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AI 네이티브 보안 기업’ 선언…3년간 1000억 투자
국내 대표 사이버보안 기업 안랩이 ‘AI 네이티브’ 보안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나선다. 기존 제품과 서비스, 통합 보안 체계를 ‘안랩 AI 플러스(AhnLab AI PLUS)’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이를 구현한 AI 네이티브 보안 운영 플랫폼, ‘안랩 AI 플러스 섹옵스(SecOps)’을 오는 12월부터 본격 출시한다.
안랩은 이를 토대로 203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향후 3년간 AI 분야에 1000억원을 투자해 AI 인프라와 연구개발 역량도 강화한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16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안랩 AI 비전 선포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AI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계하려 한다”며 “제품과 서비스, 보안 운영을 모두 AI 중심으로 재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랩이 말하는 AI 네이티브는 기존 보안 제품에 단순히 인공지능(AI)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다. 지금까지 AI를 위협 탐지와 분석, 자동화를 돕는 기능으로 활용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보안 데이터를 보고 공격 맥락을 판단한 뒤 필요한 대응까지 이어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율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최근 AI를 활용한 공격이 확산된 점도 안랩의 AI 네이티브 전환의 배경 중 하나다. 안랩은 프론티어 AI의 사이버보안 역량이 취약점 탐색부터 공격 코드 생성과 검증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봤다. 공격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기보다 사람이 수행하던 각 단계를 AI가 자동화하면서 공격 속도와 규모가 커지는 변화에 주목했다. 반면 방어 과정에서는 여러 보안 제품에서 발생한 신호를 사람이 연결해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여전히 병목으로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김창희 안랩 제품기획본부장은 “공격은 AI의 속도로 연결되고 있는데 방어는 제품과 담당자 사이에서 사람의 속도로 연결되고 있다”며 “대규모 신호를 얼마나 빠르게 맥락으로 연결해 판단하고 대응으로 전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이터부터 판단·대응까지 잇는 ‘안랩 AI 플러스’
안랩의 AI 네이티브 전환의 중심에는 ‘안랩 AI 플러스(AhnLab AI PLUS)’가 있다. 안랩 AI 플러스는 AI를 중심으로 보안 데이터와 판단, 실제 운영을 연결하기 위한 안랩의 브랜드이자 플랫폼이다.

안랩 AI 플러스는 크게 5개 계층으로 구성된다. 가장 아래에는 ‘보안 데이터 패브릭(Security Data Fabric)’이 있다. 안랩 제품에서 발생하는 보안 데이터뿐 아니라 타사 제품의 데이터도 모아 같은 형식으로 정리하고 연결한다. 엔드포인트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이메일, 계정처럼 각각 흩어진 정보를 자산과 사용자, 행위 단위로 연결해 AI가 전체 공격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다.
일시 : 2026년 9월 30일 (수) 14:00 ~ 15:00
장소 : 온라인 웨비나
◈ 금융 테크 컨퍼런스 2026 – AI × Security × Finance
일시 : 9월 22일 (화) 09:00 ~ 17:30
장소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 24 FKI타워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
그 위의 ‘통합 보안(Unified Security)’은 엔드포인트 보호 플랫폼(EPP),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 차세대 방화벽(NGFW), 클라우드 보안 등 서로 다른 보안 기술을 하나의 보호 체계로 묶는다. 한 제품에서 발견한 위험을 다른 보안 영역의 데이터와 함께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위협 노출 관리(Exposure Management)’와 ‘접근 관리(Access Management)’는 공격이 발생하기 전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외부에 노출된 자산과 취약점, 공격 경로를 찾아 줄이고 사용자와 기기, 애플리케이션의 접근을 검증한다.
실제 보안 업무가 이뤄지는 곳은 ‘AI 네이티브 운영(AI-Native Operations)’이다. 위협 탐지와 분석, 대응, 보고처럼 제품별로 나눠져 있던 보안 업무를 하나로 연결한다.
최상단에는 ‘AI 의사결정 지능(AI Decision Intelligence)’이 있다. 안랩의 보안 데이터와 지식, AI 모델을 바탕으로 위험의 맥락과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필요한 대응 방법을 정한다. 안랩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인 ‘안랩 LLM(AhnLab LLM)’과 지식 데이터베이스, 가드레일, 데이터레이크 등이 이 계층을 구성하고 있다.
안랩 LLM은 범용 LLM을 안랩이 축적한 보안 데이터와 지식으로 파인튜닝해 보안 분야에 최적화한 모델이다. 단순히 보안 경보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안 맥락에 맞춰 공격 흐름과 위험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데 활용한다. 안랩은 위협 인텔리전스와 침해사고 대응, 악성코드 분석, 보안관제 등에서 축적한 정보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고 있다. 이승경 안랩 인공지능개발실장은 이를 “AI가 보안 전문가들의 지식과 업무 방식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안랩이 AI 경쟁력에서 강조하는 부분도 AI 모델 자체보다는, 안랩이 그동안 축적한 보안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지식이다. 엔드포인트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여러 제품에서 실제 발생하는 보안 신호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다시 차단과 격리 같은 대응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사이버보안 AI에서는 어떤 모델을 쓰느냐보다 AI가 무엇을 볼 수 있고 어떤 보안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는지, 그 판단을 고객 환경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실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강조한 안랩의 강점은 다양한 보안 제품에서 실제 고객 환경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대응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엔드포인트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30여종의 제품군을 운영하며 여러 영역의 보안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그는 “안랩은 2.5페타바이트(PB) 이상의 보안 데이터와 13개의 보안 특화 AI 모델, AI 에이전트가 활용할 수 있는 60개의 보안·업무 도구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랩은 이를 기반으로 월 1억9000만건 이상의 보안 객체와 500억개 이상의 토큰을 처리하고 있다. AI 보안관제센터(AI SOC) 일부 업무에서는 평균 이벤트 처리 시간을 기존 5분에서 2분으로 약 60%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안랩은 이처럼 제품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보안 특화 모델, 대응 도구를 ‘안랩 AI 플러스’에서 하나의 분석·판단·대응 흐름으로 연결해 AI 네이티브 보안 운영의 기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AI 네이티브 보안 운영 플랫폼, 12월 출시
안랩 AI 플러스의 체계를 고객이 실제 보안 운영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 제품이 ‘안랩 AI 플러스 섹옵스’다. 안랩은 이를 ‘AI 네이티브 보안 운영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기존에는 사람이 미리 정해놓은 시나리오와 규칙을 중심으로 보안 이벤트를 분석했다. 하지만 안랩 AI 플러스 섹옵스에서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분석가의 업무를 나눠 수행한다. AI가 이상 신호를 탐지하면 ‘오케스트레이터 에이전트’가 필요한 업무를 판단해 각 에이전트에 작업을 나눈다. 분석 에이전트는 위협을 분류하고 영향도를 분석한다. 인사이트 에이전트는 여러 신호의 연관성을 찾아 공격 맥락을 파악한다. 조사 에이전트는 공격 가설을 세운 뒤 필요한 데이터를 추가로 찾는다. 대응 에이전트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응 계획을 세운다. 각 에이전트가 역할을 맡아 업무를 수행한다.
단, 에이전트가 모든 조치를 임의로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안랩이 내세우는 원칙은 ‘통제된 자율성(Controlled Autonomy)’이다. AI 에이전트가 수행한 판단과 행동을 기록하고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자원의 권한을 제한한다. 위험한 행동은 가드레일로 막는다. 계정 차단이나 네트워크 차단처럼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조치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승인한다.

강 대표는 “중요하지 않은 반복 업무는 AI가 의사결정을 진행하지만 계정을 차단하거나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은 사람이 최종적으로 한다”며 “사람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통제된 자율성이 안랩이 추구하는 개발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안랩 AI 플러스 섹옵스는 오는 12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안랩은 2023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확장 탐지·대응(XDR) 플랫폼을 출시한 뒤 2025년 AI 보안 어시스턴트, 올해 8월 위협 노출 관리 기능을 차례로 추가했다. 이어 이번 12월에는 AI가 탐지부터 조사와 판단, 대응 계획까지 엔드투엔드로 수행하는 단계로 확장했다.
서비스는 SaaS와 자체 구축형인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함께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공공과 금융을 중심으로 자체 구축 환경이 여전히 많은 만큼 두 방식을 병행하고, 해외에서는 SaaS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AI에 3년간 1000억원 투자, 1조원 성장 동력으로
안랩은 체질 전환을 위해 AI 네이티브 전환에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AI 컴퓨팅과 데이터, 플랫폼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AI 기술과 전문 인력,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1000억원은 회사 전체 연구개발 투자액이 아니라 AI 분야만 따로 떼어낸 규모다. 강 대표는 “안랩이 매년 매출의 3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전체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AI 투자액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개발 투자와 일부 겹치는 부분은 있지만 AI 인프라와 인력에 앞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안랩은 AI 네이티브와 플랫폼, SaaS, 글로벌을 향후 성장을 위한 네 가지 축으로 잡았다. 개별 제품 판매에 머물지 않고 여러 보안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하고, 라이선스 중심 사업에서 구독형 사업으로 비중을 옮긴다는 계획이다.
최종 목표는 2035년 매출 1조원이다. 강 대표는 현재 매출 규모를 약 3000억원 수준으로 가정하면 2035년까지 매년 약 15%씩 성장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의 성장뿐 아니라 인수합병(M&A)과 신규 사업 투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데 17년이 걸렸고, 2000억원까지는 10년이 걸렸다”며 “3000억원 달성에는 약 4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성장 속도와 신규 사업, 인수합병을 통한 확장을 포함하면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보는 제품군은 엔드포인트 탐지·대응(EDR)과 확장 탐지·대응(XDR)이다. 강 대표는 안랩이 공급하는 제품 가운데 EDR의 성장률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XDR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국내보다 해외에서 매출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해외 매출 30%로, 중국·일본·사우디 거점 확대
안랩은 매출 1조원과 함께 2035년 글로벌 매출 비중 30% 달성도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약 8.5%였고, 올해는 1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해외 거점은 중국과 일본 법인, 사우디아라비아 합작법인이다. 안랩은 이들 3개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 현지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각 지역에 사이버 방어센터를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강 대표는 글로벌 보안업체와의 경쟁에서 AI와 SaaS를 핵심 기술 축으로 내세웠다. 그는 글로벌 업체가 규모와 일부 기술 분야에서 앞선 점은 인정하면서도, 국내 기업의 보안 환경을 오랫동안 경험하면서 확보한 데이터와 제품 제어 능력을 차별점으로 제시했다.
또한, 프론티어 AI 모델 하나에 종속되는 방식도 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여러 AI 모델을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멀티모델 구조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보안 기업의 경쟁력은 모델 자체뿐 아니라 실제 고객 환경에서 확보하는 텔레메트리 데이터와 보안 지식, 탐지 결과를 실제 대응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제품 기반에서 나온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안랩은 정부가 추진하는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보안 특파모)’ 개발 등 다양한 사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뒀다. 안랩은 앞서 SKT 컨소시엄으로 해당 사업에 참여했지만 최종 사업자는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강 대표는 “특정 기업의 모델에 종속되기보다 국가 차원에서 개발한 보안 특화 모델도 필요에 따라 자사 솔루션에 추가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보안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곽중희 기자>god8889@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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