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스다인, K-드론이 ‘유럽 시장’으로 간 이유는?
유럽에서는 드론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오래된 대저택이나 넓은 사유지를 관리하는 데도 드론이 쓰인다. 광활한 부지와 건축물을 순찰·관리하거나 부동산 판매용 사진을 촬영한다. 심지어 지붕 청소처럼 사람이 하기에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드론도 있다.
국내에서는 드론이 방산이나 치안 같은 일부 분야에서 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처럼 유럽에서는 일상생활과 산업 영역전반에서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K-드론 기업 아르고스다인이 이 시장에 진출한 배경이다.
아르고스다인은 무인 드론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자체 자율비행 체계와 드론 충전·보관용 ‘스테이션’을 결합해, 현장에 조종사나 관제 인력을 두지 않고도 드론을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다. 드론이 임무를 마치면 스스로 스테이션으로 복귀해 충전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드론 운용과 달리 사람이 현장에 매번 나가지 않아도 된다.
자율비행·무인 운영 분야는 규제 장벽이 높다. 특히 유럽은 기존 기업들도 규제 문턱이 높아 어려움을 겪는 곳인데, 국내 스타트업인 아르스다인이 유럽 법인 설립을 마치고 현지 생산·판매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승호 아르고스다인 대표는 “규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그 규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진입장벽이 생긴다”며 “처음에는 미국과 유럽을 동시에 공략했지만, 최근 미국의 정책 기조가 변하면서 유럽 시장을 먼저 공략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5일 경기도 시흥에 있는 아르고스다인 본사에서 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드론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요?
아르고스다인은 2018년에 설립됐습니다. 당시 아마존이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드론 사업이 주목받았습니다. 아마존이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고객이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착륙하는 기술이었어요. 예를 들어 마당에 배송 물품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수영장에 빠지는 일도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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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착륙 기술이 스타트업에서 개발할 만한 영역이라고 생각해 드론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이전에 IT 기업 휴맥스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휴맥스 출신 개발자들과 팀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의 드론 배송 소식과 착륙 알고리즘 아이디어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제가 드론 업계에 종사해 봤다면 창업하지 못했을 겁니다.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중요한 것은 ‘용기’라는 말이 있는데, 당시에도 이미 중국에 강력한 드론 기업이 있었거든요.
아르고스다인의 드론 제품군 ‘아퀼라’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현재 드론은 ‘아퀼라’와 ‘아퀼라 플러스’ 두 가지 모델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퀼라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다양한 센서 정보를 통합하는 미션 컴퓨터가 내장돼 통신과 영상 데이터 처리가 원활합니다. 아퀼라 플러스에는 온디바이스 AI가 탑재돼 외부 클라우드나 서버의 도움 없이 현장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아르고스다인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요?
아르고스다인의 핵심 기술은 ‘무인 운영 플랫폼’입니다. 드론 무인 운영 플랫폼을 구현하려면 자율비행 기술과 스테이션 통합 운영 기술을 모두 확보해야 합니다.
고정형 스테이션 ‘쿠나2(CUNA2)’와 이동형 스테이션 ‘포터스-M+(PORTUS-M+)’는 로봇청소기의 충전 시스템과 유사한 드론용 충전소라고 보면 됩니다. 로봇청소기가 활동을 마치고 충전기로 돌아오듯 드론도 스테이션으로 복귀해 충전하고, 촬영한 영상을 전송하는 플랫폼이 필요하거든요.
특히 스테이션 운영 기술 가운데 아르고스다인이 내세우는 강점은 드론 정밀 착륙 기술입니다. ‘프리시전 랜딩(Precision Landing)’이라고도 하는데, 아르고스다인은 이와 관련한 알고리즘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드론이 촬영한 착륙 지점 이미지의 픽셀을 절대좌표로 변환합니다. 이후 드론이 특정 착륙 지점의 픽셀을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GPS에만 의존하는 기존 방식보다 착륙 오차를 픽셀 단위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드론이 항상 고정된 위치에 착륙한다면 고정좌표를 기억해 복귀시키면 됩니다. 하지만 아르고스다인의 스테이션은 고정된 장소에만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션이 차량이나 선박에 탑재돼 이동할 수도 있고, 산불 감시를 위해 산 건너편의 다른 스테이션이나 안전한 장소에 착륙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착륙 지점이 계속 바뀌는 환경에서는 아르고스다인의 정밀 착륙 기술이 유용한 해법으로 작용합니다.
드론을 자체 제작하고 있나요?
드론은 자체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드론의 국산 부품 비율은 약 70%입니다. 최근 국내 방산과 우방국 공급망에서는 중국산 부품의 비중을 낮추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아직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품도 있습니다. 드론 카메라와 모터, 카본 프레임, 랜딩스키드, 일부 센서 등이 그렇습니다. 저희는 카메라로 소니 제품 등을 사용하고, 국산화되지 않은 일부 부품에는 비적성국이나 우방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주로 어떤 분야에서 아르고스다인의 드론이 쓰이고 있나요?
사실 국내 드론 시장은 굉장히 작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주로 방산·치안 분야에 판매하고, 산업용 드론은 해외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군과 경찰·소방을 제외하면 드론 수요가 많지 않아요. 드론을 쓰더라도 값싼 중국산 제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요.
경찰·소방 분야에서는 공공기관이 원하는 특수 기능을 추가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국산 드론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DFR(Drone as First Responder)’이라고 해서 사고나 범죄 현장에 드론을 먼저 보내는 시스템이 활성화돼 있어요. 드론이 현장 데이터를 보내면 경찰이 진압 작전이나 범죄 대응 계획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거든요.
소방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재 현장에 드론이 먼저 도착해 데이터를 보내면 소방대원들은 어느 방향의 불길이 거센지, 연기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등을 미리 확인하고 진압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이 밖에 국내 B2B 시장으로는 시설 점검 분야가 있습니다. 건설 현장도 좋은 시장입니다. 건설 현장은 공간이 제한돼 있고 중대재해 예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드론을 활용하기에 적합합니다.
국내에는 드론 관련 규제가 많아 사업하기 어려웠을 텐데, 매출을 내기까지 어떤 전략이 있었나요?
저희는 지난해 손익분기점(BEP)을 넘어 현재는 영업이익을 내는 몇 안 되는 국내 드론 회사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아퀼라와 쿠나 같은 제품군은 기본 플랫폼을 공용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파생 모델을 만드는 구조입니다. 기술적으로 이런 공용화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파생 모델을 쉽게 만들 수 있어야 원가를 절감하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드론 회사들은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매번 새로운 드론을 개발합니다. 이 경우 개발과 부품 조달, 생산 등 일련의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드론을 직접 운용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판매 구조도 일반적입니다. 이는 사업을 확장할수록 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아르고스다인은 완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직원을 파견하지 않습니다. 해외에 제품을 판매하면 현지 사업자들이 직접 제품을 운용합니다.
해외에서는 드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분명히 같은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수출하고 있지만, 활용처는 국내와 다릅니다. 유럽에서는 드론이 눈 쌓인 지붕을 청소하거나 부동산 매물을 촬영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국경 감시나 측량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르고스다인의 드론은 주로 정찰과 측량 용도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르고스다인이 다음으로 공략하는 분야는 시설 점검 시장입니다. 항만이나 철도 같은 대규모 시설을 점검하려면 드론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지상에서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크레인이나 철도 시설도 드론의 시야로 확인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공간이 넓기 때문에 사람을 투입하는 것보다 드론으로 점검하는 것이 훨씬 편리합니다.
유럽 시장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알고 있는데, 규제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나요?
처음에는 아르고스다인도 미국과 유럽 시장을 모두 공략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정책이 바뀌면서 미국에서 제조·생산하지 않은 드론으로는 사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습니다. 반면 유럽은 아직 해외에서 수입한 드론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은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과 같은 규제 기관이 있어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오히려 더 좋은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아르고스다인은 2024년 C2, 2025년 C3 인증을 받으면서 유럽 판매망을 빠르게 확보했습니다. C클래스 인증은 유럽 드론 시장에서 제품의 신뢰성을 높여 주거든요.
인증을 받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비행 안전성과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소음뿐만 아니라 회사의 생산 체계와 제품 관리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합니다.
현재 아르고스다인은 유럽 약 8개국에 진출했습니다. 주로 독일·덴마크·루마니아·리투아니아·체코 등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인도와 베트남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올해는 유럽 법인을 설립했고, 현지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현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유럽과 같은 인증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해외 실증에서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다시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 큰 시장인 만큼 충분히 준비한 뒤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매출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지난해 매출 비중은 국내 70%, 해외 30%였습니다. 올해는 반대로 국내 30%, 해외 70%가 될 것 같아요. 누적 수출액은 이미 300만달러(약 41억원)를 넘었습니다. 특히 올해 수출이 많이 늘었습니다.
올해 수출 목표는 500만달러(약 68억원)입니다. 내년에는 1000만달러(약 137억원)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입니다.
투자는 현재 누적 투자액이 100억 정도로 시리즈 B에 있습니다. 2028년에는 상장할 계획입니다.
아르고스다인의 향후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요?
자율주행처럼 자율비행에도 레벨5 단계가 있습니다. 완전한 레벨5 자율비행이 구현되면 운영자 없이 AI가 판단을 내려 비행합니다. 아르고스다인의 목표는 운영자 없이 드론이 스스로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비행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