보안 점검을 하고 있다”며 “공격자가 AI 도구를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격자와 방어자가 같은 조건에서 AI 침투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소장은 “아르텍스 같은 도구가 취약점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실제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격자는 시스템 장애를 크게 고려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업의 보안 담당자는 운영 중인 서비스에 같은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방어 목적으로 활용할 때는 위험한 행동을 제한하는 통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SK쉴더스는 이번 금융권 사고에서 주목해야 할 점으로 ‘섀도우 IT(Shadow IT)’를 꼽았다. 섀도우 IT는 보안 조직의 관리 목록에서 빠졌거나 보안 통제가 충분하지 않은 시스템과 서비스를 뜻한다. 직원 업무지원 시스템과 외부 조회 서비스처럼 관리 우선순위에서 밀린 시스템도 포함된다.
SK쉴더스는 섀도우 IT 같이 내부에서는 모르지만 외부에 노출된 서비스를 빠르게 찾아내 API의 인증과 권한 검증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그인 여부뿐 아니라 정보를 요청한 사용자에게 실제 조회 권한이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에버스핀은 자동화된 요청 자체를 식별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공격자가 IP 주소를 바꿔 반복 조회하면 IP 차단이나 단순 조회 횟수 제한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자동화된 공격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늘려 대량 공격의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기존 취약점 수정과 접근통제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엔키화이트햇은 방어 속도를 높이고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AI와 화이트해커가 역할을 나누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로 외부에 노출된 자산과 취약점을 상시 탐지하고 화이트해커가 실제 악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특히 엔키화이트햇은 금융권에서는 한 서비스에서 확보한 고객번호를 다른 조회 서비스에 대입하는 등 여러 기능을 연결한 공격까지 점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취약점을 찾는 것뿐 아니라 금융 업무의 구조와 서비스 간 연관성을 이해해야 실제 위험을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점검 결과를 보안 통제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엔키화이트햇은 자산 식별 결과를 접근통제 정책에 반영하고 침투테스트에서 확인한 공격 패턴을 탐지 규칙에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 1회 점검에서 벗어나 시스템 변경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취약점까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점검 범위를 고객용 서비스에 한정하지 말고 직원·모집인·협력사가 사용하는 시스템과 내부 확산 경로까지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자산을 기준으로 점검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도 방어 자동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체 자산을 점검하려면 자동화가 필요하다며 한정된 보안 인력만으로는 반복적인 취약점 탐색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공격자가 AI를 이용해 여러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만큼 방어 측도 자산 식별부터 취약점 검증까지 상시 점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god8889@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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