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프레딕트 윤병동 대표, 공장 ‘자동화’ 넘어 ‘자율화’로
세탁기를 만드는 한 제조사는 제품을 출고하기 전에 소리로 품질을 검사한다. 세탁기를 가동하면 양품과 불량품의 소리가 다르고, 불량도 부품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AI가 이 소리를 듣고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가려낸다. 사람이 하던 청음 검사를 AI로 하니, 이 제조사는 AI 전환(AX)을 완성한 것일까?
윤병동 원프레딕트 대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앞서 언급한 사례를 ‘자동화’라고 정의했다. 진정한 공장의 AX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를 이뤄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윤 대표가 말하는 ‘자율화’는 AI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중간중간 끊어진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AI로 잇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품과 불량품을 가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불량이 나오면 위험을 따져 라인을 멈추고 다시 돌린 뒤 보고서를 쓰는 데까지 AI가 판단하고 실행한다는 뜻이다.
원프레딕트는 이런 자율화를 공장 전체로 넓히려는 기업이다. 지난 9월 1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원프레딕트 사무실에서 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대에서 시작한 기업인데, 현재 어느 정도 성장했나요?
2016년 10월에 법인을 설립해 이제 10년이 다 돼 갑니다.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제자들도 있지만, 지금은 외부에서 합류한 인력이 훨씬 많습니다. 현재 직원 수는 96명 정도입니다.
초기에는 에너지·발전 분야에 더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제조 AI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현재 AI 팩토리를 적용한 공장은 누적 250곳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AI 네이티브 팩토리에서 자동화와 자율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자동화는 정해진 명령 체계에 따라 업무 흐름이 고정돼 있어요.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자동화하는 겁니다.

자동화 공정에서 사람은 중간에 판단·추론을 하는 역할로 개입하게 돼요. 기존 자동화 제어 시스템에는 이런 추론 능력이 없거든요.
품질 검사 공정을 예로 들어 볼게요. 먼저 제품을 검사해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판별합니다. 불량품이 나오면 위험을 판단하고, 공정을 멈출지, 언제 멈출지, 사람을 얼마나 투입할지 결정해요. 이때 의사결정의 주체는 사람이거든요. 필요한 조치를 마치면 라인을 다시 가동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면 업무 프로세스가 완료됩니다.
하지만 이 판단에는 숙련자와 비숙련자 사이에 간극이 있습니다. 점심을 먹기 전과 후가 다를 수도 있고요.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검사 결과에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 과정을 자율화하면 비전 카메라가 제품을 촬영하고, AI는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제품이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판단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AI는 숙련자의 전문적인 판단을 학습해 의사결정도 하게 되고요. 숙련자의 판단 능력은 경험을 통해 체화한 지식인 ‘암묵지’에 기반하는데, 이를 형식적인 지식으로 만들어 AI에 학습시킬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추론해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업무 프로세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하는 것이 바로 자율화예요. 품질 검사를 맡는 사람의 역할을 품질 에이전트가 대신하게 되는 겁니다.
AI 에이전트가 판단하려면 근거가 될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사이클론’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I가 작동하려면 현장에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통해 데이터가 계속 들어와야 해요. 또 그 데이터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매번 개입해 전처리하거나 가공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하고요. 이런 데이터 운영을 데이터옵스(DataOps)라고 부릅니다.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사이클론의 역할입니다.
사이클론에는 데이터옵스뿐만 아니라 AI 모델의 운영을 관리하는 엠엘옵스(MLOps) 기능도 있어요. AI 모델이 한 번 만들어지면 영구적으로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잘 작동하다가도 설비를 정비한 후 특성이 달라지면 모델의 성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 이런 변화를 판단해 모델을 재학습시키는 등 수명 주기를 관리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했던 판단과 재학습 과정도 자동화하는 거죠.
원래 pdx에는 사이클론이 포함돼 있어요. 하지만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자체 모델링을 만들고자 하는 고객사는 이 기능만 수요로 했기 때문에 pdx에서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줄 수 있는 기능을 떼어 내서 사이클론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조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하고 계신가요?
모든 설비와 기계에 센서를 달아서 수집하면 좋겠지만 비용 문제가 있습니다. 추가 데이터를 얻기 위해 센서를 설치하는 것도 전부 비용이잖아요. 최소한의 센서로 공장 전반의 설비를 예지보전하고, 품질을 예측하고, 에너지를 최적화하려면 센서를 부착하는 위치가 중요해요. 경험과 물리적인 지식을 함께 활용해야 하는 기술적인 영역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측정할 것인지, 어디에 센서를 부착할 것인지, 주변 설비의 상태까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싶은지에 따라 필요한 노하우가 달라지거든요. 지금 기술은 최소한의 센서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우선 기존 공장에 쌓여 있는 레거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추가로 필요한 센서를 설치해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더 정밀하게 파악하는 거죠. 그런 것이 핵심 기술이에요.
제조 데이터의 병목 현상은 어디에서 발생할까요?
아직 많은 회사가 ‘AI 레디 데이터’라는 개념을 잘 모릅니다. AI 레디 데이터는 인공지능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맥락을 부여한 데이터예요. 이를 위해서는 메타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 데이터에 87.5라는 값만 있으면 이것이 온도인지, 압력인지, 진동인지 구분할 수 없어요. 이 데이터값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데이터를 얻은 시간과 공장, 라인 번호, 측정 항목 등에 대한 설명이요. 이것이 ‘메타데이터’입니다. 여기에 당시 생산된 제품이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나타내는 라벨 등을 연결해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제조 데이터가 어려운 거예요. 수치만으로는 맥락과 구조를 알기 어려워 메타데이터를 연결해 줘야 하니까요.
최근 고객사를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데, 현재 집중하고 계신 사업은 무엇인가요?
산업적으로는 제조, 모빌리티, 방산 분야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래 해 왔던 에너지·발전 분야도 있고요. 고객사 범위는 다양해요.
사업적인 성장을 위해 집중하는 것은 에이전트를 다양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품질 관리, 설비 보전·정비, 에너지·공정 최적화, 안전 등으로 에이전트의 활용 영역을 넓혀 가는 거죠. 우리는 초기부터 예지보전에 강점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에너지 최적화와 안전 등으로 에이전트 활용을 넓힐 계획이에요.
해외 진출 계획은 있으신가요?
제 목표는 앞서 말씀드린 에이전트들을 적시에 여러 기업에 공급해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겁니다. 이를 위해 당분간 국내 시장에 집중하려고 해요. 국내 시장의 여건이 좋거든요. 특히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제조·산업 현장의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잘돼 있고, 숙련공들의 암묵지도 존재해요.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전반적인 환경이 좋습니다.
국내에서 좋은 AI 에이전트로 적용 사례를 쌓으면 그것이 글로벌 표준이 돼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제가 여러 나라의 관계자들과 이야기해 본 경험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디지털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주도했던 스마트공장 사업을 두고 당시에는 실효성 논란도 있었지만, ERP, MES, PLC 같은 시스템과 장치가 도입돼 디지털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토대가 됐어요.
제조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중국이 제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절대적인 공장 수가 많고, 데이터도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AI 기술은 좋지만 제조 분야의 데이터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대한민국 12대 주력 산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자원이 한정돼 있으니까요.
우리는 미국 공급망에 속한 나라잖아요. 미국 공급망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고 봅니다.
현재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현재 전체 매출에서 제품 매출이 약 90%를 차지해요. pdx가 약 80%, 사이클론이 약 10%입니다. pdx 안에 사이클론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이클론의 10%는 별도로 판매한 제품의 매출 비중이에요. 나머지 약 10%는 컨설팅 같은 용역 매출입니다.
향후 로드맵은 무엇인가요?
원프레딕트는 AI 네이티브 팩토리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에이전트의 활용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로드맵입니다. 우선순위에 따라 전략을 세워 추진하려고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 omsoms94@byline.network
함께 보면 좋은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