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아닌 자율화”…원프레딕트가 그리는 AI 네이티브 팩토리
“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기술 혁명일까요, 아니면 네이밍 인플레이션일까요?”
성민석 원프레딕트 부사장(COO)은 31일 열린 웨비나 ‘AI 네이티브 팩토리-피지컬 AI, 판단을 넘어 실행으로’에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진 뒤 “피지컬 AI라는 이름에는 인플레이션이 분명히 있지만, 그 이름 아래서 일어나는 기술들의 수렴까지 인플레이션인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먼저 성 부사장은 피지컬 AI로 분류되고 있는 요즘의 기술 자체는 신기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존 제조 현장에도 피지컬 AI를 구성하는 기술은 존재했다. 센서는 설비 상태를 감지했고, 예지보전 AI는 고장을 예측했으며, 로봇은 미리 입력된 동작을 수행했다. 다만 이들 기술은 각자의 설비와 시스템 안에서 따로 작동해 같은 상황을 이해하거나 하나의 목표에 따라 협력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파운데이션 모델과 멀티모달 AI가 언어·이미지·영상·센서 정보를 함께 이해하고, 학습한 지식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은 이 같은 인지 능력을 행동 계획과 제어로 연결한다. AI 에이전트는 생산 계획과 작업 지시, 품질 기준, 설비 상태, 정비 이력을 모아 여러 시스템을 호출하고 실제 업무를 계획·실행한다.
성 부사장은 “핵심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따로 발전해 온 기술들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AI가 가져온 제조 공정의 변화
AI는 제조 현장의 파편화된 자동화 시스템들을 융합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 정해진 조건에서 정해진 행동만 수행하던 고정형 자동화(Rigid Automation)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적응형 자동화(Adaptive Automation)로 이동한 것이다.
현재 피지컬 AI의 작업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이해·판단·행동·학습’ 각 요소는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개별 기술로 존재했으나 서로 융합하지 못하고 각각의 기계에서 작동했다. 피지컬 AI는 협력적이지 못한 기계를 통합하는 체계인 것이다.
과거의 자동화는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그 문제를 정확하게 푸는 방식이었다. 비전 시스템은 미리 정해놓은 불량을 찾고, 로봇은 미리 프로그램된 작업을 수행하며, 예지보전 AI는 특정 설비의 이상 패턴을 예측하는 식이다.
이럴 경우, 정해진 문제에서는 높은 성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제품이나 공정이 바뀌면 규칙을 다시 만들거나 모델을 다시 학습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 파운데이션 모델과 멀티모달 AI는 언어, 이미지, 영상, 센서 정보를 이해하고, 학습한 지식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목표에 따라 움직이는 적응형 시스템이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장 전체로 확대되는 피지컬 AI의 범위
피지컬 AI는 로봇 1대의 지능에서 공장 전체의 지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여러 설비, AI, 운영 시스템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는 순환 구조로 연결된다면 이는 하나의 피지컬 AI 공간이 된다.
성 부사장은 “피지컬 AI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휴머노이드를 떠올리지만 이는 피지컬 AI의 가능성을 너무 좁게 보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몸의 모양이 아니라 AI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원프레딕트는 피지컬AI의 범위에 공장의 수많은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무인 이동로봇(AMR), 드론 같은 하드웨어 기기나 CNC·압축기·터빈 같은 설비도 피지컬 AI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또한, 밸브의 열린 정도를 바꾸거나 펌프 속도를 조절하고, 온도나 압력 설정 값을 변경하는 것 등 현실 세계에 물리적 영향력을 주는 행동 역시 피지컬 AI의 일부가 될 수 있다.

AI 네이티브 운영체제(OS), 스스로 운영되는 공장 자율화의 필수 요건
성 부사장은 미래에는 이들이 하나의 거대한 AI에 의해 통제되지 않고, 서로 다른 시간축과 역할을 가진 여러 AI와 제어 시스템이 협력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빠른 모터 제어는 기존 컨트롤러가 담당하고, 공정 최적화는 AI가 수행하며, 생산, 정비, 품질 같은 상위 판단은 여러 에이전트가 조율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핵심 설비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유지보수 AI는 12시간 이내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생산 AI는 납기를 맞추려면 6시간을 더 가동해야 한다고 보고하고, 품질 AI는 불량 위험을 경고할 수 있다. 각 판단은 개별 목표에서는 타당하지만 서로 충돌한다.
이에 따라 공장이 스스로 최적화하고 판단하는 ‘팩토리 인텔리전스’는 지능형 자율 제조 공장의 필수 요건이 될 전망이다. 팩토리 인텔리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요소는 ‘AI 네이티브 OS’다. AI 네이티브 OS는 복수의 AI 에이전트에게 우선순위를 조정해 하나의 목표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AI 네이티브 팩토리 OS의 역할은 크게 ▲공장 상태의 맥락화 ▲목표와 제약을 관리하는 것 ▲공장 전체의 목표 조율이다.
공장 상태의 맥락화는 제어기(PLC), 분산 제어 시스템(DCS), 제조 실행 시스템(MES), 품질 결과, 정비 이력, 로봇과 AMR의 작업 상태 등 모든 기계·설비 데이터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AI가 제품 생산 현황과 이상 증상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목표와 제약 관리는 비용에 따른 최대 생산량, 납기일, 품질, 설비 건전성, 안전성, 에너지 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일이다. 이 맥락을 인지시키기 위해 AI 네이티브 팩토리 OS에는 공정의 우선순위, 공정의 자동 실행 절차 과정, 승인 정책과 권한도 함께 입력돼야 한다.
미래의 공장, ‘자동화’보다는 ‘자율화’가 핵심
성 부사장은 미래 공장의 청사진으로 사람이 없는 무인 공장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목표와 원칙을 설계하는 공장’을 제시했다. 자동화는 사람이 미리 정의한 조건과 규칙에 따라 행동을 대신 수행하는 과정이라면, 자율화는 상황을 해석하고 목표와 제약을 고려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이다.
자율화는 자동화를 없애는 과정이 아니다. 자율화된 제조 공장에서도 기존의 모터 컨트롤이나 비상 중지, 안전 제어 장치는 기존의 확정적 제어로 이뤄진다. 다만, 장시간 동안 복잡한 판단은 AI가 담당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하위 제어는 안전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상위 AI는 여러 가지 목표를 조정하는 식이다.
또한, 성 부사장은 공장 자율화는 모든 권한을 AI에게 부여하는 체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성 부사장은 “자율화 공장이 되면 전면 무인화가 추진되기보다 사람이 관리자 위치로 한 단계 올라가는 것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자율화 성숙도에 따른 사람의 개입 방식은 크게 휴먼인더루프·휴먼온더루프·휴먼어보브더루프 세 단계로 구분된다. 각 단계는 AI에 어느 수준까지 판단과 실행 권한을 맡길지를 결정하는 설계 원칙이다.

원프레딕트, 피지컬AI 기반 플랫폼 제시
마지막으로 원프레딕트는 완전 공장 자율화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현재 공장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산업 AI 레디 데이터 플랫폼 ‘사이클론’과 AI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PDX’는 파편화된 공장 데이터를 연결해 AI가 반복해서 이용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을 만든다.
사이클론은 서로 다른 운영기술(OT)·정보기술(IT) 산업 데이터를 수집·통합하는 제조 데이터 및 MLOps(머신러닝 운영) 플랫폼이다. PDX는 사이클론을 기반으로 유지보수와 품질 문제를 AI로 해결하고, 해당 AI를 실제 업무에서 운영하도록 지원한다.
원프레딕트는 제조 기업이 지금부터 공장 데이터를 연결하고 유지보수·품질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과정을 쌓아야 향후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자율공장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부사장은 “미래의 AI와 로봇은 그때 가서 살 수 있지만, 그들에게 무엇을 보고 무엇을 판단하고 어디까지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공장은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 합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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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