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왓섭 대표.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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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스타트업 협업④] 왓섭이 바꾼 금융데이터 분류법

금융권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제 금융 서비스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금융사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해법을 찾고, 스타트업은 금융사의 인프라와 고객 접점을 통해 사업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디캠프와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이러한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6월 ‘스타트업 OI(오픈이노베이션) #금융권’을 개최했다. 총 44건의 협력 사례 가운데 5개 사례를 선정해 금융기관 담당자와 스타트업이 협업 과정 등을 공유했다.

최종 선정된 ▲KB국민은행-티냅스 ▲우리은행-테라파이 ▲카카오뱅크-웰로 ▲신한카드-왓섭 ▲OK저축은행-고이장례연구소를 차례로 만나 협업의 배경과 과정,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금융권 스타트업 협업①] KB국민은행은 왜 신생 ‘티냅스’를 택했나
[금융권 스타트업 협업②] 우리은행이 테라파이와 전세 리스크 줄이는 법
[금융권 스타트업 협업③] 은행 앱에서 정부지원금 찾기가 가능했던 이유

인공지능(AI) 데이터 인프라 스타트업 왓섭은 결제 및 가맹점 데이터를 소비 항목과 행동 패턴 중심으로 구조화하는 ‘금융 소비 데이터 의미화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사의 초개인화 마케팅과 AI 서비스 고도화를 지원한다.

최근에는 신한카드와 협력해 매일 60만건 이상 새롭게 생성되는 결제 품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류·구조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고객이 ‘어디서’ 소비했는지를 넘어 ‘무엇을’ 소비했는지까지 식별해 금융사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드는 것이다.

왓섭은 2020년 구독 관리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넷플릭스 등 국내외 구독 서비스를 DB화해서 이용자의 결제 내역과 매칭하고 고정 지출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김준태 왓섭 대표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결제 내역만으로는 고정 지출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서비스별 요금과 결제 주기, 이용 행태 등을 담은 ‘소비처 DB’를 구축했다.

이후 왓섭은 구독 서비스에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결제·거래 데이터로 범위를 넓혔다. 소비처 DB와 결제 데이터를 연결하면서 개인의 소비 행태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다. 김 대표를 만나 왓섭의 사업 확장 배경과 금융 데이터 인프라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왓섭이 금융 소비 데이터에 주목하게 된 배경은

금융 데이터는 금융사에 가장 많이 쌓여 있는데 왜 간단한 고정 지출 하나를 찾아주지 못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금융사가 안 찾는 것인지, 아니면 못 찾는 것인지 궁금했다. 안 찾는 것이라면 사업적으로 매력이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못 찾는 것이라면 큰 금융사도 하지 못하는 일을 스타트업이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정 지출에는 통신비와 인터넷, 공과금, 전기·수도요금, 아파트 관리비를 비롯해 보험·대출 등 금융상품과 구독 서비스가 포함된다. 전체 지출에서 고정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기 때문에 소비 관리의 핵심은 고정비 관리에서 시작된다고 봤다.

금융사에 데이터 관리는 메인 비즈니스가 아니다. 데이터 사업은 1년 안에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지 정한 뒤 그 서비스에 맞는 데이터가 실제로 가능한지 검토하고 설계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다. 데이터는 특정 사업에 부수적으로 활용되거나 사건이 발생한 뒤 상황을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경우가 많고, 데이터 자체를 위해 별도 프로젝트나 투자를 진행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금융 소비 데이터 분류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는 ‘언제, 얼마’를 결제했는지 정도만 알 수 있다. 카드사 애플리케이션과 다른 기록을 오가며 이용자가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까지 알 수 있도록 구조화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 제공할 수 있다. 금융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서비스로 작동하고 금융 AI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법인카드 감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류·구조화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

데이터가 구체적일수록 금융사가 고객을 이해할 수 있는 해상도가 높아진다. 단순히 어디에서 결제했는지를 넘어 무엇을 구매했는지까지 알 수 있으면 고객의 소비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 분석과 맞춤형 마케팅은 물론 데이터 상품화와 AI 모델 개발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데이터를 실제 금융사가 활용하려면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금융 데이터가 민감정보가 아니더라도 금융사 입장에서는 외부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왓섭은 지난해 말부터 다양한 금융사와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인프라의 핵심은 금융사와 데이터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변화는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없어서 못 하던 일을 0에서 1로 만들 수 있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데이터가 단순히 쌓여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데이터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리돼 있어야 한다.

구글이 상품을 세부 카테고리로 나눠 놓은 상품 분류 체계를 갖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발 안에서도 샌들, 운동화처럼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각각에 태그를 붙여놓으면 AI가 처음부터 상품을 하나씩 학습할 필요가 없다. 금융 데이터에도 이런 분류 체계가 만들어지면 AI가 소비 데이터를 훨씬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결제 데이터는 검색 데이터와 다르다. 검색은 관심이나 선호를 보여주지만 실제로 무엇을 샀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금융 데이터에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에 대한 실제 소비 결정이 담긴다.

여기에 소비 품목까지 구체적으로 구조화되면 AI가 고객의 과거 소비 이력을 바탕으로 다음 소비를 예측하고 추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금융사가 소비 의사결정의 파트너이자 조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 분류와 마이데이터와는 무엇이 다른가

마이데이터는 금융 데이터를 가져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기업의 역량에 달려 있다. 왓섭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이용자의 금융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지만,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만으로는 이용자가 어떤 삶을 추구하고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까지 알기는 어렵다. 이용자의 소비를 관리하려면 이용자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선호, 위험에 대한 감수 능력 등에 따라 돈을 관리하고 쓰고 싶은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향후 금융사는 데이터 분류에 돈을 쓸까

써야 한다고 본다. AI가 발전하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컴퓨터의 역량, 데이터, 알고리즘이다. 현재 국내 투자는 컴퓨터와 알고리즘에 집중돼 있지만 데이터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실제로 금융사들이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뚜렷한 금융 AI 서비스는 많지 않다. 데이터가 갖춰져야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는 금융사들도 데이터에 투자해야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진출 계획은

2023년 미국에서 한국과 같은 이름의 구독 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 후 두 달간 이용자 2만명 이상을 확보했고 월 구독 매출도 1000만원 이상 기록했다. 2024년에는 무료 서비스로 전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당시 미국 서비스는 구독 내역을 알려주는 ‘인지’와 이를 바탕으로 선택을 돕는 ‘결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인지·진단·결정·관리·피드백’ 등 5가지 기능을 담은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달 중 5가지 기능을 모두 담은 서비스를 출시하고,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고도화해 내년 3월 선보일 계획이다.

중장기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조용히 독점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금융 데이터를 쓰려면 왓섭이 꼭 필요한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처음에는 구독에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용자의 모든 고정 지출을 관리하고 더 나아가 돈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돕는 금융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금융은 아직 기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용자의 지출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또 이득이 되도록 관리해 주는 서비스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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