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클라우드가 AIDC 사업에서 BIM을 강조하는 이유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이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적용되면서, 단순한 3D 설계 도면을 넘어 핵심 운영 도구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 설비 정보와 현장 노하우를 BIM 기반의 디지털 데이터로 남겨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해 효율적인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활용하면서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건물을 완성하면 수많은 설계 도면과 건설 데이터는 버려졌다. 하지만, 설계부터 시공 단계까지 생성된 방대한 정보를 운영 조직으로 끊김 없이 넘겨주는 BIM 기술을 이용하면 설비 운영 데이터를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해 운영 방식을 바꿀 수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 7일 개최한 ‘인공지능(AI) 시대, DC 운영의 기준을 높이다’ 웨비나에서 BIM을 활용한 DC 구축 사례를 공개했다. 발표를 맡은 임태훈 KT클라우드 DC 프로젝트 매니저(PM) 겸 소장은 BIM을 단순 3D 도면이 아닌 고유 특성을 지닌 디지털 건물로 정의했다. 겉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비 규격, 용량, 설치 위치 등 각종 비형상 정보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과거 캐드(CAD) 기술이 도면을 그리는 방식을 디지털화한 것에 불과했다면, BIM은 수많은 도면과 장비의 객체 정보를 하나의 모델을 중심으로 통합해 정보를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설 업계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는 ‘데이터 생애 주기 단절’이다. 시공 과정에서 축적된 정보가 정리되지 않은 채 준공과 함께 사라지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있었다. 임 소장은 “기존에는 준공과 함께 도면과 문서를 인계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방식이 많았다”며 “운영 조직은 그때부터 오랫동안 건물을 관리해야 하기에 길면 몇 년이 지나도 기초 정보가 정리되지 않거나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KT클라우드에 따르면 현재 BIM 도입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체 시스템인 ‘코어넷 엑스’를 통해 인허가 서류 제출 시 BIM 데이터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홍콩은 정부가 발주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 건설 사업에서 BIM을 직접적인 입찰 및 계약 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독일 역시 연방 고속도로 구축 사업에 해당 기술을 표준 업무 절차로 정착시켰다.
한국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건설산업 BIM 기본 및 시행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공 공사 가운데 총공사비 1000억원 이상인 사업을 대상으로 BIM 적용을 시작했다. 이어 2026년에는 500억원 이상, 2028년에는 300억원 이상 규모의 사업까지 단계적으로 의무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BIM을 3D 설계 도구를 넘어 건설 정보를 관리하는 디지털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장 기술 인력의 고령화와 세대교체 지연도 구조적 과제로 꼽힌다. 건설 산업 내 50대 이상 기술인 비중은 2006년 14%에서 2026년 62%까지 높아진 반면, 30대 이하 청년층 유입은 감소하는 추세다. AIDC는 일반 건물보다 서버 랙 밀도가 높고 전기·기계 설비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령 숙련공이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디지털로 기록해 젊은 기술자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대 간 경험과 숙련도 차이를 줄여야 한다.
나아가 임 소장은 “건설 현장 자체를 첨단화된 산업으로 바꿔 젊은 인력이 들어오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결국 BIM은 세대 간 경험을 연결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T클라우드는 공사 시작 단계부터 BIM을 적용해 공간을 점검하고 의사결정을 앞당길수록 효과가 크고 수정 비용은 적게 든다는 ‘맥리미 커브’ 원리에 따라 프로젝트 초기부터 투자에 집중하는 선제적 설계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2D 도면 체계에서는 시공이 한창 진행된 뒤에 설비 간 간섭 문제를 발견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때 설계를 변경하면 이미 발주하거나 설치를 끝낸 자재를 전부 교체해야 해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반면 BIM을 활용하면 설계 초기 단계에서 건축물 구조와 배관·기계 설비를 3D로 통합 검토해,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착공 이전에 미리 수정할 수 있다.
임 소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실제 건물을 입체로 옮겨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장비 하나를 선택하면 용량과 설치 위치 등 세부 정보를 모두 가진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건물”이라며 “결국 BIM의 가치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뒤늦게 수습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공간과 시공성을 미리 검토해 오류를 줄여 전체 공사의 품질과 비용을 함께 관리하는 데 있다”고 짚었다.
실제 DC 시공 현장에서도 작업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종이 도면을 펼쳐 줄자로 치수를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증강현실(AR) 기기와 라이다 기반 전문 스캐너로 공간을 3D로 기록한다. 라이다는 레이저 빛을 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물리적 현장의 공간과 사물을 3D 데이터로 정밀하게 스캔하는 기술이다.
현장을 스캔해 생성된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를 기존 BIM 설계 모델과 겹쳐 확인하면, 실제 시공 상태와 설치 위치의 오차를 밀리미터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시간 개념을 더한 4D BIM을 결합해 비어 있는 공간에도 앞으로 설치될 배관이나 덕트를 AR 기기로 실제 공간 위에 미리 띄워보고, 현재 작업이 후속 공정에 미칠 영향을 현장에서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임 소장은 현장에서 부서 간 소통 과정에 낭비하던 시간 역시 확연히 줄었다며 “장비의 중량이나 설치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다시 찾아봐야 했던 과거와 달리, BIM에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두면 현장에서 태블릿으로 필요한 정보를 바로 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 완공 이후 시공 데이터는 운영 단계의 ‘디지털 트윈’ 모델로 이관돼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단순히 장비 위치와 겉모양만 보여주던 공간 형상 모델 위에 자산 기본 정보와 설비 간 연결 관계, 온도·전력을 포함한 실시간 운영 데이터가 차례대로 층을 이루며 구축되는 구조다.
운영자가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현장 장비의 큐알(QR) 코드를 인식하면 해당 설비의 제조사와 보증 기간, 세부 수리 매뉴얼, 과거 점검 이력 등을 화면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특정 냉각 장치에 경고 알람이 울려도 개별 기기 하나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연결된 펌프나 밸브 상태를 종합적으로 추적해 근본 원인을 빠르게 짚어낼 수 있다.
임 소장은 “정보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시간을 줄이고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디지털 트윈 운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임 소장은 데이터 연계의 목표는 AI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며, “아무리 뛰어난 AI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기초가 되는 현장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단절되어 있다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그는 “AX도 프로그램 하나 도입한다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만들고 설계부터 운영까지 연결해 축적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실제 현장에서 체감한 가장 큰 변화로 ‘현장을 바라보는 단일 기준’이 마련된 점을 꼽으며, “기존에는 같은 도면을 보더라도 공정과 작업자마다 해석이 달라 협의가 지연되거나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빈번했지만 BIM 도입 이후 작업자 모두가 현장을 바라보는 기준이 하나로 통일됐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원민 기자>wmkim627@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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